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부산외대 스페인어학과)

2014년 라틴아메리카 전망

  청마의 해인 2014년은 중남미 19개국 중 7개국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개최되며, 일부 국가들 사이의 영토 분쟁과 관련하여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있어 예년과 같이 별로 지루하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브라질, 콜롬비아, 볼리비아,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파나마에서 대선이 실시된다. 2103년 말 칠레 대선에서 미셀 바첼렛의 당선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중남미 좌파 정권은 올해 치러질 브라질, 볼리비아, 우루과이 선거에서도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재집권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각국 집권당의 이념적 성향을 정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3월에 취임할 바첼렛 정부까지를 포함하면 현재 중남미에는 대체적으로 10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중도 성향의 정권이 4개국, 우파정권이 5개국에서 집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지형이 2014년에는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남미 국가들 중 가장 안정된 정치적 전통을 가진 코스타리카의 경우, 최근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역사상 최초로 좌파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좌파와 우파의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엘살바도르에서는 우파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올해에 대선이 있는 국가들 중 국제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나라는 역시 역내 강대국인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대선뿐만 아니라 6월에 열릴 월드컵의 개최지로도 전 세계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가이기도 한다. 2013년 초까지만 해도 무난히 재선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중도 좌파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더딘 경제발전과 작년의 대규모 시위를 통해 표출된 젊은층과 중산층의 교육과 사회 인프라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10월에 있을 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하고 결선 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의 두 유력 후보인 브라질 시회민주당의 아에시우 네베스와 사회당의 에두아르도 캄포스가 1차 투표에서 많은 표를 획득한 사람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만큼 만약 지우마가 대선 1차 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결선 투표에서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5월 25일에 실시될 콜롬비아 대선에서는 현 대통령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인 마누엘 우리베의 지원을 받는 전임 재무장관 출신인 오스카르 이반 술로아가가 대결한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와 많은 차이로 선두를 달리는 현직 산토스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하는 정치 분석가들이 많다. 특히 선거의 쟁점 중 하나인 콜롬비아 반군과의 평화협상을 야당의 후보가 반대하고 있어 만약 대선 전에 반군과의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오스카르 술로아가의 승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엘살바도르에서는 현 부통령인 집권당인 좌파의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의 살바도르 산체스 세렌과 극우정당인 민족공화동맹(ARENA)의 노르만 키하노의 대결로 압축된다. 현재까지의 여론 조사를 보면 두 후보가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다수의 정치 분석가들은 두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간다면 게릴라 출신인 산체스의 강경한 이미지 때문에 유권자들이 키하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

  전반적인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2월에 실시될 예정인 코스타리카 대선에서는 현 집권당인 중도 성향의 민족해방당의 조니 아라야 후보와 좌파연합의 호세 마리아 비얄타가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이고 있어, 결선투표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현재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야당 후보인 비얄타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0월에 실시될 볼리비아 대선에서는 헌법 개정을 통해 3선의 가능성을 연 에보 모랄레스 현 대통령이 별 어려움 없이 대통령에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파나마에서는 현 집권당인 민주개혁당의 후보인 호세 도밍고 아리아스가, 우루과이에서도 현 집권당인 좌파연합의 후보인 전직 대통령 타바레 바스케스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나라의 대선과 함께 올해에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중남미 강대국 중 하나인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개최된다. 6월 12일에서 7월 13일까지 브라질 전역에서 펼쳐질 세계 최대의 축구대전에 전 세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브라질은 잠자는 호랑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역동적인 신흥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킴으로써 국제적인 위상을 제고하고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년에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월드컵 개최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서 나타났듯이 브라질 국민들은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자부심보다는 최근 몇 년간 브라질이 이룩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교육, 복지, 치안 문제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브라질 사람들이기에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현실의 문제를 잠시 잊고 경기에 도취되어 열광하겠지만, 월드컵 개최의 성과가 자신들의 일상적인 삶의 질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작년과 같은 사회적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4년은 중남미 여러 국가 간의 영토분쟁과 관련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는 해이기도 하다.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는 페루가 해양 국경선의 변경을 요구하며 칠레를 제소한 것과 관련하여 1월 27일에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국 모두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하고는 있으나, 판결이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최근에 출범한,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가 참여하는 태평양 동맹을 약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올해에는 1879년 칠레와의 전쟁에서 영토를 상실한 볼리비아가 태평양 출구를 확보하기 위해 칠레를 상대로 제소한 재판과 코스타리카가 니카라과를 상대로 산환강의 영유권과 관련해서 제기한 재판이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유엔 중남미 카리브 경제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중남미 경제는 2013년에 기록한 성장률 2.6%보다 높은 3.2%의 성장률을 보이고, 미국 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이 지역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에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할 나라는 파나마로 약 7.5%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이어 페루와 볼리비아가 각각 5.5%, 니카라과와 도미니카공화국이 각각 5%, 콜롬비아, 파라과이, 에콰도르, 아이티가 각각 4.5%, 멕시코가 3.5%의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위원회는 내다봤다. 또한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을 보일 국가로는 베네수엘라(1%)와 아르헨티나(2.6%)을 꼽았다.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중남미 국가 중에서 국제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나라는 작년 말에 에너지 개혁 법안이 통과된 멕시코이다. 이로써 멕시코에서는 70년 만에 외국 자본이 이 나라의 석유 채굴과 수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멕시코 석유 산업에 외국 자본의 참여 허용이 곧바로 멕시코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지는 멕시코가 에너지 개혁과 관련된 후속 법안을 얼마나 신속하게 제정하고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2014년에는 몇 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와 같은 태평양에 인접한 국가들과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브라질과 같은 대서양에 인접한 국가들 사이의 경제성장 추세의 차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수출품목이 다변화되어 있고 다른 나라들과 보다 많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태평양에 인접한 국가들이 대서양에 인접한 국가들보다 올해에 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멕시코, 칠레, 중미 국가들처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미국의 경기회복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고, 반면에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같이 대중국 농산물 수출의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중국의 경기침체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