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장)
오는 8월 6일에 제31회 리우(Rio)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 정국이 좀처럼 안정을 찾 지못하고있다. 현재로서는올림픽개막전에두명의대통령이등장하게될수도있다. 지난4월 18일에 지우마(Dilma Rousseff) 대통령의 탄핵이 하원을 통과하고, 5월 12일 상원에서도 가결되었 다. 남은 절차는 최대 180일까지 탄핵심판이 진행된 이후 탄핵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최종적으 로 탄핵된다.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지우마 대통령의 직무가 중지되고 떼메르(Michel Temer)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만약 최종적으로 탄핵이 결정되면 부통령이 승계 받아 2018년까지 잔여임기를 메우게 된다. 이런 과정들은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어떤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견고한 제도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 처럼 제도적인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정치활동이 가능하고 또한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 정치이기도 하다. 지우마 대통령과 노동자당은 지금의 정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 지 대책과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지지자들을 동원하여 탄핵 무효화를 주장하기도 하고, 헌법소 원을 통해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현 직무대행 행정부의 뻬뜨로브라스 스캔들을 부각시켜 부도덕성을 강조하여 반대 세력들을 규합하기도 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권력 회복이 불 가능할 경우에는 조기대선을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남미 좌파 연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브라질 좌파 정부의 추락은 남미의 다른 좌파 정부들 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남미 정치 지도자들도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브라질로 천연 가스를 수출하고 있는 볼리비아는 정치적 상황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뻬뜨로브라스가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개발, 생산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 매우 높기 때문에 스캔들이 천연가스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베네수 엘라는 자원 경제 붐이 끝나면서 경제 불황을 넘어 혼란한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 의 상황이 어떤 특정한 패턴이나 일치된 경향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볼리비아의 정치 상황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통해 브라질 탄핵 정국이 남미 좌파 연합에 어떻게 수용되고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간단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브라질 좌파 국가의 위기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정치지도 자에 의해 만들어진 좌파정부는 리더십이 사라지게 되면 제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직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새로운 정치 활동과 세력들이 등장하면 서기존의정치지형을변화시키는것과같은경우라할수있다. 브라질은좌파정부가들어선 이후 민주주의 제도화 수준이 더 높아졌다. 그 동안 사회운동을 주도했던 좌파 지도자들이 행정 부에 진입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사회적 요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체계가 만들어지기도 했 다. 이런 면에서 국가의 성격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사회세력들이 관료화되는 경향이 나 타난 것도 현실적인 문제였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도 주민자치위원회, 지역평의회와 공동체 평의회 등을 통해 참여민주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니꼴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정권의 든든한 지지 세력도 평의회에서 나오고 있다. 볼리비아의 경우는 급진적 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결합된 방식을 통해 국민들의 참여를 확대해 왔다. 이와 같이 3개국이 참여민주주의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브라질은 제도화된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탄핵이 좌파정부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나머지 국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3개국은 좌파정부 집권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경제성장이 균등한 소득분배, 국내 생산 증대, 국내 소비 시장 증가 등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들 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세계 경제 불황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일제히 경제 위기를 맞고 있고, 심지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는 정치 위기로 발전하고 있다. 반면 볼리비아의 경우는 2013년 6.8%, 2014년 5.5%, 2015년 4.1%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베 네수엘라는 석유산업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브라질도 석유생산을 포함한 1차 산업이 주 요산업영역을구성하고있어자원경제붐의소멸이경제위기로발전했다. 반면볼리비아는1 차 산업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천연가스의 특성상 역내 무역에 집중되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남미 대륙 외부의 영향을 덜 받게 되었다. 또한 농업 생산성이 증가되어 안정적인 식 량자원과 소비 시장을 구축한 것도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브라질,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좌파 정부들도 의회 구성 변화가 정치 지형을 변화시킨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브 라질은 정당법과 선거제도 때문에 특정한 정당이 과반수이상을 차지할 수 없다. 그래서 여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 정치색을 같이하는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의회 내에서 다 수당으로서의 정치권력을 유지했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도 가장 큰 연립정당인 브라질민주운동당 (PMDB)이 연정을 포기하면서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베 네수엘라의 경우는 마두로 집권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했다. 단원제인 의회에서 과반 수를 차지 못했다는 것은 행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해도 불안한 요소이다. 그 런데 마두로 정권은 우고 차베스(Hugo Chavez)와 비교했을 때 리더십이 약하기 때문에 정치적 위 험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볼리비아의 경우에는 정부 여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안정적인 의석 을 통해 국정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의 리더십이 정치 안정을 유지하게 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3개국이 공통적으로 좌파정부가 들어설 때 브라질은 룰라(Inacio Lula),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 스, 볼리비아는 에모 모랄레스라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도자가 있었다. 룰라 전대통령을 승계한 지우마 대통령은 과거 게릴라 운동 경험이 있는 좌파이기는 하지만, 뽀르뚜 알레그리에서 기술 관료로 시작해서 룰라 정권에서도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행정가로 성장한 정치인이었다. 따라서 브라질의 복잡한 정치 지형을 운영할 수 있는 정치력에서는 다소 약한 측면을 보였다. 베네수엘 라의 경우에도 차베스 대통령 사후 대통령에 당선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차베스의 남 자’로 알려진 것처럼 자신의 정치세력을 만들지 못하고 차베스의 정치적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모랄레스의 경우에는 여전히 남미 좌파 연합의 1세대인 자신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좌파 지도자들의 세대교체 과정이 남미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치 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이데올로기를 같이 하는 남미 좌파연합이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입장은 어떠 한가를 살펴보면 상호간의 유대감과 개별 국가들의 입장 차이를 알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마두 로 대통령은 지우마 대통령 탄핵 결정은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라틴아메리카인 모두에게 위협이 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도 탄핵은 지우마 대통령, 룰라 전대통령 뿐만 아니라 노동자당(PT당)에 대한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에콰도로의 라파엘 꼬레아(Rafael Correa) 대통령은 진보정부에 대한 “신콘도르 계획(novo plano Condor)”이라고 성토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남미좌파연합의 결속력과 공동대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첫째, 지우 마 대통령이 룰라 전대통령처럼 좌파연합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우마 정부는 대외 관계 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특히, 신발전주의 경제정책을 취하면서 좌파로부터 변절자라는 비난을 받아왔었다. 둘째, 남미 좌파 연합이 차베스 전대통령이 살아있을 때만큼 결속력이 높지 않고, 대응 전략도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차베스 전대통령은 남미좌파의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 서 중심적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마두로 대통령이나 모랄레스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서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셋째는 남미공동시장도 파라과이 사태 때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의 공동행동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큰 상대이다.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좌파정부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대응을 이끌어낼 세력이 없는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은 브라질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남미 정치판이 바뀌는 과정으로 이해된 다. 이미 아르헨티나에 우파정권이 들어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실시하면서 정치력을 키워가고 있다. 또한 다른 국가들에서도 우파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 렇다고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이 브라질 좌파의 위기나 남미 좌파의 위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남미좌파의 위기가 아니라 좌파정부의 위기로 보는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좌 파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