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a María (살라망카 대학 정치학 박사, 스페인 Public Affairs 자문위원)
우루과이는 좌파에서 우파를 어우르는 폭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곳으로, 라틴아메리카 지역 내 가장 우수한 민주주의를 실현한 곳으로 인정받는 국가이다. 실제로 우루과이는 국민들의 높은 정치 참여율을 통해 상당히 안정적인 민주주의 정치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국가들과는 대조적으로, 우루과이 정당 시스템은 점진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이다. 우루과이는 국민당(Partido Nacional)과 콜로라도당(Partido Colorado)으로 구성된 양당 체제에 광역전선(Frente Amplio)당이 합류하면서 다당 체제로 발전하였다. 광역전선당은 약 10년 전 좌파 전선의 연합으로 만들어 졌으며 전문가들의 예상이 크게 틀리지만 않는다면 11월 30일에 있을 대선 결선 투표에서도 타바레 바스케스(Tabaré Vásquez) 후보가 무난히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스케스 후보는 지난 10월 26일에 치러진 선거에서 47.9%의 득표를 얻었다. 국민당 후보 루이스 라카예(Luis Lacalle)는 30.9%의 득표를 얻으며 2위를 차지했다. 예상한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광역 전선당의 승리는 한편으로 이미 기정화 된 사실에 가까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2차 결선 투표의 가능성이 크게 대두된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사실 불과 몇 달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스케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이 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승리를 거의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양쪽 후보자들에게 나타난 ‘변화’와 ‘연장’이라는 상관관계이다. 바스케스 후보는 2005년에서 2010년까지 우루과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당시 70%이상의 높은 지지율과 함께 현재 대통령 무히까(Mujica)에게 자리를 내주었던 인물이다. 현재 무히카 대통령은 사회적 발전의 업적(2006년 34%이던 빈곤율이 2013년 11.5%로 감소)과, 경제의 활성화(5.5%의 평균 성장률), 해외 투자 유치의 증가로 확인 되는 국제적인 호감 이미지 등으로 좋은 평판을 받는 인물이다. 물론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나 치안문제에 있어서는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지만 말이다.
따라서, 바스케스 후보의 선거 공약은 지금 까진 이룬 성과를 지속하고 부진했던 교육과 치안 분야에 대한 새로운 정책적 변화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 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한 호소는 선거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무히카 대통령과 바스케스 후보가 같은 광역 전선당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의 정치적 성격이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무히카 대통령이 사상가로서의 정치인이라면, 바스케스 후보는 좀더 실용주의 노선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당 후보 루이스 라카예는 변화를 위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41살의 젊은 정치인으로 그는 현 정부에 거리를 두는 공격적 입장보다는 개혁적이고 참신한 대선 연설을 주도해왔다. 라카예의 전략은 현 정부가 이룩한 업적과의 단절아 아니라, 그것을 계승하기 위한 더 나은 대안으로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히카 행정부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좌파 출신의 인력을 자신의 선거캠프에 영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의 주요 선거 공약은 현 정부가 실패한 교육과 치안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11월에 30일이 치르게 될 제 2차 결선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지난 선거에서 참패를 경험한 콜로라도당은 백색당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처음으로 상원의석을 차지한 독립당은 그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색당과 콜로라도당의 표를 합친다 하더라도 국민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바스케스가 2차 결선에서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현재 부대통령이 상원의원이 되고 11월 30일 비준 예정인 법안에 따라 상/하원 모두 현재와 비슷한 의석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 같은 결과는 광역 전선당의 큰 승리를 의미하는데, 왜냐하면 세 번에 걸쳐 의석 과반수를 얻는 정권은 우루과이 정치 60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집권 여당으로서 많은 소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역 전선당은 여전히 우루과이 제 1 여당으로 고집스럽게 자신의 노선을 지키며 사회.경제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야당의 반론을 무색하게 할 정도이다. 지금 광역전선당의 과제는 이미 정치적 분열과 지지도를 많이 잃고 힘이 약해진 야당의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점점 교육수준이 높은 중산층 유권자들의 높은 요구 사항을 어떻게 다루는 가이다. 그리고 아직 표가 불확실한 유권자들의 수도 약 5%-9% 사이를 육박하고 있다. 이번 11월 30일에 있을 우루과이 대선 제 2차 결선이 최근 브라질과 볼리비아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이 좌파 정권의 재집권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