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수(대외경제정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지난 6월 25일 한·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한국과 콜롬비아는 2009년 12월 1차 FTA 협상을 개시한 이후 그간 일곱 차례의 협상을 진행시켜왔다. 이번 콜롬비아와의 FTA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칠레, 페루에 이어 세 번째며, 우리나라 전체로는 열 번째다. 한·콜롬비아 FTA는 당초 예상보다 협상 기간이 길었다. 한·페루 FTA 협상이 18개월 만에 마무리 덴데 반해 콜롬비아와의 FTA는 약 두 배인 31개월이 소요되었다. 자동차, 백색가전 등 콜롬비아 산업계 내에서 한국과의 FTA 협상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한·콜롬비아 FTA 협상 타결의 의의
먼저 한·콜롬비아 FTA는 중남미지역의 대표적인 성장엔진을 선점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성장성과 안정성, 시장성을 겸비한 대표적인 우량주로 평가된다. 콜롬비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5년간(2003~07년) 연평균 약 6%대 성장세를 지속했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도 플러스 성장세(1.5%)를 시현했다. 특히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인구(4,760만 명, 2011년)를 보유하고 있어 소비시장으로서 잠재력도 매우 크다. 이 같은 높은 성장잠재력을 반영해 콜롬비아는 포스트 브릭스의 대표주자인 CIVETS(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집트, 터키, 남아공)의 선두국가로 평가된다.
둘째, 한·콜롬비아 FTA는 콜롬비아가 보유하고 있는 광물, 석유 등 천연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다는 면에서도 의의가 높다. 콜롬비아는 석탄, 철광석, 구리, 페로니켈, 에메랄드, 금, 은, 플라티늄 등 광물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전 세계에서 광물개발 잠재력 높은 10대 국가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콜롬비아의 현재 석유매장량은 14억 배럴에 불과하나 추정 매장량은 560억 배럴로 러시아에 버금가는 규모다. 그간 게릴라 준동에 따른 치안불안으로 현재 전국토의 20%만 탐사된 상태다.
셋째, 한·콜롬비아 FTA는 중남미 시장 진출의 새로운 교두보 확보 측면에서도 의의가 크다. 콜롬비아는 지리적으로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태평양과 대서양을 모두 접하고 있으며, 전 세계 48개국(15억 명의 소비자)과 FTA를 체결하거나 협상을 추진하고 있어 중남미 FTA의 허브로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콜롬비아는 투자자 보호, 노동시장의 유연성 측면에서 중남미 국가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등 비즈니스 환경도 양호하다.
주요 협정 내용
한·콜롬비아 FTA는 상품, 원산지, 통관, 위생 및 검역(SPS), 무역기술장벽(TBT), 무역구제, 투자, 서비스, 일시입국, 통신, 전자상거래,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협력 등 총 22개 챕터로 구성된다. 협력의 폭이나 시장개방 면에서 포괄적이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콜롬비아 FTA 주요 내용
항목 |
주요 내용 |
상품시장 개방 |
- 협정 발효 10년 내 사실상 모든 품목의 관세 철폐 · 한국측 96.1%, 콜롬비아측 96.7%(품목수 기준)
- 주요 공산품 관세인하 · 승용차(관세율 35%): 10년내 관세 철폐, 자동차 부품: 즉시~5년내 철폐, 타이어: 5년내 철폐, 섬유류: 즉시~7년내 철폐
- 주요 농산물 관세인하 · 쌀, 분유, 고추 등 153개 품목 양허 제외, 기타 284개 민감농수산물은 10년 이상 장기 관세철폐 · 커피류(관세율 2~8%): 즉시~3년내 철폐, 절화(cut flower, 25%): 3~7년내 철폐, 바나나(30%): 5년내 철폐 |
원산지 |
- 양국간 교역관계를 균형있게 반영한 특혜 원산지규정 도입 -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
무역구제 |
- 양자 세이프가드 제도 도입, 쇠고기 및 만다린에 대해서는 농산물 세이프가드 도입 - 최소부과원칙(lesser-duty rule), 제로잉(zeroing) 금리 원칙 적용 노력 합의 |
위생 및 검역(SPS) |
- WTO SPS 협정상의 권리 및 의무 준수 - SPS 위원회 설치 |
무역기술장벽(TBT) |
- 표준 및 기술규정 제·개정의 투명성 강화 - TBT 위원회 설치 |
서비스·투자 |
- 내국민대우, 최혜국 대우, 수용시 보상 의무, 송금 보장 - 한미 FTA 수준의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ISD) 제도 포함 - 상용방문자, 무역종사자 및 투자자, 기업내전근자, 계약서비스공급자 등에 대한 일시입국 허용 |
지적재산권 |
- 실연자·음반제작자의 보상청구권 및 방송사업자의 권리 규정 - 기술적 보호조치·권리관리정보·암호화된 프로그램 전달위성 신호에 대한 충분한 법적 보호와 효과적 법적 구제 제공 |
정부조달 |
- 중앙정부·지방정부·공기업 정부조달시장 상호 개방 |
협력 |
- 농업, 수산업, 임업, 해운업, 정보통신, 에너지·자원산업, 관광,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강화키로 합의 |
자료: 외교통상부
먼저 FTA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 시장 개방, 즉 관세철폐를 살펴보면 양측은 협정 발효 후 10년 이내에 현재 교역되고 있는 사실상 모든 품목(품목수 기준 우리 96.1%, 콜롬비아측 96.7%)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는 한·페루 FTA와 비슷한 수준의 개방도다.
다음으로 주목할 내용은 정부조달시장 개방이다. 콜롬비아는 WTO 정부조달협정 비회원국이기 때문에 그간 우리기업은 콜롬비아 정부가 발주하는 정부조달사업 참여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FTA를 통해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및 공기업까지 정부조달시장을 상호개방하기로 함에 따라 우리기업의 콜롬비아 조달시장 진출기회가 새롭게 열렸다.
마지막으로 한·페루 FTA 협정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콜롬비아와의 FTA에서도 협정문에 협력 챕터를 별도로 두었다. FTA를 양국간 포괄적 협력 채널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양국은 농업, 수산업, 임업, 해운업, 정보통신, 에너지·자원산업, 관광, 문화 등을 우선협력 분야로 선정했다.
FTA 발효 전망 및 과제
한·콜롬비아 FTA는 협정문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 협정문 가서명, 양국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발효될 전망이다. 한·콜롬비아 FTA는 지난해 수립된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공고히 하고, 양국 경제·통상관계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같은 우리의 기대가 조속히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 해결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먼저 신속한 FTA 발효를 통해 후발 FTA 체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FTA 효과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주요 경쟁국인 미국은 금년 5월 콜롬비아와 FTA를 발효했으며, EU는 금년 하반기 중 FTA 협상을 타결할 전망이다. 둘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콜롬비아 FTA가 제공하는 기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FTA 활용률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양국간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콜롬비아와의 무역에서 매년 막대한 흑자 기록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2011년 55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나 한국과의 무역(수출 16.1억 달러, 수입 3.8억 달러)에서는 1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막대한 무역불균형은 한·콜롬비아 FTA의 건전한 발전은 물론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측에서 선제적으로 콜롬비아의 대한(對韓) 무역역조 해소를 위한 '수입구매 사절단 파견', '콜롬비아산 제품의 대한국 및 아시아 수출확대 방안 연구'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