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열정의 나라 브라질이 뜨겁다. 하계 올림픽뿐만 아니라 지카 바이러스와 대통령 탄핵, 정치부패로 달궈져있다. 올림픽 개최일까지 100일도 안남은 상 태에서 딜마 호우세피(Dilma Rousseff) 대통령이 최대 180일간의 집무정지 를 당했다. 5월 13일 브라질 상원이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호우세피 대 통령의 탄핵심판을 개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셀 테메르(Michel Temer)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하고 있다. 상원은 동 기간 중 탄핵심판을 하여 재 적의원 81명 중 3분의 2가 되는 54명이 찬성하면 호우세피 대통령은 최종 탄핵된다. 올림픽기간 중 결정될 가능성이 있어 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 픽이후로 탄핵결정을 연기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이다.

  호우세피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 나는 경제침체와 정치부패를 빌미로 보수정당들이 정치쿠데타(golpe político) 를 일으킨 것이라는 진보세력의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좌파정부가 16년간 장 기집권을 하면서 부정부패와 선심성 정책남발로 경제를 망치면서 자멸한 것이 라는 보수세력의 주장이다. 둘 다 맞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에서 법률적 탄핵만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브라질의 대통령탄 핵은 정치적 탄핵(impeachment político)과 법률적 탄핵(impeachment jurídico)의 2트랙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탄핵은 연방상원에서 하고 법률적 탄 핵은 연방헌법법원(STF)에서 판결한다. 현재 호우세피 대통령은 연방의회에서 정치적 탄핵을 맞고 있다. 그래서 진보세력의 주장도 일리가 있고, 탄핵사유가 정책남발과 부정부패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보수세력의 주장도 맞다.

  연방헌법법원에서 판결하는 법률적 탄핵은 형사범죄 등 대통령개인의 비리 를 판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일반시민과 마찬가지로 대통 령 개인의 범법행위를 법원에서 판결하기 때문이다. 반면, 연방상원의 정치적 탄핵은 대령령 직위에서 행하는 책임범죄(crime de responsabilidade)를 추 궁하는 것이다. 책임범죄를 범죄(crime)로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상 법률적 근 거를 바탕으로 한 상원의 정치적 판단이다.

  책임범죄는 연방헌법 제85조와 1950년 탄핵법(법률 제1079/1950호) 제4조 에 규정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I - 연방의 존립, II - 입법권, 사법권, 검찰 그 리고 연방단위의 헌법상 권한의 자유로운 행사, III - 정치적, 개인적, 사회적 권리의 행사, IV - 국내 안보, V - 행정 청렴, VI - 예산 법률, VII - 법과 사 법판결의 이행에 반하여 지위남용을 하는 경우 책임범죄에 해당된다.

  1992년 꼴로르(Fernando Collor) 전대통령의 경우 연방상원은 탄핵사유로 국내안보(segurança interna)(IV)와 행정청렴(probidade na administração) 조항(V)의 위반을 들었다. 호우세피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행정 청렴의 의무(V) 와 예산 법률 준수의무(VI)의 위반이다. 이러한 판단을 입법기관인 연방상원이 하기 때문에 정당간 이해관계가 판단의 큰 변수가 된다. 연방상원의 최종표결 이 나오기 전까지 정당 간 부단한 정치교섭이 이루어진다. 지금 브라질이 이러 한 상황이다.

  정치적 탄핵의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는 민심이다. 호우세피 대통령의 직무 정지 바로 전인 4월 25일 발표된 Ibope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2%는 호 우세피 대통령과 미셀 떼메르 부통령의 동반사임과 조기대선을 지지하는 것으 로 나타났다. 25%는 딜마대통령의 정권유지, 8%는 대통령탄핵과 부통령 승계 를 지지했다. 즉, 브라질국민의 절대다수는 대통령의 탄핵에 표를 던지고 있 다. 결국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보수세력이 결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민심은 왜 탄핵을 지지하는가. 장기간의 경기침체, 노동자당(PT)의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2003년 집권이래 끊이 지 않는 노동자당의 부패스캔들이 빌미를 제공했다. 이것이 이번 국영석유공사 인 페트로브라스 뇌물스캔들로 터진 것이다. 2003년 룰라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대단했었다. 취임당시 83.6%의 국민지지도 는 8년 후 퇴임 시 87%로 더 올라갔다. 그런데 이러한 룰라개인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인 노동자당에 대한 지지도는 높지 않다. 노동자당(PT)은 초반 부터 끊임없는 정치부패 스캔들을 터트려 부패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중 세간을 뒤흔든 사건이 2005년에 터져 나온 멘살라웅(Mensalão)이라 불 리는 국회의원매수 스캔들이다. 이 정치스캔들을 밝혀낸 것은 시사주간지 베자 (Veja)였다. 내용은 이렇다. 노동자당은 10여개 군소정당과 연립을 했는데 그 래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진보정당의 정책을 통과시키 려면 의회장악이 필요했다. 멘살라웅은 그 방안이었다. 돈으로 의원을 매수한 것이다. 매월 월급성의 뇌물을 주었는데 멘살라웅은 “큰 월급”이라는 의미이 다. 연방헌법법원(STF)은 24명의 연방의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연방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주요 공 직자리만 2만여 개이다. 돈줄이 큰 연방이나 주의 공기업에 여당사람들을 앉 히는 고전적인 방법이었다. 가장 큰 자금창구가 연방우체국이었고 조달이나 공 사대금을 부풀려 리베이트를 받았다. 노동자당은 이러한 불법정치자금을 돈세 탁까지 해가며 조직적으로 관리했다. 이때 룰라의 오른팔이었던 지르세우 비서실장과 왼팔이었던 팔로시 재무장관이 실각했다. 권력핵심이 책임을 짐으로써 룰라대통령을 간신히 보호했다.

  이후에도 노동자당은 스스로 이권사업에 뛰어들어 정치자금을 조성함으로써 끊임없는 부패스캔들을 만들어내었다. 연방이나 지자체의 인허가 권한을 이용 하여 복권사업, 쓰레기 수거 등 돈세탁이 수월한 사업에 관련자들이 직접 뛰어 들어 정치자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번에 초대형 부정부패인 연방석유회사(페 트로브라스)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브라질의 정치부패에는 비합리적인 선거제도가 큰 몫을 담당한다. 브라질은 특이한 비례대표제를 사용하고 있다. 대통령, 연방상원, 주지사와 시장선거는 다수대표제를 사용하는 반면 연방하원, 주와 시의원의 경우에는 비례대표제를 사용한다. 다수대표제는 득표수에 의해 쉽게 당락이 결정된다. 반면, 비례대표 제는 후보의 득표수뿐만 아니라 정당후보의 총득표수가 중요하다. 설명하자면 상파울로주의 경우 2014년 선거에서 총 투표수는 2천9십만표였고 상파울로주 에게 할당된 연방하원의원의 수는 70석이었다. 총투표수를 하원의원수로 나누 면 당선표는 대략 30만표 정도가 된다. 정당은 후보가 획득한 총득표수에 따 라 의원수가 배정된다. 만일 정당후보의 총득표수로 5명이 할당되었다면 당은 득표수가 높은 후보순서로 5명까지 당선자를 낼 수 있다. 이러한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후보 개인의 득표로 자력으로 당선된 연방하원의원은 불과 5명이었 고 나머지는 정당후보의 득표수로 당선되었다. 이러다보니 후보를 낸 군소정당 들도 당선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연방하원의원 513명중 불과 36명만이 자력 으로 당선되었다. 정당들은 정당연합으로 득표수를 높이려다보니 정치노선으로 연합하기보다는 당선을 위해 연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정은 필수이고 대통령의 정치조율능력이 연정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룰라 전대통령은 정치협상의 조율능력이 있었고 호우세피 대통령은 정치조율 능력이 약하다. 브 라질은 비례대표제를 보완하기 위한 선거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번번이 정 치적 이해관계로 진전이 없다.

  그러나 필자는 제도적 민주주의정착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브라질사태를 비 교적 긍정적으로 본다. 브라질은 1985년 민주화이후 이러한 초대형 정치스캔 들을 터트릴 수 있을 정도로 언론과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 이다. 정권 수장에 목을 겨누는 수사와 기소가 어디 쉬운 일인가. 브라질은 1988년 민주헌법을 제정할 때 검찰과 법원의 독립성과 언론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큰 공을 들였다. 검찰을 정부권력에서 도려내어 헌법상 완전 독립기관 으로 만들었다. 법원도 사법개혁을 통해 외부감시를 받도록 했다. 2014년에는 중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부패방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정치부패를 막기 위한 비책이었다.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정착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다.

  이번 사건이 권력핵심부를 겨냥했지만 수사는 외압없이 진행되고 있다. 만일 법원을 불신하고 검찰을 정권의 끄나풀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연방검찰과 연방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비교적 높은 편 이다. 그리고 브라질을 지켜주는 비교적 공정한 언론이 있다. 부패스캔들을 사 실과 증거에 근거하여 탐사보도로 터트리는 언론과 이를 믿는 국민이 있다.

  사법부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부패에 대한 견제는 사법부가 해야 하 는데 브라질의 사법부가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도 대형비리가 터질 때마다 “경찰이 구속하면 법원이 풀어준다 - 유전무죄 무전 유죄”의 인식 때문에 국민이 속 썩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사법부가 젊은 세 대로 채워지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소신 수사와 소신 판정이 늘어나기 시작했 다. 특히, 2012년 조아낑 바르보자(Joaquim Barbosa) 헌법법원장이 법원의 적극적 행동주의(ativismo judicial)를 천명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인식 이 상당히 좋아졌다. 법원도 진보적 판결을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권력기 관 간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이 불확실할 경우 국민을 중심으로 해석하고 정치적 판단에도 적극 개입하고 필요시 법개정도 추진한다 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검찰과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임이 없었으면 진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브라질의 정치문제는 대통령탄핵과 정치자금의 투명화로도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형태의 부정부패가 계속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 제는 세대 간의 문제로 정치문화의 변화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85년 민주화이 래 3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앞으로 1세대만 더 지나면 브라질사회는 민주화세 대로 채워진다. 지금과 같은 성과가 나온 것도 브라질 민주화의 긍정적인 결과 물이다. 브라질사회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