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car Clemente Marroquín (과테말라 일간지 “La Hora” 편집장)

  

  과테말라는 1985년 헌법 개정과 함께 비로소 그 동안 끈질기게 지속된 불법 선거와 독재 군부에 의한 정권 찬탈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과테말라의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들의 부재로 인해 과테말라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은 특정 이익 집단의 카우디요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지 그들에게 정치 권력이란 임기 동안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

  게다가 얼마 전 대법원과 항소법원의 통합의 의제가 조직 범죄 단체와 유착 관계에 있는 권력의 힘에 의해서 결국 수포로 돌아가는 등 현재 과테말라는 심각한 국가제도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의회는 최근 2년간 그 어떠한 주요한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오로지 권력 기관과 대기업간의 이해 관계에 따라 뇌물을 동반한 회유를 통해 자신들의 표를 주곤 하였다. 최근 통과된 통신법 만을 보아도 분명히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치권의 부패는 이미 일반화된 현실 일뿐 아니라,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당들의 기반은 나약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방향이나 원칙하에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자금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기업가들의 필요에 따라, 법안을 만들고 통과 시켜 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테말라가 어떻게 당면하고 있는 국민 빈곤의 문제와 다른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 보다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과테말라는 풍부한 천연 자원 뿐 아니라 옛 선조 마야와 스페인 정복 시절의 문화 및 근대의 문화가 뒤섞여 아주 매력적인 문화를 형성한 곳이다. 또한 호수, 강, 산, 화산, 해변 등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자랑 하는 곳이고, 대서양과 태평양 해안을 접하고 있어 과테말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광산물들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적일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테말라 최대의 수출’품’은 다름아닌 과테말라 노동자들이다. 현재 약 2백 만명의 과테말라 출신의 불법 체류자가 미국에서 살고 있으며, 이들은 매달 자신들의 가족에게 외화를 보내 주고 있다. 이 금액은 이제 과테말라 국가 수입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 내수 경제에 없어서는 안될 주요한 국가 수입 원천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과테말라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가난의 악순환이다. 즉 한번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그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빈곤과 영양 결핍은 과테말라 어린이 절반 이상이 겪고 있는 것으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기대하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과테말라는 범법 행위나 범죄에 대해 높은 수준의 면책’문화’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는 일이 많아, 이는 매해 인구 10만 명당 39명이 폭력으로 목숨을 잃어 가고 있다. 이 수치는 내전으로 고통 받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많은 수이다. 그러나, 이 같은 면책 풍토로 인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국부를 유출하고 나라의 금고를 털어 가는 정치가나 그와 유착 관계에 있는 기업들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과테말라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변한 것은 그다지 없다. 분명한 정치적 방향이나 원칙을 가지고 있는 정당은 여전히 부재하고, 자신들의 정치 캠페인에 돈을 대는 기업인이나 후원인과의 ‘밀약’을 통해 이후 미래의 ‘혜택’을 약속하고 정치 자금을 지원 받는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개인이나 정당은 국민들과의 약속은 저버려도 되지만 자신들의 정치 자금을 지원한 기업이나 ‘숨은’ 세력들에게는 임기 내내 청산해야 할 빚은 많다.

  이미 과테말라 정치 모델은 계속 반복되는 위기로 인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과테말라 국민들은 그저 그것을 바라보고, 비판하며 절망만을 하고 있을 뿐, 아직은 해결을 위한 일부가 되려고는 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