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래(부산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학과 교수)

  지난 6월 25일 우리나라와 콜롬비아간의 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FTA 협상이 시작된 지 2년 6개월 만이다. 한-콜롬비아 FTA는 양국 정부의 법률 검토작업을 거쳐 조만간 최종 협정문이 확정될 것이며 이후 한국과 콜롬비아 양국 국회의 비준을 받아 발효될 전망이다. 이로서 콜롬비아는 칠레, 페루에 이어 우리나라와 자유무역을 하는 세 번째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된다. 협정이 발효되면 양국은 10년 이내 교역되는 거의 모든 품목(품목수 기준 한국 96.1%, 콜롬비아 96.7%)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게 되어 양국 경제는 더욱 가깝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타결된 콜롬비아와의 FTA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왜냐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콜롬비아는 라틴아메리카의 중심국으로 여러모로 우리나라에게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선, 콜롬비아는 경제나 교역의 측면에서 볼 때 라틴아메리카의 중심국이다. 특히 콜롬비아의 인구는 중남미 전체 국가 중 브라질과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이며 석유, 가스, 석탄 등 풍부한 에너지자원을 가진 나라이다. 또 국제 외교무대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나라중 하나이다. 콜롬비아는 미국과의 견고한 우호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안데스 국가들이나 중미 여러 나라와의 관계 강화에 진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는 문화·역사적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문예와 학술이 성해서 수도 보고타는 한 때 '라틴 아메리카의 아테네'라고 불렸고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두로 불리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의 높은 정신문화를 상징하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나라는 라틴아메리카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콜롬비아는 식민 시기에는 누에바 그라나다 부왕령의 중심지였고 이후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 운동에서는 시몬 볼리바르의 지도를 받아 남미 전체의 독립 운동을 리드하는 역할을 완수하였다. 최근 마약과 치안 문제 등 사회 정치적인 불안이 해소되면서 이러한 예술과 문화의 탄탄한 역량을 바탕으로 콜롬비아는 국가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콜롬비아 내에서도 이번 한국과의 FTA가 자국의 발전을 견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연이라면 우연이었을까, 한국전쟁의 발발일에 그 전쟁의 라틴아메리카 유일의 참전국이었다는 나라와 자유무역에 합의하였다. 콜롬비아는 한국전쟁 동안 5,000명이 넘는 군대를 파견한 유일한 중남미 국가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남다른 국가라는 느낌이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콜롬비아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지원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콜롬비아는 우리나라에 매우 우호적인 조건을 가진 나라이다. 따라서 이번 FTA를 통해 교역뿐만 아니라 양국민의 우호관계도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콜롬비아와의 FTA 타결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FTA 글로벌 전략에서 중남미가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지적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기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FTA 확산추세에 대응하여 해외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개방을 통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FTA를 적극 추진해왔는데 그 역사의 첫 단추를 한-칠레 FTA가 채웠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싱가포르, EFTA, ASEAN, 인도, EU, 페루, 미국, 터키, 콜롬비아 등 총 10개국과 FTA를 맺었다. 1998년 11월 한국과 칠레는 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후 협상을 벌여 2002년 10월 협상이 타결되고 2004년 4월 발효되었다. 올해로 8년을 맞고 있는 한-칠레 FTA는 성공적인 FTA로 평가받고 있다. 양국간 교역의 증가뿐만 아니라 생산과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한-칠레 FTA 이후 발효된 한-페루 FTA와 이번에 타결된 한-콜롬비아 FTA도 양국간 산업과 교역에서 보완성이 크기 때문에 모두 양국에 '플러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콜롬비아가 칠레, 페루에 이어 우리나라와 자유무역을 하는 세 번째 라틴아메리카 나라가 됨에 따라 라틴아메리카와 한국간의 FTA는 이제 교두보 확보 단계를 넘어 공고화의 단계로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 12개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 한·중·일,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등 15개국과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중 멕시코와는 FTA가 성사된다면 한국의 대 중남미 FTA는 정점을 찍는 격이 될 것이다. 멕시코와는 FTA 협상은 결렬과 재개를 반복해왔기 때문에 쉽게 낙관할 수 없으나 양국이 FTA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여건만 성사되면 의외로 쉽게 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나아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주축이 되는 메르코수르와도 FTA가 타결되면 우리나라의 대중남미 FTA는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콜롬비아 FTA는 우리나라의 대중남미 FTA 전략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는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FTA의 확대와 그로 인한 한국-중남미의 교류가 확산되기 위해 산·관·학이 더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 FTA는 양국가가 하는 것이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FTA를 잘 이해하여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일반 국민과 기업들이 한국-중남미 FTA 내용뿐만 아니라 중남미에 대해서도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 특히 중남미 시장에 독자적으로 진출하기 힘든 중소기업에게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맞춤형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한국과의 FTA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중남미에서 높아 질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도 배가될 필요도 있다. 현지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와 문화 등을 알리는 작업이 확대될 수 있게 정부 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행되어야 하겠다. 이 모든 것을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내의 라틴아메리카 연구기관이 통합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다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유럽의 경제 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와중에서도 중남미는 나름 견실한 경제를 운용하여 세계 경제 회복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또 중남미는 우리 기업들의 중요한 상품시장으로서, 부족한 광물·에너지 자원의 공급지역으로서, 인프라 건설 및 플랜트 수출시장으로서 그리고 최근에는 녹색 성장 전략의 새로운 파트너로서 더 중요해졌다. 한-콜롬비아 FTA 타결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FTA 글로벌 전략에서 중남미는 이제 주변이 아닌 핵심지역이 되었다. 이제 중남미는 그 어느 때 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하고 더 가까운 지역이 되었다. 따라서 중남미 연구자들도 충실한 정보 제공자로만 머물지 말고 더 정교한 분석과 대안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시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남미에 일고 있는 국유화 바람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아르헨티나 국회가 석유산업 국유화 법을 통과시킨 것처럼 요즘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 일련의 국유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중남미는 민영화와 자유무역의 추세와 함께 국유화의 바람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특이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FTA를 포함한 제 교류를 추진함에 있어서 현재 중남미에서 나타나는 대륙적 성격(전체성)과 국가별 조건(개별성)을 동시에 포착하여 읽어낼 수 있는 종합적인 연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아울러 중남미 지역 연구가 정보의 분석뿐만 아니라 그 적용과 대안을 제시하여 학술적 가치와 실용적 기여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우리 중남미 연구자들이 FTA뿐만 아니라 정신과 문화로도 더 긴밀해지는 한국과 중남미가 되는데 더 크게 일조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