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재기 과정을 다큐 형식으로 기록하여 1999년 완성한 영화는 일반 영화제와 다큐 영화제 등에서도 수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음반은 미국과 유럽의 음반 시장을 석권하고, 전 세계 콘서트홀에서 매진을 기록할 정도가 되었다. 쿠바 음악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쿠바 영외에서는 중남미의 일부 지역과 쿠바 이민자들이 밀집된 플로리다Florida를 중심으로 한 미국 등지에 국한된 것이었으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위력은 실로 메가톤급 태풍의 그것과 같았다. 콤파이 세군도, 엘리아데스 오초아, 이브라힘 페레르, 루벤 곤살레스,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연주와 음악은 50년대 화려했던 쿠바 즉흥 연주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조차 ‘없던’ 향수를 자극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인상을 남겼다.
라울 페르난데스의 『아프로-쿠바 리듬에서 라틴 재즈까지』는 쿠바 음악에 대한 많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긍정적 가치의 책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부에서 발행된 페르난데스의 책은 쿠바 음악을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학술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단순한 인상주의적 비평으로 독자를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차분한 문체로 쿠바 음악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에 대한 해석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과 해석은 책의 편집 구성력에 의해 따분함과 지루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책을 덮게 만드는 어려운 가독성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아프로-쿠바 리듬에서 라틴 재즈까지』는 두 장으로 구성하여, 첫째 장에서는 ‘대중음악Popular Music’을 다루고, 둘째 장에서는 ‘라틴재즈로의 여정On the Road to Latin Jazz’을 다룬다. 작가인 페르난데스는 중요하게 지적하는 것은 쿠바 리듬과 선율을 구성하는 것이 단순한 요소의 결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은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문화에 뿌리를 두는 요소들의 혼종적인 결합의 과정과 형태에 그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 있다. 첫째 장은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주제에 들어가기 전에 꼭 참고하여 알아두어야 할 카리브의 리듬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데, 예를 들어 Cinquillo와 Bomba,프랑스식 Tumba, Habanera 등의 리듬에 대한 비교를 악보를 통해 수행함으로써, 음표에 대한 기본 상식만 있다면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리듬을 시행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전문가와 학자들이 지나치게 세밀한 대상을 극단적으로 길게 설명하고 강조함으로써, 전체적인 안배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페르난데스의 해설은
실로 교과서와 같은 차분한 구성이 돋보인다.
첫째 주제는 구체적으로 ‘살사Salsa’의 개념에 대한 다양한 해설과 설명을 정리하고 종합하고 있으며, 둘째 주제는 ‘손Son’의 다양한 실재를 실체론적 시각에서 정리하여 해설과 설명을 하고 있다. 셋째 주제는 ‘사보르Sabor’의 미학으로서 카리브와 쿠바 리듬과 음악이 같는 ‘맛’에 대한 평가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리듬이 역사적 흔적을 지닌채 카리브의 자연환경과 만나 혼종적으로
구성된 아프로-쿠바 리듬으로서 사보르는 그네들의 몸 속을 타고 흐르는 기운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카리브-쿠바 음악의 대중성과 그 요소에 대한 페르난데스의 설명은 서구 각국에서 기존에 연구되어 온 다양한 개념과 분석들을 비교하여,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전체적인 의미를 깨우칠 수 있도록 교과서와 같은 편재를 구성하고 있다.
둘째 장은 어떻게 아프로-쿠바 리듬이 라틴 재즈라는 이름의 음악과 연결될 수 있는 지, 그들의 각각의 특징은 무엇이고 그 결합의 내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 작가의 고민과 노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본 장은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설적인 연주가들의 사례에 대한 실증적이고 고증적인 설명과 해설을 중심으로 전개됨으로써, 이론적인 해설의 편향적이고 딱딱함을 벗어나 관심있는 독자들이
자신이 소장하고 있거나 임대할 수 있는 음악 CD등을 통해 해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편의를 돕는다.
첫째 주제는 마술적 혼합으로서, 작가가 선택한 어휘처럼 아프로-쿠바 리듬의 다양한 선율들, 예를 들어 아바네라Habanera와 단손Danzón, 손Son과 맘보Mambo 등의 리듬들이 댄스 뮤직으로서 마술처럼 혼합되어 형성되는 복합성의 매력을 설명한다. 둘째 주제는 쿠바인들에게 타악기로서 드럼의 의미를 ‘드럼치기’의 이름으로 추적한다. 콩가Conga와 툼바도라Tumbadora, 룸바Rumba, 맘보Mambo, 빠창가Pachanga
등의 전통 리듬이 미국에서 재즈Jazz와 록큰롤Rock and Roll, 소울Soul, 레게Reggae, 리듬앤블루스R&B 등의 현대 리듬으로 수용되는 타악 리듬과 타악 연주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몽고 산타마리아Mongo Santamaría 등과 같은 연주가의 사례를 분석하며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셋째 주제는 탐보르Tambor로서 1940년대 아바나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탐보르 장단과 리듬이 50년대와 60년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진화 및 변화했는지, 연주자 아르만도 뻬라자Armando Peraza, 까를로스 발데스Carlos Valdés, 프란시스꼬 아구아베야Francisco Aguabella,
깐디도 까메로Cándido Camero 등과 영화 맘모킹The Mambo King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해설한다. 넷째 주제는 알프레도 아르멘테로스Alfredo Armenteros에게 헌정된 연구로서, 연주가의 애칭인 ‘초컬릿Chocolate’의 표제를 통해 아프로-쿠바 음악의 계보를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 주제는 세실리아 끄루스Cecilia Cruz를 통해 쿠바 음악의 대중성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위한 장이다. 2003년 7월 16일 그녀의 죽음은 교황과 스페인의 국왕부처,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와 미국의 행정수반들 모두 그녀의 연주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음에
애도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수카르(설탕)Azúcar로 불리우던 그녀의 열정과 리듬에 대한 해설을 끝으로 책은 끝난다.
『아프로-쿠바 리듬에서 라틴 재즈까지』의 저자 페르난데스는 막연한 이론으로서 쿠바-카리브 리듬의 연구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학문적 기본 토대를 갖춘 상태에서 실증적이고 구체적인 작업을 통해 저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연구서란 어떻게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인가 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