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주

    때로는 녹색으로 변하는 짙푸른 파란색의 바다, 눈이 부시는 햇살과 하얗게 반사되는 산호의 백사장. 유까딴반도 동북쪽에 위치한 깐꾼(Cancun)은 1990년대에 등장하여 가장 주목을 받는 휴양지이다. 깐꾼은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뿐만이 아니라 독특한 문화도 함께 누릴 수 있다. 깐꾼의 배후에는 고대 마야의 항구 뚤룸(Tulum)과 후기 고전기 마야문명의 중심지였던 치첸이쯔아(Chichen Itza)가 있다. 깐꾼에 와서 해변을 즐기는 관광객들은 거의 대부분 이 두 유적지를 방문한다. 그들은 마야문명이 남긴 유적의 화려함과 거대함에 대해 감탄을 하고, 그 도시들을 돌아보면서 마야문명에 대해 무척 많이, 거의 다 아는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이 대단한 유적지들은 마야문명 말기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마야문명은 기원전 1500년경부터 스페인에게 패하는 1697년까지 3000년 이상, 수많은 도시들이 나타났고 발전하였고 또 스러졌다. 마야문명이 퍼졌던 지역 또한 광범위하여,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태평양 서안에서부터 뻬뗀 및 벨리즈를 포함한 유까딴반도 전체가 마야의 석조도시로 가득 찼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마야는 도시국가의 문명이다. 이 기나긴 세월동안에 발전하고 스러졌던 마야의 도시들은 현재 알려진 것만도 만여 개가 된다. 이름조차도 잘 기억할 수 없는 이 많은 도시들에서 누가 살았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어떻게 서로 연관이 되는 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여 보인다. 그리하여 마야문명에 관한 대부분의 책들은 유적과 유물에 대한 설명으로 도시를 알려주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마야문명은 마야사람들의 3000 여년간의 역사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그들이 어떤 역사적인 일을 하였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마야 왕과 여왕의 연대기"는 그러한 우리의 갈증을 조금은 채워준다.

  이 책에서는 마야의 주요 도시들의 역사를 왕조실록의 형식으로 엮었다. 예를 들면 띠깔의 창건자인 약스-엡-숙(Yax Ehb' Xook, 서기 90년 즉위)에서부터 마지막 왕인 하사우-찬-까윌 2세(Jasaw Chan K'awil II, 서기 869년 즉위)까지, 띠깔의 왕의 이름과 재위 기간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해 보여준다. 여기에는 띠깔(Tikal)을 비롯하여 도스삘라스(Dos Pilas), 까라꼴(Caracol), 깔라끄물(Calakmul), 약스칠란(Yaxchilan), 삐에드라스네그라스(Piedras Negras), 빨렌께(Palenque), 또니나(Tonina), 꼬빤(Copan), 끼리구아(Quirigua)까지 마야문명이 가장 화려하게 발전하였던 고전기의 대표적인 도시들이 포함되어있다. 왕과 여왕의 연대기로 풀다보니 자연스럽게 동맹과 불화 등의 이웃 도시국가들과의 관계도 들어있다. 이 연대기의 바탕은 각각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비문의 내용이다. 저자인 마틴(S. Martin)과 그루브(N. Grube)는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마야상형문자 학자들이다. 그들은 각 도시에서 발견된 비문 내용의 해독을 바탕으로 왕과 여왕의 이름과 그들의 활동을 자세히 전할 뿐만이 아니라, 피라미드의 도면, 추정 복원된 도시들의 그림, 그리고 특별한 사건 등은 따로 설명을 하는 칸을 마련하여 총체적으로 마야도시의 역사를 이해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빨렌께의 경우를 보면 그 유명한 석관의 주인공인 끼니치-하납-빠깔(K'inich Janaab' Pacal) 1세의 연대기를 설명하고, 피라미드의 내부건축구조, 빠깔 무덤의 발견과정, 빠깔의 유골, 등은 각각 칸을 따로 만들어 자세하게 설명하여, 독자들이 좀 더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

  이 책을 읽기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비문의 내용도 복잡하고 마야도시들의 관계도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상이 고전기의 도시들로 한정되었기 때문에 마야문명 전체의 변화를 읽기는 어렵다. 연대기이지만 정치와 사회상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제 이름을 가진 마야의 인물들이 그 개성을 드러내어 읽는 독자를 매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정보

- Chronicle of The Maya Kings and Queens: Deciphering the Dynasties of the Ancient Maya Simon Martin, Nikolai Grube 공저 / 양장본, 240쪽.

- Thames & Hudson Ltd, 런던(London)과 뉴욕(New York)에서 2000년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