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성 [고려대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연구교수]
2014년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최근 35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멕시코산 원유를 비롯한 일부 원유들이 20 달러 후반까지 가격이 하락하는1) 양상을 보임으로써 향후 지속적인 저유가 추세에 대한 전망이 업계 관측자들에 의해 대두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는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로 국제 시장에서 원유의 공급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원유 가격의 하락이 가속화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산유국들의 재정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페루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산유국들도 유가 하락의 파고에 직면하고 있다. 2014년 멕시코는 일일 278만 4천 배럴(barrel)을 브라질은 234만 6천 배럴, 베네수엘라는 271만 9천 배럴을 생산하였으며 이는 각각 2014년 세계 원유 생산의 3.2%, 2.9%, 3.3%를 차지하고 있다.2) 또한 이들 국가들의 원유 수출은 일일 생산과 일일 수출량 기준으로 2014년 멕시코가 129만 배럴로 세계 일일 수출의2.3%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하여 라틴아메리카 산유국의 수출량은 세계 수출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원유 생산과 수출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멕시코의 경우, 원유 및 가스 산업부문이 국민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고 있으며 멕시코 석유 국영기업인 페멕스 (Petróleos Mexicanos, Pemex)가 정부에 지불하는 세금은 정부세수의 평균 25~30%에 달하고 있다.3) 브라질도 원유수출 소득이 정부 재정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다. 브라질의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óleo Brasileiro S.A., Petrobras)의 세율은 31% 이며 페트로브라스의 원유사업 활동에 관련된 업체들이 20,000개에 달하고 있다. 또한 페트로브라스의 지난 몇 년 간의 활발한 사업 활동으로 관련 산업인 조선업이 성장하였으며 이는 지난 5년간 조선업의 고용인원이2,000명에서 58,000명으로 증가하는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왔다.4)
이와 같은 라틴아메리카 산유국의 원유수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고려할 때, 국제유가의 하락이 라틴아메리카 산유국 경제에 직접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의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원유의 과잉 공급 외에 미국의 금리 인상과 전망은 국제 유가 하락을 가속화 시키는 추가적인 요인으로 부상되고 있다. 국제 투자자금이 안정자산인 미국달러화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소식 후에 브라질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것은 미국 금리인상과 국제유가 그리고 산유국의 경제상황의 관계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림1. 최근 국제 원유 가격 추이
자료: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일일 국제 유가동향을 기초로 저자가 재구성하였음.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하여 일부 산유국들은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반응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3.25% 로 상향 조정하였다. 즉 금리 인상을 통하여 외국자본의 급격한 이탈을 막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함으로써 자국 통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하고자 함이다. 일부 아시아 신흥국들은 경기 부양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기준 금리를 유지 내지 인하를
하기로 하였다.5) 대만은 기준 금리를 연 0.125% 내린 1.625% 로 하향 조정하였다.

그림2. 라틴아메리카 주요국 최근 통화 가치 변동
자료: 한국은행 환율 자료를 기초로 저자가 재구성
국제유가 하락이 산유국의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은 산유국의 수출에 의한 소득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외화유입의 감소함에 따른 재정지출이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재정지출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수출소득 감소와 인플레이션은 환율의 문제와 부분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첫째, 수출소득의 감소는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즉, 수출소득은 현지 통화와 달러화로 나타날 수 있는데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경우, 수출량이 일정하다고 가정한다면 유가 하락으로 달러로 나타난 수출소득은 감소할지라도 산유국 통화가 절하되므로 현지 통화로 환산한 수출소득은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경우, 유가하락으로 달러화로 나타난 수출 소득 뿐 아니라 현지 통화로 환산한 수출 소득도 감소할 것이다. 둘째, 변동환율제 하에서 현지 통화가 평가 절하될 때, 수입 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지 통화로 환산한 수출금액은 감소하지 않을지라도 외화유입의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계속적인 현지 통화의 평가절하로 자본 유출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는 재정적자 확대를 초래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유국들의 경제 성장에 필요한 외국자본의 투자 감소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후생과 라틴아메리카의 산업고도화 전략에 장애가 될 것이다.
이러한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시키기 위하여 일부 라틴아메리카 산유국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 중 한가지는 수출과 환율의 관계를 고려하여 환율 통제를 감소시키거나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유가하락으로 인한 수출소득의 감소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축소하고 자국통화 가치의 투명성 제고를 통하여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신호를 보냄으로써 통화가치의 하락이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변동환율제로 전환에 따른 통화 가치가 하락이 국외투자가들에게 해당 국가의 금융체질 개선으로 해석될 때, 오히려 투자유입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경우, 정부의 외환통제 해제 조치로 지난 17일 외환시장에서 하루 만에 달러 당 9.8 페소에서 13.3 페소로 26% 페소화 가치가 하락하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예상보다 절하폭이 작은 평온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평하고 있다.6) 이러한 외환시장의 자율화 조치는 외국인투자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 상황을 반영한 적정 환율은 수출에 있어서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대조적으로 신용등급 하락의 책임을 물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조아킹 레비 재무 장관을 경질한 결과 브라질 정부는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에 직면하였다. 이는 긴축을 통한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려던 레비 장관의 사임 소식에 헤알화 가치가 2.7%, 증시가 3% 하락하였는데 이는 투자자들의 브라질 경제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7)
이는 산유국이 외환자율화를 통하여 경제상황이 반영된 환율이 시장에서 형성되고 거래되는 체제 하에 있더라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출소득 감소와 외화유입 감소는 지속적인 산유국의 통화가치 절하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한 재정정책이 수반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라틴아메리카 산유국들이 유가하락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는 자유로운 환율시스템에 의한 수출소득 감소 효과 축소와 자본유출 억제 및 국제자본유입 유도와 아울러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재정정책 운용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산유국들은 과거에 경험한 초인플레이션이 유발되지 않도록 자율적인 환율 체제와 아울러 효율적인 재정정책을 통하여 국민의 생활과 후생을 적정선에서 유지하는 한편 산업고도화를 통한 경제 성장의 동력 확보에 정책적 노력이 기울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기업과 정부의 관점에서 현지 정부의 환율 정책 및 재정정책의 지향성과 효율적인 실행여부는 라틴아메리카의 산유국에 대한 투자전망과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요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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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멕시코산 원유 20달러 추락...OPEC 비상회의 여나」 (2015), 『매일경제』, (12월 16일, A8)
2. BP statistics (2015), p.8, 일일 생산량 기준으로 아르헨티나가 세계 원유 생산의 0.7%, 콜롬비아 1.2%, 페루 0.1%, 에콰도르 0.1%, 기타 중남미국가들이 0.3%를 차지하고 있다.
3. Fitch Ratings (2015), p. 1; Plante and Canas (2014), p. 16
4. Casas-Alatriste and Espinasa (2015), Energy reform and local content in Mexico : Effects on the hydrocarbon sector,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 p.42, p. 47
5. 「'슈퍼 달러'의 독주가 시작됐다..... 유로•위안화 가치 급락」 (2015), 『한국경제』, (12월 19일, A5)
6. 「환율규제 없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26% 급락」 (2015), 『한국경제』, (12월 19일, A11)
7. 「유가추락에 다우 하루새 2% 급락」 (2015), 『한국경제』, (12월 21일, 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