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순 박사 (인하대학교 객원연구원)
I.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한국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2017년 12월 20일에 실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결과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탄핵안을 인용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즉시 대통령직을 상실했다. 탄핵일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어야 하는 법 조항에 의해 5월 9일 한국의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게 된 것이다.
그 동안 각 정당에서 대선 후보를 결정하여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과 정의당 심상정이 각각 대선 승리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에 헌법과 선거법을 개정하자고 국민의당 등에서 주장했다. 이는 개헌을 통해서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인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 구조를 바꾸어 국가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줄곧 국민의 지지 1위를 달리고 있고 120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민주당 문재인 측에서는 현행 헌법으로 대선을 치러도 개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여 국회 재적 2/3가 필요한 헌법과 선거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여기에 또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테마가 결선 투표제 도입이다. 결선투표제는 선거 과정을 통해 국민의 콘센서스(consensus)를 모아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국정 안정을 이루는 제도다. 이는 갈등 해소 명분과 본선에서의 2위 득표자도 결선을 통해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닌 것이다.
이 결선 투표제도는 국가 사회의 경제적인 문제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나 헌법과 선거법을 통해 정치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잘 유지해오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살펴볼 수 있다. 2015년에 실시되었던 아르헨티나의 예비선거에서 결선투표 과정과 결과를 가지고 한국 대선 제도와의 차이점을 비교하고 2015년 대선 후의 아르헨티나 상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II.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제도의 특징과 2015년 대선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제도의 특징은 예비선거와 본선거 그리고 필요할 경우에 결선투표(Ballotage)에까지 이어지는 다 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유권자인 국민들의 최종 당선자에게 합의(consensus)를 모아가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선거는 1853년에 제정되고 그 동안 다섯 번의 개정을 통해서 현재 통용되는 헌법 제 97조, 98조와 2009년 도입한 선거법 26,571조에의해 실행된다.
선거제도의 3단계로 실시되는 바 첫째 단계가 예비선거 과정인데,
이 예비선거(PASO: Primarias Abiertas Simultáneas y Obligatorias)제도는 2009년에 선거법 26,571호로 긴 역사의 선거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도입되었으며, 국민이 예비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은 물론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지사, 시장, 구청장, 시.구의원 등 모든 공직을 담당할 후보에게 본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부여하는 선거제도다.
이 예비선거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하며 17-70세의 모든 국민이 정당 소속의 유무와 관계없이 1인 1표를 행사한다. 이 예비선거에서 다수의 후보 중 1.5%이상을 얻은 후보자에 대해서만 본선 출마 자격을 부여하여 선거에서 후보의 난립을 방지하고 후보의 지지 정도를 확인한다.
2015년 아르헨티나대선은 이 선거법에 의해 지난 2015년8월9일 예비선거(PASO)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 1.5%이상을 획득한 여섯 명의 후보가 결선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예비선거가 실시된 약 두 달 반 후인 10월25일 실시한 본선거에서 여당인 페론당의 시올리 후보가 37.08%, 야당인 바꾸자의 마끄리 후보가 34.15%, 그리고 제 3당인 마사 후보가 21.39%를 각각 획득하여 어느 후보도 당선에 충족되는 45%나 2위와의 10%차이를 둔 40% 이상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아르헨티나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결선투표(Balotaje)가 2015년 11월22일에 실시되었고, 본선에서 1, 2등인 시울리와 마끄리 후보 2명이 국민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선거 결과 본선에서 2위를 했던 마끄리 후보가 3위를 했던 마사 후보 진영의 지지에 힘입어 51,34%를 얻었고, 시올리 후보는 48,66%를 얻는 데 그쳐 마끄리 후보가 새 대통령에 당선되어 2015년12월10일에 마우리시오 마끄리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한 것이다.
일련의 아르헨티나 선거를 돌아볼 때 처음 본 선거가 실시되었을 때는 집권 여당 페론당의 시올리 후보의 승리를 점쳤으나, 그는 본선에서는 37.08%표를 얻는데 그쳤고, 마끄리 후보와 마사 후보는 각각 34.15%와 21.39%를 획득하여, 최종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었다.
즉 시올리는 2위와의 최소한 차이를 위한40%에 못 미쳤고, 마끄리와 마사의 표를 산술적으로 합치면 55.54%가 되어서 결선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비록 3위에 그쳐서 최후 결선투표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세르히오 마사가 얻은 5백 3십만 표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서 승패를 가리는 형편이 되었다.
사실 아르헨티나 정치에는 몇 가지 신화(Mito)같은 것이 전해져 왔다. “페론당은 권력의 화신으로 어떤 경우에도 큰 선거 앞에서는 힘을 모아 선거에 승리한다”는 정서와 “페론당 정부가 아니면 당선이 되어도 집권 만기까지 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라는 내용 등이었다.
그렇지만 국민 사이에 깊숙이 남아있는 페론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신화를 깨고 2위의 마끄리가 결선에서 3위의 마사의 지지를 획득하여 본선에서의 패배를 딛고 결선을 승리로 장식하였다.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은 촛불 시민이 이룬 혁명적 상황이다. 그러나 문재인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주장했던 결선제도를 포함한 헌법개정을 통해 선거를 치를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36.6%, 김영삼과 김대중이 각각 28%와 27.1%를 얻었다. 이 경우에 결선 투표가 도입되었다면 2위를 한 김영삼이 3위의 김대중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을 것으로 가정해 볼 수 있다.
문제는 금년 19대 대선에서는 현재 박근혜 집권 기반이었던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리되고 그들의 지지 합이 10%내〮외로 민주당의 문재인과 국민의당 안철수의 양 강이 선거를 주도하고 있다.
만약 결선투표제를 채택했다면 이 양 강 중 한 후보가 45%와 2위와 10% 차를 가진 40% 이상을 얻지 못한다면, 결선투표에서 기타 정당 지지자들이 지원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그럴 경우 합당이나 정치인간의 연합이 없어도 국민이 당선자를 선택하여 국정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III. 마끄리 정부의 평가와 전망
(사진 마끄리 대통령이 2017년 4월 7일 국립은행에서 부동산 구입영 30년 기간의 장기대출 정책을 발표한다)
마끄리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선 보였다. 국제 금융당국과 홀드아웃 해결, 무역 자유화, 농업 부분 지원, 실업 축소,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제 성장으로 정상적인 국가로 발전 시키겠다는 공약을 내 걸었다.
마끄리가 집권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홀드아웃과 무역 자유화 그리고 수출세 폐지 등 괄목할 만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끄리 정부 출범 후에 인플레이션 증가, 실업 증가, 수입품 증가로 국내 생산 저하, 소비 감소, 불법 이민자 추방, 건강과 교육부분의 예산 축소와 물, 가스와 교통비 등 공공 요금인상으로 서민 생활이 핍박해졌다는 것이다. 국민의 민생이 전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전반적인 여론이다.
아르헨티나 정치사를 볼 때 끊임없이 경제 사회의 문제가 발생했고, 그럴 경우에는 민간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저항하거나 노동자들의 파업이 잦았고 군인이 나와서 민간 정부를 뒤집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마끄리 집권 1년의 여론 조사에서는 경제 회복이 늦어진 것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크나 아직도 여러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50%의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결선 투표제를 통해서 국민 51,34%가 지지를 보내서 정부를 선택했던 것 또한 중요한 사안이다.
예를 들면, 지난 2016년 10월 24-26 3일간 아르헨티나 정치.사회연구 여론조사기관인 OE(Observatoria Electoral)에서 1,24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5.2%가 마우리시오 마끄리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32.5%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마끄리 정부에 대해서 51.4%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43.9%가 부정적이었다.
또한 메넴 정부시절 경제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주도했던 오르란도 페레레스(Orlando J, Ferreres) 박사가 라 나시온 지에 2016년 12월 21일 기고한 “아르헨티나 2017년 과제(El problema de 2017 para la Argentina)”에 의하면 마끄리의 야당 세력인 전 대통령 키르츠네르 진영과 좌파 진영과 페론당 노조 등이 마끄리 정부의 실패를 조장한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오르란도는 농업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수출세를 폐지하여 비록 곡물 가격이 떨어졌으나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국민은 비록 단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마끄리 정부가 페론주의의 포퓰리즘 정부보다는 낫다”는 신념으로, “과거로 복귀하고자 하는 좌파 진영에 눈을 주지 않은체 희망을 갖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민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안정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상-
참고문헌
박채순,“아르헨티나 대통령, 역사상 첫 결선 투표행”,“아르헨티나 새 대통령에 마끄리(Macri) 당선”, “아르헨티나 정권교체의 의미와 마크리 정부의 전망: 현지에서 보았던 정권 교체의 과정과 현황과 전망”,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한국 아르헨티나협회 공동학술대회 발표 논문. “아르헨티나 결선투표제의 한국 대선에 시사점”, 신문고 뉴스 기고문.
www.clarin.com
www,lanacion.com
www.worldkorean.net
OE(observatoria Electoral), Tendencias de Opinión Pública.
Prensa Presidencia de la Nación
BBVA, “Situación Argentina Primer trimestre 2017”
Orlando J, Ferreres, “El problema de 2017 para la Argentina” en La Nac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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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필자의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와 한.아르헨티나협회 공동학술대회 발표문 “아르헨티나 정권교체의 의미와 마크리 정부의 전망: 현지에서 보았던 정권 교체의 과정과 현황과 전망”과 브레이크뉴스 기고문 “아르헨티나 결선투표제의 한국 대선에 시사점”을 기반으로 수정 보완하여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