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삼교 (위덕대학교 공공행정학부)

 

 ■ 광산국가 페루와 “자원의 저주”

 1990년대 초 후지모리 정부 이후 페루 정부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1990년대 초반부터 민영화와 다국적기업의 투자 유치, 시장개방 특히 2009년 미국과의 FTA를 비롯한 무역자유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추진해왔으며 특히 광물부문에서는 외국기업의 직접투자를 통해 광산개발을 추구하였다. 페루 경제의 지속적 성장세와 빈곤 완화 효과는 일차상품 중심의 신자유주의 정책방향이 상당한 긍정적 성과를 거두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광산부문에 의존하는 성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으나 일단은 2000년대 중반이후의 국제광물가격의 상승과 중국 등 신흥시장의 자원 수요에 힘입은 경제성장은 페루 거시경제의 안정화와 소득 증가로 연결되었다.

 경제를 하나의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에 나타나는 소위 “자원의 저주” 현상 즉 권위주의와 빈곤, 사회적 불평등의 만연, 저성장 현상은 페루의 경우에는 그다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페루 경제는 2000년 이후 중남미에서도 독보적인 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민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빈곤율이 크게 완화되었고 사회적 프로그램 지출이 10년 사이에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페루가 “자원의 저주” 현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광산부문에서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환경오염에는 등을 돌리고 있으며 고산지대 농민들의 광산 개발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가혹한 억압을 통해 저항을 진압해왔다. 국립경찰이 민간 광산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여 시위 주민들을 진압하는데 동원되는 국가 권력의 사유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페루에서의 자원의 저주는 (적어도 지난 20년간의 기록에 의하면) 경제의 파행보다는 사회환경적 갈등의 악화와 정치적 민주성의 약화로 나타나고 있다.

 

 ■ 페루의 성장과 거시경제의 안정화

 페루 경제는 지속적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 결과 (혹은 추진에도 불구하고) 거시경제에서는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페루 경제는 2000년 GDP 규모 533억 달러에서 2014년 2,210억 달러를 기록하여 거의 4배 가까운 성장을 보였으며 2000년대의 첫 십년간 그리고 최근까지 세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을 제외하면 7-8%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2013년부터 성장세가 하락하고 있으나 페루 정부는 이를 외국 투자의 부진 특히 광산부문에서의 투자 부진 때문이라고 보고 2014년 7월 환경규제를 크게 완화하여 광산기업의 환경 법규 준수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페루 경제성장은 기본적으로 광산부문의 성장과 직결되어 있다. 광산부문 수출은 2003년 46억달러 2012년 261억 달러로 10년 사이에 6배 가까운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광산부문 투자도 2007년 12억 달러에서 2010년 40억 달러, 2013년에는 97억 달러로 매년 큰 증가폭을 보이고 있으며 6년 사이에 무려 8배에 가까운 신장율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광산부문 조세 수입은 내국세 수입액의 최대 25%까지 차지하여 광산부문은 국가재정에 크게 기여하였다. 광산부문의 조세수입은 1998년 3.7%에 불과하였으나 2004년 7.2%, 2005년 11.2%, 2007년 24.7%까지 증가하였으며, 최근에는 점차 하락하여 2010년 15.2%, 2014년 9.2%를 기록하였다. 조세수입 증대는 사회적 지출의 확대를 통해 교육 및 건강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활용되었다.

 수출은 2004년부터 2014년 사이 국제수요의 증대와 국제 광물 가격 상승으로 거의 3배 가까이 늘었다. 수출의 호조로 무역수지도 줄곧 50억 달러의 이상의 흑자를 보였으나 2014년에는 광물 수출의 부진으로 25억 달라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비교적 장기간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1차상품 경제는 국제시장의 불안정성에 취약하다는 근본적 한계를 벗어나기를 어렵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광산부문 수출의 지속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광산부문의 국내성장율이 낮고 불규칙한 것도 광산경제의 상대적 고립성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 표에서 보듯 2000년 이후 환율과 인플레는 지속적으로 안정세를 보여 왔으며 실업율도 4%대에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 외채규모도 2006년의 GDP의 32%에서 2013년에는 18%로 감소하였으며 외환보유고는 2015년 3월 현재 624억 달러로 GDP의 30%에 이르며 남미국가에서는 칠레 다음으로 높은 국가신용도를 보이고 있다.

 

<페루 경제 주요 지표>

출처: Boletín Estadistíco del Subsector Minero, 2015, Febrero, Ministerio de Energia yMinas

 

 특히 빈곤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페루의 2004년도 빈곤율은 58.7%였으나 2012년에는 25.8%로 크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도농 간의 차이는 비교적 커서 2004년 도시빈곤율이 48.2%, 농촌 빈곤율이 83.4%인데 비해 2012년의 빈곤율은 도시 16.6%, 농촌 53%로 경제 성장의 과실이 도시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 광산주도 성장의 그림자

 페루는 다국적기업 주도의 광산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 국민의 인권보다 다국적기업의 이익 추구를 중시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환경오염을 방치하며 시민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적 기능을 스스로 방기하고 있다. 2006년부터 매달 사회적 갈등 현황을 집계하고 있는 호민관청 (Defensoría del Pueblo)에 의하면 사회적 갈등은 2006년 7월의 82건에서 2014년 10월에는 217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사회환경적 갈등의 70%가 광산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주원인이라는 점에서 페루 경제의 성장은 고산지대 광산인근 주민들의 인권 및 생존권에 대한 위협을 담보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광산개발 지역은 오랜 개발기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과 시위를 야기하고 있다.

  광산 개발로 인한 갈등은 주민들의 시위와 경찰의 진압으로 이어져 다수의 인명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2005년에서 2011년 9월까지 총 2,196건의 시위가 발생하였으며 2006년부터 2011년 9월까지 195명의 사망자와 2,312명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2011년 7월 우말라 정부가 들어선 이후 1년 남짓한 2012년 9월까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적어도 19명이 사망하였다. 페루 신자유주의 국가는 광산 개발 다음 단계의 장기적 발전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국적기업과 국제시장의 변동성에서 탈피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국가가 자원에 대한 일방적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광산지역 공동체와 공존하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기존 지배층이 자원 분배의 불균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자원의 저주” 메카니즘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