이미정 (한국외국어대학교)

  

  

출처: Mídia Livre, FCS Brasil, 2015. 8.30

  

  현재 브라질 정부는 그야말로 줄타기 정국에 휩싸여 있다. 선거과정 문제와 부패스캔들은 정부라는 존재의 정당성을 유명무실케 하고, 경제정책의 실패는 허약한 정치 근간을 더욱더 흔들고 있다. 2년 전만해도 브라질 경제는 현재와 같은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2003년부터 시작된 노동자당(PT) 정부의 정책은 시기적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진행되었고, 세계 7위 경제 대국으로의 부상과 임금상승과 실업률 하락, 빈곤과 빈부격차의 축소 및 중산층 증가는 내수지향 소비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 모든 결과가 2014년 중반부터 와해되기 시작했다. 실업률 상승이 좀처럼 멈추지 않는 가운데, 2014년 12월 4.3%에서 2015년 7월 7.5%를 기록했고, 2016년 1사분기에는 11.2%로 치솟으며 1140만명의 실업자를 냈다. 연방정부의 부채와 적자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높은 금리와 함께 고질적인 정치문제로 부각되었으며 현재 일부 주정부들은 공무원 임금지불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노동자당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은 지우마(Dilma Rousseff)정부의 페트로브라스(Petrobras) 부패비리사건과 같은 선동적 사건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지만, 이러한 비리의 내막에는 브라질 재정정책의 오류와 모순이 자리잡고 있다.

  브라질 재정정책 위기는 군사정권에서 민간정부 이양이 이루어진 1985년부터 시작되었다. 군사정권 시대의 브라질은 역사상 최고 두 자리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브라질의 경제 기적”을 달성했지만 실제로 각 정부는 사회복지 정책에는 관심이 없었다. 21년동안 억눌렸던 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욕구 실현과 직접선거 실시를 통해 정치인의 생존은 투표권으로 결정되기 시작했고, 과반수를 넘는 대중을 구성하는 빈민층에 대한 사회복지와 교육, 공공위생에 대한 요구가 민간정부의 공공지출을 통해 만회되기 시작했다. 중산층과 부유층 역시 이러한 사회적 요구 대열에 참여하여 혜택을 보게 되었고, 민주화 과정에서 허용된 파업권과 이익 추구 단체들도 그들의 요구가 공공정책에 관철되도록 정부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또한 민주화 실현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의 선거자금 동원을 통해 사적 이익까지 보장받기 시작했다. 즉, 공공자금 운용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사회계층이 요구하는 국가의 혜택에 대한 압력행사가 잦아지면서 정부의 예산책정은 국가적 차원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모든 사회부문과 계층의 요구에 동시에 부응하려면 정해진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자체 규제시스템 확립이 필요하겠지만 허약한 민주주의 구조하에서 브라질은 압력행사 그룹에게 더 많은 재원을 할애하는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고, 방만한 지출 방지를 위한 예산과 지출의 조정 대신 모든 계층에게 베푸는 선심성 정책으로 공공재정에 구멍이 뚫리는 적자구조를 낳았다.

  이러한 재정정책 방향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1985-1994년에 편중된 분배 시스템을 만들면서 정부가 적자재정을 부채로 메우기 보다 통화를 발행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초인플레이션을 겪게 했다. 브라질 특유의 관성적 인플레이션은 당시 악화된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악심화시켜 “잃어버린 10년”을 감수해야 했으며, 결국 재정고갈 해결을 위해 연방정부는 1990년 민영화정책(Programa Nacional de Desestatização)을 통해 공공적자 해결을 꾀했지만, 마찬가지로 재정결핍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현재 브라질 경제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1994년에 발표된 헤알계획(Plano Real)역시 경제안정 달성은 성공했지만, 공공지출 통제를 위한 정책마련에는 미약한 수준을 보였다. 단지 사회비상기금(Fundo Social de Emergência)을 조성하여 의무적 지출완화 효과를 유도하며 최소한의 재정수지균형과 장기 지불능력을 보장받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1997-1998년의 세계적인 신흥국 위기는 브라질의 허약한 재정상황에 큰 타격을 주면서 재정개혁과 긴축이 브라질의 경제안정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실제로 브라질 재정개혁의 시도는 2000년에 제정된 공공회계책임법(Lei de Responsabilidade Fiscal) 제정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브라질 연방, 주, 시 정부의 공공행정의 방만한 예산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출한계와 수입원 보장을 투명하게 함으로서 정부지출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다. 특히 이 공공회계책임법 체계는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주정부와 시정부가 재정균형을 위한 기초목표 설정과 부채 축소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효율성 제고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재정정책은 1980년대 만들어진 모델을 기초로 하여 공공지출 증가 위험이 항상 잠재해 있다. 더욱이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의 저항이 강하여 환위기와 같은 절박하고 위협적인 상황 탈피를 위한 조정적 진전만 이루었을 뿐 과도한 정치적 비용을 감수하면서 제대로 된 개혁 달성은 이루지 못했다. 이는 개혁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재정개혁 취지와 다른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사회보장 지출 증가만을 강조하여 경제성장에 필요한 인프라부문 보다 건강 및 사회복지부분에 대한 세금인상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브라질 재정지출은 오래 전부터 GDP성장률을 훨씬 넘어서 2001년에는 정부가 정한 한계치인 GDP의 15% 선까지 넘었으며, 2014년에는 정부의 재정수입과 지출이 완전히 역전되기 시작했다(그림1 참조).

  룰라(Lula)의 1기 정부는 노동자당 자체의 취지와 반대로 사회보장 개혁과 재정조정을 통한 지출통제와 조세부담증가 정책 등 이전 정부의 재정균형정책을 유지가 이루어졌다. 룰라의 2기 정부 역시 멘살러웅 뇌물비리 파문으로 인해 재선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만회한다는 차원의 연방공무원 임금인상 등 공공예산에 대한 개방적 방안을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룰라정부가 이러한 관대한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중국 발 경기 상승을 통한 무역흑자가 큰 몫을 차지하면서 정부수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기 호황이 가져온 조세수익 증가는 실제로 브라질 예산을 매년 7% 증가시키는 쾌거를 올리게 했으며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대 신흥국 투자 증가 역시 공공지출 확장으로 이어졌다.

  

그림 1. 중앙정부의 수입과 지출변화(GDP 내 비중)

출처: 브라질 중앙은행(Banco Central do Brasil)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그 판도를 바꿔 놓기 시작했다. 지우마(Dilma) 정부는 외부적 영향에 대비하여 단기적 경기부양정책으로 새로운 경제기반(Nova Matriz Econômica)을 제시하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민간투자와 소비촉진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경제성장이 공공예산을 증가시켜 자연스럽게 재정균형을 유지하게 하고 산업적으로는 국내기업을 보호, 지원함으로써 국내소비와 투자증가를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방향은 고질적인 브라질 비용으로 인해 오히려 공공적자 증가를 초래하고, 국내기업의 제조업 참여 또한 2010-2014년 GDP의 15%에서 11%로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통화정책에서도 정부의 판단오류에 의하여 금리인하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했으며, 연방금고은행(Caixa Econômica)과 브라질은행(Banco do Brasil)과 같은 국영은행들이 금리인하를 도구로 대출확장을 시도했지만 소비자들의 채무불이행과 은행들의 “세금유보(esqueleto fiscal)”를 자극하여 공공지출 증가만 조장했을 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정부 최고의 신용보조 기관인 국고(Tesouro Nacional)가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에 지원하는 세금공제 융자확장을 통해 국책은행의 자금운용 목적과는 동떨어진 시중 은행과의 경쟁구도를 만드는 시도도 있었다.

  지우마 정부의 규제체제(marco regulatório)를 통한 브라질 정부의 생산과정 개입은 산업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페트로브라스(Petrobras)관련 암염하부층 유전 개발이다. 유가폭락과 함께 브라질 유전개발은 “시장보호” 차원에서 마련된 규제체제로 인해 4년동안 입찰이 이루어지지 못한 가운데 석유부문 기업운영의 파행을 자극했고, 부패에 대한 위험성 또한 더욱더 악화시켰다. 이러한 위험성 노출은 국영기업들이 존재하는 전력과 인프라부문에도 확산되었는데, 이러한 비리관련 메커니즘의 부상은 정부의 경제에 대한 개입과 국영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더욱더 부각시키는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부패비리가 수사과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국영기업 존재에 대한 인식자체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브라질 경제정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의 부정적 결과는 재정정책 차원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우마 정부의 국내기업 생산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국내기업들이 경쟁력 위주의 세계적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고 후진성을 보이는 결과를 낳았으며, 시장보호와 같은 정치적 논리의 반영은 브라질 재정정책 구조적 모순을 더욱더 악화시켰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재정정책 체계의 허점들이 수정되지 않은 채 계속 방치되어 오면서 다양한 폐단과 함께 재정구조는 더욱더 복잡한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브라질 재정정책 메커니즘의 구멍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브라질 정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구조적 폐단 제거를 위한 정치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참고자료

G1(2016.5.31) “Desemprego fica em 11,2% no trimestre encerrado em abril, diz IBGE”, http://g1.globo.com/economia/noticia/2016/05/desemprego-fica-em-112-no-trimestre-encerrado-em-abril-diz-ibge.html
Mendes, Marcos(2015,8.25), “Por que a economia brasileira foi para o buraco?, http://www.brasil-economia-governo.org.br/2015/08/25/por-que-a-economia-brasileira-foi-para-o-buraco/
Mídia Livre(2015.8.30), http://folhacentrosul.com.br/brasil/8719/roubalheira-causou-rombo-de-r-130-bilhoes-de-reais-no-orcamento Antônio Corrêa de Lacerda, e outros(2002), Economia Brasileira, Saraiva, São Paulo
Teixeira, Rodrigo Alves & Pinto, Eduardo Costa(2012, Sept), “A economia política dos governos FHC, Lula e Dilma: dominância financeira, bloco no poder e desenvolvimento econômico”
Pires, Julio Manuel & André, Fernandes Galhardo(2015, jan-mar), “Caminhando em círculo: idas e vindas da política econômica do governo Dilma”, Pesquisa & Debate, SP, Vol 26, No1(47) pp. 197-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