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미(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2014년 콜롬비아 대선 경향

  

출처: El Colombiano, Medellín 2014년 1월2일

  

  2014년 새해에 라틴아메리카 지역 국가 곳곳에서 대통령선거가 진행된다. 현지 언론을 종합해 보면 볼리비아의 모랄레스(Evo Morales), 브라질의 지우마(Dilma Rousseff) 그리고 콜롬비아의 산토스(Juan Manuel Santos)현 대통령의 재집권이 유력하다. 5월25일 대선을 앞두고 콜롬비아 갤럽이 6개월 동안 60개 지역에서 각각 1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산토스 현 대통령 27% 그 뒤를 이어 우리베 민주센터(Uribe Centro Democrático:UCD)후보 술루아가(Óscar Iván Zuluaga)14.9% 그리고 녹색동맹(Alianza Verde)의 후보 울프(Antonio Navarro Wolff)가 12%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좌파진영의 대안적민주주의(Polo Democrático Alternativo:PDA)의 로페스(Clara López)와 보수당의 라미레스(Marta Lucía Ramírez)는 각각 7.2%와 5%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정부와 불법무장조직 FARC와의 부분적인 2차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발표되어, 산토스 현 대통령 지지율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유권자의 35%는 어떤 경우라도 산토스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만약 우당(Patrido de U)이 산토스가 아닌 예라스(Germán Vargas Lleras)전 장관을 대선후보로 지명한다면 흥미롭게도 백지투표율 감소와 함께 우리베 진영 후보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예라스의 지지율은 산토스 보다 높은 29.1%를 차지함으로서 콜롬비아 국민의 산토스 정권에 대한 비판과 옹호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베 전 대통령의 이반 술루아가후보 지지연설

  

출처: infobae.com 2014년 1월2일

  

  정당 선호도를 살펴보면 무소속24.3%, 우리베 민주센터 19.8%, 자유당 18.7%, 산토스 소속의 우당(El Partido U) 16%, 보수당 8% 그리고 급진개혁 정당들 5-3%로써 우리베정당에대한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은 산토스 현 대통령과 우리베(Álvaro Uribe)전 대통령 진영의 후보 술리아가의 대결로 압축된다. 우리베민주센터 초기 대선후보는 산토스 대통령의 사촌인 프란시스코 산토스(Francisco Santos) 상원의원이 두각을 나타냈으나, 우리베의 정치적 기반인 안티오키아(Antioquia)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그는 학자인 술리아가에 비해 신뢰도면에서 낮게 평가되었다. 또한 대선후보로 거론되었던 라모스(Luis Alfredo Ramos)의 경우 선거를 통해 메데진 시장, 하원의원 그리고 안티오키아 주지사직을 역임했던 인물로서 우리베의 정치적 후광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에서는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2014년 콜롬비아 대선의 주요 쟁점은 50년 이상 지속되어온 무력분쟁종결을 위한 평화협상이라고 볼수 있다.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 내전종식을 희망하고 있는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산토스를 지지하면서도 동시에 불법무장조직에 대한 강경책을 추진했던 우리베 전 대통령중심의 우리베민주센터에 대한 지지를 유지함으로써 평화협상에 대한 게릴라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우리베 진영의 후보 술리아가는 지난 12월 쿠바에서 진행된 정부와 게릴라와의 협상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합법적인 국가에서 정부와 국내범죄행위를 주도하는 조직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베는 산토스 현 정권의 종식을 위해 보수당과의 연정을 통한 단일 후보구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보수당은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불법부장조직에 대한 우리베의 입장과 다르지 않음은 분명하다.

  오랜 기간 동안 국내 무력분쟁을 유지해온 콜롬비아와 같은 나라에서 평화와 전쟁은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1998년 대선에서 국내평화를 앞세운 보수당의 파스트라나(Andrés Pastrana) 후보의 당선과 2002년 게릴라에 대한 강경책을 채택하며 전면전을 선포한 무소속의 우리베 후보의 승리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무력분쟁은 정권장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그동안 콜롬비아의 대선은 중앙정치 엘리트들에 의해 무력분쟁에 대한 국민감정을 부추긴 표 동원으로 얼룩져 나아갔다.

  한편,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백지투표율이 30%이상을 나타낸 콜롬비아의 경우 포르투갈의 노벨 문학수상자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소설 "눈 뜬 자들의 도시"라는 책의 일부를 떠올리게 한다. 선거 날 투표소는 한산하고 투표마감이 임박한 시간 갑자기 수많은 인파가 투표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대규모 기권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초조감에 시달리던 정부는 환영성명서까지 준비한다. 그러나 개표결과 70% 이상이 백지투표라는 사실에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정치인은 당황한다. 혼란과 망연자실 속에 2차 선거가 진행되지만 전체 유권자의 83%는 또다시 백지로 정부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다.

  이처럼 2014년 콜롬비아 대선에서 나타날 괄목할 만한 현상은 유권자들이 더 이상 낡은 정치의 수동적 동원대상으로 머물지 않고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능동적주체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권리이자 의무인 자신의 투표권을 무효표로 행사하겠다는 유권자들의 의지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변화요구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백지투표는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지만 정치적 무관심보다 그 자체로서 적극적인 자신의 의사표현이며 정치권에 대한 위협이다. 대선을 계기로 책임의식이 결여된 채 기득권 유지에 집중해왔던 엘리트구조의 편협성과 배타성에 대한 콜롬비아 유권자의 반감은 백지투표 행사로 표출되고 있다.

2014년 콜롬비아대선과 백지투표

  

출처: El Colombiano, Medellín 2014년 1월3일

  

  2010년 지난 대선에서 개혁성향의 후보들의 선전이 돋보였던 정치적 변화는 사회와 국가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변혁지향의 가능성으로서 2014년 대선의 의미는 적지 않다. 산토스 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예고되는 2014년 대선을 변혁의 전환점으로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대선은 50년 이상 콜롬비아사회를 주도해온 게릴라와의 내전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의 종결 및 전환점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백지투표를 통해 아래로부터 기존 정치권에 대한 변화 요구에 직면한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에 대한 유권자의 의지를 수용해야한다는 점이다. 콜롬비아 대다수의 유권자는 국내에서 해결해야할 가장 주요한 현안으로 실업, 건강 그리고 교육과 빈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후보자들은 신자유주의의 틀 속에서 움직이는 한계를 보이겠지만 경제운용에 있어서 시장과 국가의 역할 간의 균형이라는 틀과 함께 복지제공자로서의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많은 표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미지 쇄신과 함께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 녹색동맹과 좌파진영의 선전은 앞으로 콜롬비아의 정치변화를 보강시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은 전체적으로 변화와 낡은 정치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백지투표로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 어떤 후보에 대한 지지보다 높은 백지투표율은 향후 콜롬비아 정치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모색해야함을 예고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