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주 (울산대학교 국제학부 스페인중남미학전공 부교수)
지난 2012년 라틴아메리카의 한 해를 이슈별로 간략히 정리해본다. 2012년 세계의 이목을 끈 라틴아메리카지역의 주요 정치이슈는 멕시코, 베네수엘라의 대선, 콜롬비아의 평화협정과 엘살바도르 범죄 집단과의 휴전, 아르헨티나의 석유 국유화 등을 들 수 있다. 경제는 유럽의 재정 및 금융위기로 인한 국제경제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좋은 성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선거
카리브해의 국가들을 제외한 라틴아메리카에서 대선이 치러진 국가는 베네수엘라와 멕시코이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가 집권한 이후 라틴아메리카 내에서 반미좌파세력을 응집하는 핵심국가였기 때문에 차베스의 당선은 베네수엘라 국내 뿐 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그 귀추가 주목되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우려로 10월 7일 선거 출마가능성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수술 후 회복하여 민주당 연합의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Henrique Capriles Radonski)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54% 득표로 4선에 성공했다. 그는 오는 2013년 1월 10일 예정된 취임을 앞두고 다시 건강이 악화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부통령을 후계자로 지목하고 유고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합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네수엘라 헌법상 대통령 임기 6년 중 4년 이내에 유고시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향후 방향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7월 1일 선거에서 제도혁명당(PRI)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Enrique Peña Nieto)가 좌파연대후보인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를 6%이상의 득표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선거는 멕시코 혁명이후 70여 년간 일당독재를 유지해 왔던 PRI당이 야당에 정권을 넘겨준 지 12년 만에 권력을 되찾은 것이다. PRI당의 젊고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는 구호를 걸고 대중의 표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대선과정에서 불법선거운동의혹, 멕시코 최대 방송사인 '텔레비사'의 편파적 보도 등 다양한 문제점들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부패와 구태정당으로 낙인찍혔던 PRI의 이미지 개선과 권력 되찾기에 가장 적임자였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정치적으로는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라틴아메리카의 대통령들은 매우 성공적인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모델을 따르겠다고 하는 대통령들이 늘어나고 있다.
콜롬비아 평화협정과 엘살바도르 조직범죄집단 휴전
콜롬비아에서는 48년간 지속되어 온 무장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협상이 전개되었다. 10년 만에 다시 개최된 평화협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와 쿠바 아바나에서 노르웨이, 쿠바의 중재로, 그리고 칠레와 베네수엘라가 협상보증자로 참여하며 진행되었다. 이 협상에서는 토지재분배 등 농업발전정책, FARC의 제도권 정치참여, 분쟁 및 적대관계종식, 마약밀매퇴치, 내전기간 희생자에 대한 보상 등이 다루어졌다. 이 협상 과정에 대해 콜롬비아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그룹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들의 참여와 불평등 완화의 경제적 정의 실현에 대한 논의도 포함할 것을 주장하면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11월 쿠바 아바나에서 2차 협상을 시작하면서 FARC가 일방적인 정전선언을 하면서 협상을 위한 조건을 만들었다. 평화협상에 대한 회의론과 지지론이 양분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평화협상이 완전 타결되어 반세기를 끌어온 무력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엘살바도르에서는 2011년 말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2012년 3월 '살바트루차(Salvatrucha)'와 '바리오18(Barrio 18)'과 같은 대규모 조직범죄집단과의 휴전을 이끌어냈다.
좌파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당(FMLN) 출신 대통령인 마우리시오 푸네스(Carlos Mauricio Funes Cartagena)의 적극적인 치안개선을 위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가톨릭교회의 중재로 이루어진 휴전이후 엘살바도르에서의 범죄율이 대폭 감소되었으며, UN은 엘살바도르의 사례가 중미지역에서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파라과이의 탄핵사태
'가난한 자의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파라과이 콜로라도당의 61년 장기집권을 종식시키면서 2008년 8월에 취임했던 페르난도 루고(Fernando Armindo Lugo Méndez) 파라과이 대통령이 무토지 농민과 경찰간의 충돌로 인한 사상자발생을 계기로 의회로부터 탄핵받았다. 이후 잔여임기는 자유당 소속의 페데리코 프랑코 부통령이 이를 이어받게 되었으며, 올해 4월 차기대선이 실시된다. 루고대통령은 연립정부의 한 축이었던 자유당이 연정에서 탈퇴하면서 탄핵위기에 직면해 왔는데, 이러한 정파대립과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했으며, 사제직 수행당시 여성과의 관계 등의 문제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페르난도 루고는 이를 '의회쿠데타'라고 규정했고, 파라과이 의회는 이 탄핵으로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등의 좌파대통령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브라질 대통령의 지우마 호세피(Dilma Rousseff)는 남미국가연합(UNASUR)과 메르코수르(MERCOSUR)에서 파라과이에 대한 회원자격 중지를 제안하는 사태까지 낳았다.
아르헨티나의 석유기업 국유화와 말비나스 영유권 문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Cristina Fernández de Kirchner)정부는 스페인 다국적 에너지기업 렙솔이 주식 51%를 소유한 아르헨티나 최대석유업체 YPF(Yacimientos Petrolíferos Fiscales)를 국유화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를 통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이러한 국유화가 통신기업 Telefónica와 은행 Banco Santander, BBVA에 까지 영향을 주면서 증시가 폭락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으며, 스페인이 외교단절가능성까지 거론 할 정도로 많은 비난을 받았고, 향후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인 직접투자는 위축될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이번 조치는 고갈단계에 든 석유자원에 대한 국유화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적절한 투자가 아니며,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아르헨티나 경제의 악화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기 시작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근해에 상당한 원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말비나스 섬에 대한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 민족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외 국제관계 이슈
2012년 12월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오래된 칠레-페루간 해양영토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재판이 시작되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르기로 합의한 양국은 모든 필요문서들을 제출한 상태이며, 2013년 중반으로 예정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Rio+20 회의가 7월 20일에서 22일까지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보다 평등하고, 깨끗하며, 번영된 세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지만, 구체적인 이행 안을 도출하지 못한 실속 없는 회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또,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에 대한 망명을 에콰도르 정부가 허용하면서 영국정부가 어산지 체포를 위해 에콰도르 대사관에 진입할 수도 있음이 알려졌다. 이에 남미국가들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위해 남미국가연합과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동맹이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하면서 한때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경제*
CEPAL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는 평균 3.1%의 GDP 성장률을 보이면서 2012년을 마감할 것으로 보았다. 2011년 4.3%의 GDP성장률에 비하면 낮은 것이지만, 전세계 예상 GDP평균(2.2%)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다. 특히 2012년의 세계적 경제위기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경제가 외부충격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12년에는 유럽의 재정및 금융위기, 중국의 성장둔화, 미국의 저성장 등의 요인이 국제경제를 어렵게 만든 요인들이었다. 따라서 세계의 교역과 생산증가율이 둔화되었고 개도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감소했다. 그 영향으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통상 분야에서는 수출총액에서의 성장이 2011년 23.9%에서 2012년 1.6%로 급격하게 둔화되는 상황을 야기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전체 GDP의 41.5%를 차지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성장률 둔화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파나마는 10.5%, 페루 6.2%, 칠레 5.5%, 베네수엘라 5.3%, 멕시코 3.8%의 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미지역은 전체적으로 4.2%, 남미는 2.7%, 카리브해는 1.1% 정도의 평균 GDP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CEPAL은 내다봤다.
이 지역의 고용사정도 좋아졌다. 2012년 고용과 임금이 전체적으로 증가되었으며 실업률이 여성은 -0.3%포인트, 남성은 -0.1%포인트의 감소율을 보였다. 라틴아메리카 전체 도시지역 실업률은 2011년 6.7%에서 2012년 6.4%로 감소했는데, 이는 세계경기의 악화라는 상황을 감안할 때,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 지역 국가들의 재정적자폭은 약간 증가하여 라틴아메리카는 GDP의 –1.6%에서 –2%로 증가했고, 카리브지역은 –3.6%에서 –4%로 증가했다. 여러가지 세계경제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평균투자는 2012년 GDP의 22.9%에 달했는데, 이는 1981년 이후 최대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경제는 CEPAL의 보도자료 "La CEPAL prevé un repunte en el crecimiento económico de América Latina y el Caribe en 2013"을 대부분 번역·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