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국 (한국외대 외래교수)

한국과 라틴아메리카와의 관계가 정책적으로 수립된 지 어언 50년이라는 반세기를 맞이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수출에서 시작하여, 투자로, 국제협력으로, 수입으로 까지 확대되어 오고 있다.

경제관계의 변화는 크게 무역, 투자 및 협력 관계로 대별해 볼 수 있다. 무역은 1970년대 수출드라이브 정책 하에서 라틴아메리카 시장이 개척되기 시작하였으며, 주체는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현장에서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하여 수출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당시 한국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추구하면서 오로지 수출 하나에 국가 운명을 걸었다. 이후 라틴아메리카는 오랜 기간 조용히 변함없는 수출효자시장의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라틴아메리카 수출은 2003~2010년 세계 평균치 13%를 크게 상회하는 22%였으며, 2012년 라틴아메리카 대상 무역 흑자액은 215억 달러로 줄곧 흑자 효자시장이 되고 있다. 특히 멕시코와 브라질은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흑자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역별 수출 비중을 보면 라틴아메리카는 총수출의 6.7%로 중국 24.5%, 아세안 국가 14.4%, 미국 10.7%, EU 9%, 일본 7.1% 등에 비해 아직은 낮은 비중을 보이고 있어 수출 시장 다변화 관점에서 지속적인 무역 동반자로서 성장해 나가야 한다.

투자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자원외교 정책에 힘입어 기업들의 자원 투자가 활발해 지고 있다. 기존의 대우, LG, 삼성 외에 포스코, 동국제강, SK 에너지 및 기타 수많은 에너지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있다. 대기업은 독자적인 판단과 재원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향후 보다 많은 기업의 참여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ODA 재원과의 연계 활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ODA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EDCF)로 나누어지는 데 2013년 KOICA 무상원조 사업의 13%, EDCF 사업의 7%가 라틴아메리카에 배분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무역수지 흑자 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의 비중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국가 브랜드인 'K-재원'으로 협력 확대의 기반을 확충하는 데 투자될 필요가 있다. 향후 라틴아메리카는 인프라투자가 국가 최우선정책이 될 것이다. 인프라의 확충 없이는 미래가 없기에 도로, 항만, 철로, 공항, 발전소, 통신 등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될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무역을 위한 원조(Aid for trade)' 프로그램도 한국의 '무역입국' 경험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 전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무역 증진을 위한 인프라 및 시스템 등의 협력 등이 될 것이다.

투자/경제 협력 면에서는 단연 FTA 확산이 대세다.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될 때만해도 참으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러나 시장에서 1위와 2위의 차이는 극과 극이라는 점에서 선점효과를 고려해 본다면 한-칠레 FTA는 우리나라의 라틴아메리카 경제 협력의 전환점이 된 것으로 사료된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끝에 최근에는 페루(2011년), 콜롬비아(2012년)로 까지 FTA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외에 멕시코, 중미 및 MERCOSUR와의 FTA도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시장에서 우리나라만 움직인다면 FTA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중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들과 경쟁에서 시장을 선점하려면 FTA는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무역을 증대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FTA는 단순히 무역 측면의 효과뿐만 아니라 무역 외 교류 증진 면에서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시장 개척 목적의 FTA 확대 외에 정부는 향후 IDB(미주개발은행)과 협력해 이미 2004년부터 시작해 온 한국의 KSP(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을 보다 발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SP사업은 '강남 스타일'에 이은 또 하나의 경제적 한류인 'K(한국)-Style'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21세기 우리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모두 3가지 자원이 요구되는데 식량, 물 및 에너지 자원이다. 바로 이런 자원의 보유에 대한 가치가 재인식되면서 라틴아메리카는 오늘날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스스로도 농업, 수자원 및 에너지 자원에 대한 자신들의 가치를 인식하고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협력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또 기업이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공간과 시간이라는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을 벗어버리고 디지털 마인드로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불어 한류가 라틴아메리카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어 한류 확산은 국가브랜드, 기업브랜드에 이어 문화콘텐츠 수출 등의 확대로까지 연계되는 전후방연쇄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기업은 현지 자사 제품 관련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현지 문화관습을 고려한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FTA로 안정적인 진출 기반을 조성해 주겠지만 최일선에서 뛰어야 하는 것은 곧 기업이다. 생산의 현지화뿐만 아니라 유통, 홍보 및 사후관리의 현지화 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 기업의 전략상품을 고려해 특정 목표국가 또는 전략적 거점지역을 선정하여 하나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인접 지역으로 파급되는 'spill-over' 전략을 운용하는 방안도 있겠다.

한편 경쟁대상국의 움직임을 주도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우리의 진출필요성을 우선하다 보면 공존공영의 적극적 동반자가 될 수 없다.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라틴아메리카 경험이 미약하며, 최근에는 중국의 전방위적 진출 모색을 또한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 삼성¸ LG, 대우 등으로 시작된 기업브랜드 고착에 이어 확산일로에 있는 K-Pop, K-Food, 한류 등을 활용한 K-경제협력모델 등이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유지해 나가야 할 때이다. 즉 문화콘텐츠 기반의 'K-경제협력 모델'이 강구되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화적 요소가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뒤처지고 있지만 행복지수가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발표한 '세계행복지수 2013'을 보면 세계10위 안에 라틴아메리카 8개 국가가 포진되어 있다. 바로 파나마, 파라과이, 엘살바도르, 베네수엘라, 트리니닫 토바고, 과테말라, 에콰도르, 코스타리카다. 우리나라는 97위에 랭크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라틴아메리카에 진출 할 때 바로 이들의 이런 요소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 행복은 가정의 부를 추구하고 국가의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물질적인 풍요와 경제적 안정 못지않게 단란한 가정, 여가 시간 활용 및 이웃에 대한 배려와 나눔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행복'을 라틴아메리카와의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다시 회복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행복지수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경협을 확대할 수 있으면 더 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