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중남미지역원 원장)

 

 라틴아메리카 경제지표가 심상치 않다. 2014년에는 0.5% 성장하는데 거쳤고, 2015년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라틴아메리카의 십년(Latin American Decade)라고 불릴 정도로 높고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던 경제가 왜 이렇게 어려운 상황으로 급변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이 의존하고 있는 1차산품의 국제 가격 하락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철강을 비롯한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국제시장 가격이 하락하다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석유가격 급락이 결정적이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베네수엘라가 유일한 OPEC 회원국이지만 멕시코, 브라질과 볼리비아 등 석유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이들 국가 중에 라티아메리카 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브라질과 멕시코 경제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 사실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크게 멕시코가 주도하는 중미를 움직이는 멕시코 클러스터와 남미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브라질 클러스터로 구분된다. 특히 멕시코와 브라질은 어느 한쪽이 빠르게 성장하면 다른 한쪽은 주춤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두 국가의 경제 상황이 라틴아메리카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멕시코는 2014년 건설, 제조업과 서비스 부분이 주도하면서 2.1%의 성장률을 기록 했다. 지난 2월 제조업의 성장은 둔화되었고, 소비자 기대지수도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면서 여전히 불안한 요소를 안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2016년에 석유가격이 다시 상승하지 않으면 더욱 긴축 재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멕시코 경제는 미국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곳인데,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현재 멕시코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로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낮고, 정부의 투자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페소화의 가치 하락에 따른 소비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년간 멕시코 경제는 수출 주도 제조업부문의 성장, 평균 이상의 산업 생산성 증가와 중국과의 임금 경쟁력 확보를 통해 성장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 부분의 성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고속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브라질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무역적자 폭이 증가했고, 높은 석유가격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이 담보되었던 석유개발이 유가 하락으로 경제성을 잃으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뻬뜨로브라스(Petrobras)의 스캔들이 터진 이후 석유와 가스 부문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프라 투자도 줄어들고 있고 긴축재정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번 달에 들어서 스캔들에 연류된 기업들이 파산선고를 하면서 그 여파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런 추세라면 2015년에도 경제성장은 0.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낮은 노동시장의 탄력성, 중국의 1차 산품 수요 감소, 완만한 신용 대출 증가, 상장 촉진을 위한 구조개혁의 실패 등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틴아메리카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환율 상승을 들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멕시코 페소와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 환율 상승은 국내 수요 감소와 정치적 이유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다행히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전망이 밝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이 수출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어 다소 위안을 삼을 수는 있으나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으로 반영될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 동안 브라질 헤알화는 고평가되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은 아니었다. 헤알화의 가치 하락은 기본적으로 국제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역시 국내 수요 감소, 투자 위축과 같이 브라질 전체 경제 흐름과 직결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멕시코 보다 좀 더 취약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환율 상승은 국내 수입 소비재의 가격을 인상시키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데 경기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많은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예정한 곳들이 등장하면서 그 여파가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환율 상승으로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금을 동원하지 못하면서 외부적인 충격이 고스란히 내부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라틴아메리카 평균 인플레이션이 12.8%를 기록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두 자리 숫자 이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평균 인플레이션이 16.3%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2016년에는 다소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어 11.8%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라틴아메리카 경제 운영에 또 다른 문제는 정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엔리께 뻬냐 니에또(Enrique Peña Nieto) 대통령의 경우에는 지난해 9월 발생한 43명의 대학생 납치 사건이 정부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수행원이 이권개입 스캔들에 포함되었다는 논쟁이 불거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극에 달했던 사회적인 저항 운동이 숙어들고 있다는 것이 다소 긍정적인 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부패척결을 위한 정책과 문제해결을 위한 기구들을 개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대통령은 올해 1월 1일에 2기 정부를 출범시켰으나 뻬뜨로브라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책을 실현하는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에서도 정부의 긴축재정에 대한 저항과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페루의 경우에도 전력 공급에 저항하는 외각 지역 원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경제 불황에 따른 사회적 불만과 요구들이 분출하게 되면 아무래도 경제 정책을 실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멕시코와 브라질 경제만으로 라틴아메리카의 10년이 끝났다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측면이 있지만 남미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국가들이 경제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페루 중앙은행장인 훌리오 벨라르데(Julio Velarde)가 언급한 것처럼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인접국가에 2-3일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브라질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남미 지역 경제가 크게 타격을 입게 된다. 물론 칠레, 페루와 콜롬비아를 포함한 태평양 동맹 국가들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지만 여전히 1차 산품 생산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인 점을 감안한다면 역시 불안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라틴아메리카 10년을 언급할 때 전문가들은 라틴아메리카가 이전과 다른 수준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재정수지,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등으로 펀드멘탈이 건전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그 펀드메탈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이라면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구조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