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허구적 공간 안으로 독자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자체의 허구성을 끊임없이 독자가 자각하여 새로운 해석을 스스로 하게 함으로써 글쓰기가 상징하는 독재적인 것에 늘 비판적으로 저항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소설이 일의적인 주장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중성 또는 다양성을 병렬시키고 그 병렬의 의미를 계속해서 독자가 생각하여보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인식론적 태도임을 알게 한다.

 

 이 같이 로아 바스토스에 의한 70년대 중반의 소설(“나 최고”) 창작에서 합리성을 거부하는 인식론적 다양성의 구조는 오늘날 9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근대성/(탈)식민성 담론 기획의 인문학, 사회과학 학자들에 의한 근대성/식민성 비판과 서로 만나게 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