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복 교수 (단국대학교 포르투칼(브라질)어과)
지난 8월 81일 브라질 상원에서 61대 20이라는 표 차이로 지우마 호우세피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이로써 룰라 이후 13년간 지속된 좌파 노동자당의 집권이 막을 내렸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탄핵을 통해 정권을 잡은 세력은 바로 지우마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 떼메르(Temer) 중심의 (중도)우파 세력이었다.
지우마의 탄핵 사유는 1950년 제정된 책임범죄(Lei de Crimes de Responsabilidade)와 2015년 임기 중에 범한 것으로 알려진 연방정부재정의 분식회계(pedaladas fiscais)였는데 그것이 과연 탄핵사유가 되느냐는 문제를 두고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혹자는 애초부터 근로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던 좌파세력이 정권을 잡은 것에 불만을 가진 엘리트 부르주아 계층이 결탁하여 그녀를 몰아낸 것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하면 하위계층이 정권을 잡은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중상위 계층에서 볼 때 1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 계층이 집권하며 자신들을 통치한 것이 영 못마땅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것을 빈말로 보기에는 매우 의미 있는 뚜렷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떼메르는 180일간 지우마 전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진행되던 동안 준비를 하여 그녀가 탄핵된 직후 32개 장관급 부처를 23개로 축소하면서 새 내각을 발표했는데 모두가 백인이었으며 흑인이나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과거 백인 위주의 엘리트 기득권 세력이 되돌아온 것이다. 그들은 2003년 룰라가 정권을 장악하기 전까지 브라질 역사에서 한 번도 권력을 놓아보지 않은 백인 엘리트 중상위층을 대변한다.
이것이 향후 떼메르 정부가 취할 정책 노선에서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브라질이 수십 년 간 쌓아온 민주주의가 상당히 퇴보할 것이 예상된다. 비록 좌파로 대변되는 룰라(Lula)와 지우마(Dilma) 전 대통령의 우호세력인, 시민사회단체들과 노조들이 지우마의 탄핵 시도부터 지금까지 전국적인 시위를 벌이게 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물론 지우마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역시 끊이질 않았었다.
어쨌거나 과거 백인 엘리트 기득권층이 재등장함으로써 최소한 현 정부 하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이 필요로 했던 정책들이 상당수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브라질 정국과 경제를 중심으로 몇 가지 전망을 해보고자 한다. 이것의 일부분은 현 떼메르 정부가 해결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1. 정치
우선 정치상황을 전망하기 위해 탄핵 정국 직후에 실시되었던 시장 및 시의회의원 선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월 2일 실시된 이 선거 결과 지우마 전 대통령이 속한 노동자당(PT)은 단지 252명의 시장만을 탄생시키는데 그쳤다. 4년 전 당선시킨 644명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 것으로써 선거 직후 노동자당은 탄핵사태로 치닫던 국면이 이제 안정을 찾은 것이며 깊은 비관론도 이제 극복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아래 <도표 1>과 <도표 2>를 보면 룰라 전 대통령과 지우마 전 대통령이 속한 노동자당은 2000년 이후 지방선거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다가 이번 탄핵정국에서는 급격한 추락을 경험했는데 이와는 반대로 현 떼메르 대통령이 속한 PMDB와 동 당과 연정을 하고 있는 브라질사회민주당(PSDB)당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노동자당이 잃은 시장직을 여타 정당들이 골고루 나눠가진 것이며 특히 과거 페르난두 엥히끼 까르도주(Fernando Henrique Cardoso) 전 대통령이 속한 PSDB당이 하락세를 멈추고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낸 것이 주목된다. 동 당은 1995년 선거 이후 줄곧 PT당과 대선에서 맞붙었던 정당으로서 까르도주의 집권 8년(1995~2002) 이후 룰라에게 두 번, 지우마에게 대선에서 두 번 연거푸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따라서 PMDB의 떼메르 정권과 연정을 하면서 2년 후 있을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한 가지는 <도표 3>에서 볼 수 있듯이, 2013년 대선의 득표분포와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는 점으로써 노동자당은 아직까지 소득이 낮고 학력이 떨어지는 북동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PMDB와 PSDB는 소득이 높고 학력도 높은 백인층이 두드러지는 중남부 지역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구도가 탄핵이라는 정국 직후에도 유지되었다는 것은 탄핵사태가 기존의 지역구도에 예상 밖의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도표 1] 2016년 시장선거 결과. x좌표는 1차 투표에서 당선된 시장의 수, y좌표는 연도

[도표 2] 퍼센티지로 본 정당별 당선 시장 비율

[도표 3] 지역별 각 정당의 시장 당선 수
이와 더불어 정치와 관련하여 한 가지 고려해야할 사항은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다. 지난 10월 4일자 전국산업연맹(CNI)의 요청으로 IBOPE가 여론조사 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 떼메르 정부가 잘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14%에 불과했다. 또 잘못한다거나 최악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9%로 높게 나타났다. 그저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도 34%로써 떼메르가 대통령권한대행으로 있을 때 실시된 6월의 조사보다 2% 낮게 나타났다,
또한 떼메르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에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6월의 조사보다 3% 높은 31%로 나타났으며 그의 통치방식에 대해서도 6월의 53%에서 2% 증가한 55%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떼메르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는데 전체 응답자의 26%만이 그를 신뢰한다고 밝힌 반면 68%는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 번 조사에서는 각각 27%와 66%를 기록했었다.
동 조사에 따르면 또 응답자의 24%만이 현 떼메르 정부가 전 지우마 정부보다 낫다고 응답하였는데 지난 번 조사에서는 그 수치가 23%였다. 한편 두 정부가 똑같다고 응답한 비율은 33%였는데 지난 6월 조사에서는 44%였었다. 그리고 31%는 현 정부가 이전 정부보다 더 못하다고 응답했는데 6월 조사에서는 26%가 지우마 정부가 낫다고 대답했었다. 이러한 지수들을 볼 때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이며 이것은 떼메르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어쩌면 다시 노동자당이 되돌아올 기회를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자당은 전통적으로 20%~25%의 고정 지지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 다시 부각되고 있는 Odebrecht그룹의 일명 Lava-Jato 부패스캔들에 연루된 떼메르 정부의 장관들이 무려 11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연방하원의장으로 떼메르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호드리고 마이아(Rodrigo Maia)와 떼메르의 소속 정당인 PMDB소속 상원의장인 Renan Calheiro가 포함되어 있다. 이 문제 역시, 지난 정부의 도덕성을 질타한 현 정부의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여파 때문인지 동 여론조사에서는 떼메르정부의 미래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예상이 증가했는데 응답자의 38%가 떼메르 정부의 남은 임기가 나쁘거나 최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조사에서 이 수치는 35%였다. 한편 긍정적인 전망은 지난 번 조사 때와 차이 없이 24%를 차지했다. 미세한 차이지만 브라질 국민이 현 정부에 대해 실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보통일 것으로 예상한 수치는 오차범위 내에서 변동이 없었는데 지난 번 조사에서는 32%였던 것이 이번 조사에서는 30%를 차지하였다. 또한 모르겠다고 응답한 수치는 9%에서 8%로 줄어들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22일과 25일 사이 브라질 143개 도시의 2002명을 대상으로 전국산업연명(CNI)의 의뢰를 받아 IBOPE가 조사한 것이며 오차 범위는 ±2%에 신뢰도는 95%라고 한다.
2. 경제
2015년 10월 PMDB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떼메르 현 대통령이 지우마 전 대통령과 완전히 갈라서기로 결정한 배경으로 지목(9월 21일)한 “미래를 위한 다리(Uma Ponte para o Futuro)”의 내용을 보면 떼메르 정부가 추진할 경제 사회개혁의 내용이 잘 드러나는데 물론 동 문건의 목적은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 제시의 목적을 갖고 있었고 지우마 전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었다. 동 문건에 따르면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 국민 대다수에게 매우 혹독할 것이지만 구조적인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재정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 번째 동 문건이 제시하는 개혁 방향은 정부의 지출 삭감 내지는 억제이다. 실제로 연방정부의 공공지출이 전체 GDP의 20%에 달하는 등 이 부분이 브라질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 정부는 매년 국가 정책들을 한 독립된 위원회가 평가하고 그 평가에 따라 해당 정책을 없애거나 지속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복안은 현재 연방예산의 92%가 정부의 의무 부담 비용들로써 이로 인하여 연방정부의 예산 가용 범위가 상당히 위축되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게다가 이 예산의 상당부분(특히, 사회보장관련 예산)이 1988년 헌법과 그 이후 헌법 개정안에서 못 박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재정개혁을 시도하려면 헌법 수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현 정부는 모든 정치력을 동원하여 헌법수정안(PEC - Proposta de Emenda à Constituição)을 의회에 제출하고 이의 통과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또한 "미래를 위한 다리" 문건이 공공적자의 대표적인 분야로 보건, 교육 그리고 사회보장제도를 지목하고 있는 만큼 현 정부는 이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남성의 경우 은퇴 연령을 점진적으로 65세 이상, 여성은 60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인데 이것은 사회보장기금의 과다지출을 방지함으로써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교육 분야에서는 이공계분야 전문 인력 “10만 양병설”로 알려진 “국경 없는 과학(Ciência Sem Fronteiras)” 프로그램이 중단될 것으로 알려져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재무부장관인 엥히끼 메이렐리스(Henrique Meirelles)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 각 분야의 예산이나 지출이 너무 지수화되어 있는 것이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예를 들면 일반 직장인이나 공무원들의 봉급 및 연금은 최저임금과 연동되어 있어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것들이 자동 인상되어 공공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며 이전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한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인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도 최저임금과 연동되어 있다. 그는 일반 서민들의 저항을 의식한 듯 그들의 시위나 반대 주장은 민주주의의 일부라고 평가하면서 보다 큰 차원에서 브라질 사회의 미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미래를 위한 다리“ 문건에는 정부와 민간부문간의 관계를 보다 긴밀히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프라산업과 관련하여 국가는 필요한 모든 것을 민간부문에게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건 분야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동 부문의 민영화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떼메르 정부는 최근 들어 2017년부터 2018년 초 사이에 사회간접자본과 관련된 34개 프로젝트(항만, 에너지, 공항, 석유, 도로, 철도, 상하수도, 광물 등)를 민간자본에게 입찰을 통해 양허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떼메르 정부는 약 240억 헤알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떼메르 정부가 정부의 지출을 제한하는 것이 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개혁과 관련하여 떼메르 정부는 범 여당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브라질 시사주간지인 Exame에 따르면 현재 조세개혁과 관련하여,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연방하원의원의 183명이 찬성을 하고 있는 반면 217명이 공공지출의 보다 큰 융통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견은 떼메르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조세개혁이 지지부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 개혁의 주요내용들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한편 시장에서는 경제와 관련하여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7년의 GDP성장률이 마이너스가 아닌 최고 1%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며 인플레이션의 경우 다소 하락하겠지만 정부의 목표치인 4.5%를 다소 상회하는 5%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예상은 떼메르 정부가 공공적자 해소에 최우선 정책 순위를 둘 것이기 때문으로, 문제는 이미 언급했듯이 공공지출의 확대를 금지하고 있는 PEC(Proposta de Emenda à Constituição) 법을 의회가 거부하거나 변경할 경우 조세개혁의 상당부분이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긴 탄핵정국 이후 브라질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국론분열을 겪고 있다(아래 사진 참조)는 점을 현 정부가 인식하고 이의 치유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오랜 기간 브라질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론분열은 극단적인 대치를 몰고 올 것이고 이것은 또 사회계층간의 뿌리 깊은 반감과 저항을 몰고 올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정책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정치는 물론 경제까지 "잃어버린 10년"인 80년대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또 현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주변국들과의 관계이다. 외무부 장관으로 기용된 주제 세하(José Serra)는 최근, 브라질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던 주변국들, 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등이 지우마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의 정당성을 두고 비판을 한 것과 관련, 이들 국가들에 대해 "거짓(falsidade), "편견(preconceito)", "얼토당토 한(absurdo)" 등의 표현을 쓰면서 공식 논평을 내어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매우 소원해졌다. 상당수의 정치평론가는 세하가 차기 대권도전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지역통합과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오랫동안 공들여온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출처: Folha de São Paulo. "즉시 탄핵하라"는 탄핵찬성 시위대들의 모습

출처: Folha de São Paulo. 떼메르 퇴진을 외치고 있는 노조원들과 시민운동단체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벌어진 친 탄핵파와 반대파 사이의 시위사태는 국론을 극단으로 분열시켰고 가뜩이 어려워진 경제를 더욱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아가 지우마의 탄핵을 요구하던 사회계층과 그것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는 계층간의 알력과 국론 분열이라는 문제를 현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