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장)

  2012년에는 중남미 3개국에서 대선이 실시된다. 그 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2000년, 70년간 멕시코를 통치한 혁명제도당(PRI)의 일당 지배체제가 종식된 후 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이 집권한지 12년이 지난 후에 치러지는 멕시코의 대선과 21세기 사회주의 건설을 기치로 2006년 재집권에 성공한 베네수엘라 통합사회당(PSUV)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하는 베네수엘라 대선이다.

  이 두 나라의 대선이 중남미 정치 상황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멕시코의 경우 한 때 완벽한 일당 독재의 전형을 이루었고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법한 혁명제도당이 정권을 내준 뒤 12년 만에 다시 부활해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고,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지난 13년간 반신자유주의, 반제국주의를 기치로 21세기 사회주의 건설에 매진해왔던 차베스 대통령이 건강 악화로 대선에 참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그동안 분열과 대립의 골이 깊었던 야당이 연합하여 단일 후보를 낸 결과 그 어느 때보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경우 2000년 우파인 국민행동당으로 정권이 넘어간 이후 집권 여당과 좌파 야당인 혁명민주당(PRD)이 21세기의 민의에 부응하기 위한 당내 혁신을 게을리 한 결과 이미 공룡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과거 세력인 제도혁명당에 다시 집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아스떼까 제국의 황제와 같은 권력을 누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전형을 이루는 멕시코에서는 2000년 이후 진행된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한 채 구정권의 관행이 답습됨으로써 일당이 독점했던 권력이 여러 당으로 분산되면서 민의가 무시된 당리당략을 위한 정당정치가 행해져온 것이 사실이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사회당이 13년 집권하는 동안 소외 계층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으로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장기집권에 따른 피로감, 치안의 부재, 불안한 전력수급,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 등으로 자신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서민층으로부터 이탈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올 2월에 실시된 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 참여경선에서 300만 명의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참여하여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의 정책노선을 추구하는 젊은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어 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이들 두 나라의 선거운동 진행 상황을 보면, 치안, 실업, 불평등, 교육 등과 같은 핵심적인 선거 쟁점들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유력 후보자의 신상과 이미지가 더 부각되는 선거 양상이 나타난다. 멕시코의 경우 제도혁명당의 후보가 영화배우와 같은 수려한 용모와 유명 영화배우인 부인 덕분에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선호도에서 수위를 달린다. 국민행동당은 집권당으로서는 최초로 여성 후보자를 냈으나 대선캠프의 지리멸렬한 구성과 효과적인 선거 전략의 부재로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또한 2006년 대선에서 현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한 좌파 야당연합의 후보는 과격한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많은 노력을 경주하면서 지지층의 확대를 꾀하나 멕시코의 현실과는 맞지 않은 너무 이상적인 공약으로 인해 중산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한창 선거운동이 진행 중인데도 집권당의 후보인 우고 차베스 현 대통령이 선거전에서 보이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그가 현재 암 치료를 받기 위해 주기적으로 베네수엘라를 떠나 쿠바에 체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를 많은 차이로 앞서고 있다. 또한 국내외의 모든 관심 역시 현재의 선거전보다는 차베스의 건강 상태에 모아진다. 현재 여론조사나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봐서는 차베스가 건강을 회복하여 대선에 나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차베스가 나오지 못하고 후계자로 거론되는 다른 인물들이 나오는 경우에는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야당 후보에게 모두 밀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의 건강상태로 봐서 이번 10월에 치러지는 대선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서민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연임에 성공한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 및 주변 국가들은 만약 차베스가 이끄는 베네수엘라의 통합사회당이 대선에서 패했을 경우 일어날 정국 불안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명한다. 주변 좌파 정권들의 좌장 역할을 해온 차베스의 정치적 퇴장으로 인해 야기될 정치적 혼란은 이들 주변국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이제 2개월 정도 남은 멕시코 대선에서는 비록 구체제의 상징인 제도혁명당의 후보가 이미지 마케팅과 이들의 원군인 보수 언론의 집중적인 홍보에 힘입어 집권당 후보와 다른 야당 후보를 제치고 수위를 달리고 있으나, 자질을 의심케 하는 거듭된 실언과 공개 토론의 회피 등으로 실망한 유권자들이 멕시코의 현안 문제인 조직범죄와의 전쟁, 치안, 교육, 실업, 부정부패, 그리고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공허한 변화만을 외치는 제도혁명당의 후보자를 선택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10월에 실시될 베네수엘라 대선에서는 차베스의 건강과 그 동안 그가 시행해온 서민들을 위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로 인해 실망한 지지자들의 재 결집 여부가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년 만에 사람만 다시 바꿔서 돌아온 멕시코의 제도혁명당과 차베스의 카리스마와 내부 분열로 인해 항상 지는 선거에 익숙했던 베네수엘라 야당연합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에 대해 국내는 물론 국외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