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에스타도 데 메히코(Estado de Me??xico)에서는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선거가 있었다. 에스타도 데 메히코의 주지사 선거는 매번 대선을 1년 앞두고 열린다는 점, 또 그 주의 인구가 멕시코 32개 주 중에서 가장 많다는 점(인구 1,500만, 전체 유권자의 10%, 국가 GDP의 9%), 그리고 그 주의 위치가 수도와 인접한 멕시코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등으로 대선의 향방을 점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선거에 주목해왔다. 이 번 선거결과는 PRI의 압승이었다. PRI의 대선 후보로 거의 확실시 되는 현 주지사 엔리케 페냐 니에토(Enrique Pena Nieto)가 지원하는 후보인 에루비엘 아빌라(Eruviel A??vila)는 어떤 여론조사기관도 예상하지 못한 64.9%라는 높은 득표율로 여당인 민족행동당(PAN)과 민주혁명당(PRD)을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PRI의 승리는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었다. 선거 전에 실시된 각 정당에 대한 전국적 단위의 호의적 혹은 부정적 이미지 조사에서 PRI는 각각 42.2%, 18.6%로 호의적이라는 평가가 23.6%나 더 많았다. 그에 비해 PAN은 28.0%와 30.0%로 부정적 이미지가 2% 더 많았고, PRD는 각각 18.5%와 41.0%로 부정적 이미지가 22.5%나 더 많았다. 각 정당의 주요 대선 예상 후보들에 대한 평가도 정당에 대한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PRI의 페냐 니에토에 대해서는 44.7%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사람은 8.8%에 불과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한 사람들이 35.9%나 더 많았다. 반면 PRD의 주요 후보로 꼽히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와 마르셀 에브라르드(Marcel Ebrard)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각각 18.0%, 18.2%이고, 부정적 평가는 38.2%와 14.2%로 전자는 부정적 평가가 20.2%나 더 많았고, 후자는 긍정적 평가가 4.0% 더 많았다. PAN 당의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로 예상되는 산티아고 크레엘(Santiago Creel)후보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 15.4%, 부정적 16.1%로서 부정적 평가가 0.7% 더 많았다. 엔리케 페냐, 로페스 오브라도르, 크레엘이 맞붙을 경우 예상 득표율은 각각 48.8%, 16.5%, 17.7%로 PRI 후보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PRI는 1929년에 설립되어 2000년까지 71년 간, 노벨상 수상자 바르가스 요사의 말을 빌리자면 “완벽한 독재”를 통해 멕시코를 지배했었다. PRI 출신의 대통령들은 거의 중세 말의 절대군주와 같은 권력을 누렸으며, PRI는 언론과 선거과정을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PRI 진보세력의 리더인 쿠아우테목 카르데나스(Cuauhtemoc Cardenas)가 탈당함으로써 PRI의 헤게모니적 지배구조에 위기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 1988년 대선에서는 거의 패배할 번 하기도 했다. 1997년 선거에서는 멕시코 역사상 처음으로 PRI가 하원에서 다수를 확보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여소야대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2000년 대선에서 PRI는 PAN에 패배함으로써 결국 71년 장기집권의 막을 내렸다. 그 후 2006년 대선에서도 PRI의 후보는 불과 22.23%를 득표함으로써 PAN의 펠리페 칼데론(Felipe Caldero??n) -35.89%-과 PRD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35.33%-에 이어 3위를 하는데 그쳤다. 그에 따라 성급한 정치평론가들은 PRI의 소멸을 예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처럼 보이던 PRI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회생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높였다. 물론 PRI가 이렇게 회생한 데에는 PRI 자신의 변화보다 PAN과 PRD의 실패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 멕시코 경제의 지속적 어려움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PAN에 등을 돌렸다. 12년간의 통치 기간 동안 PAN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유일하게 내세우는 범죄조직과의 전쟁 또한 폭력만을 증가시켰을 뿐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PRD의 경우 2006년 대선 패배 이후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세련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그에 대한 중산층의 지지가 이탈했다. 또한 내부 분열로 인해 아직 대선을 위한 전열조차 가다듬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록 제도적 권력은 상실했지만, 전국적 하부조직은 유지해왔던 PRI는 영화배우 같은 외모와 대중매체에 잦은 등장으로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페냐 니에토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PAN과 PRD의 실패로 인해 생긴 정치적 공백을 파고들었다. PRI의 과거 비민주적 정치행태나 범죄조직들과의 연관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30대 이하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이나 된다는 점도 PRI의 회생을 가능하게 한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렇다면 PRI의 승리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경제적 측면에서 PRI는 실제 시장경제 개혁을 시작한 정당으로서 개방화, 신중한 거시경제운영 등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다만 멕시코 경제에 있어서 변화가 시급한 독점 타파,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세제개혁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PEMEX의 민간자본 참여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당내에 강경한 반대세력들이 존재한다. 범죄 문제와 관련해서 PRI는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페냐 니에토는 범죄조직과의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PAN 정부와는 다른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모든 면에서 PRI의 집권은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할 것이다. 거기에는 억압, 부패, 위협 등 비민주적 정치 행태도 포함되어 있다. “PRI는 변화하지 않았는데, 국민들은 다시 PRI에게 투표하려고 한다.” 한 멕시코 정치학자의 말이다.
그러나 PRI가 승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다. 과거와 달리 최근 멕시코의 선거 결과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지도의 유동성도 매우 높다. 최근 두 번의 대선에서 에스타도 데 메히코의 선거결과는 대선에 그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1999년과 2005년 에스타도 데 메히코 주지사 선거에서 PRI가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대선에서 그 주의 1위는 PAN 당이 차지했으며, 2006년 대선에서 PRI는 PRD와 PAN에 이어 3위로 추락했다. 또한 최근 세 번의 대선에서 가장 유력시 되던 후보들이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다. 1994년 선거에서 PRI의 유력후보였던 루이스 도날도 콜로시오(Luis Donaldo Colosio)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암살되었으며, 2000년 대선에서 역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했던 PRI의 프란시스코 라바스티다(Francisco Labastida) 후보는 PAN 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리고 2006년 대선에서는 선거 전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였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선거 8개월 전까지 지지율이 불과 2.5%에 지나지 않았던 PAN의 칼데론 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런 지지의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 페냐 니에토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그 어떤 때보다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후보자의 개인적 인기가 높다. PRI도 그를 통해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멕시코 정치의 막후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 대통령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Carlos Salinas de Gortari)가 그를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거기에다 PRI의 전통적 조직력이 다시 살아난다면 PAN과 PRD의 후보가 그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PRD가 내부의 분열을 극복하고, 그의 후보가 급진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브라질의 룰라와 같은 온건한 이미지를 확보하고, 또 그를 통해 푸에블라, 오아하카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PAN과의 선거연합을 대선에서도 이룰 수 있다면 선거 판도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중남미에서 여전한 중도좌파의 바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가정이 쉽게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