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진 (단국대학교 사학과)
2010년 미국 인구조사국은 미국 전체 인구 중 1/6이 넘는 이들이 라티노라 발표함과 동시에 라티노 인구가 미국 제 1의 소수 인종임을 재확인하였다. 사실, 라티노는 미국에서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는 '인종 민족 문화 집단(racial ethnic group)'으로 이들의 사회 경제적, 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의 증대는 "라티노 파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라티노 영향력의 증대로 인해 미국 내 라티노 연구가 활성화되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도 여전히 라티노의 역사와 경험 등에 대하여는 그리 잘 알고 있지 못하다. 라티노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부족은 라티노와 직접적 관련성이 적은 한국의 경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점에서 임상래 선생님의 역작 라티노와 아메리카: 라티노, 히스패닉, 치카노 그들은 누구인가?는 라티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한 매우 포괄적이면서도 친절한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민/이주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일방적 인구 이동만이 아니라, 이민의 유출국과 유입국 쌍방 모두에게서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미치는 것이자, 전 지구적 움직임의 일부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현재, 라티노와 아메리카는 라티노 이슈를 "미국이나 라틴 아메리카 어느 한 곳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아메리카를 관통하는 이슈"(p. 6)로 규정하며, 일국적 관점과 틀에서 벗어나 초국가적(transnational) 틀 속에서 라티노 이민/이주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것을 권한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일국적 관점을 넘어 초국가적 관점을 가지고 라티노를 살펴보며, 라티노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의 라티노는 매우 독특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여타 이민들의 경우와는 달리, 미국 내 라티노 인구는 단순히 이민이라는 인구 이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역사적 배경을 가진 이들일 뿐 아니라, 간단하게 라티노라는 명칭만으로 동질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집단도 아니다. 이들은 출생 국가별로도, 정치적으로도, 동화 정도도, 성별 구성 면에서도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나, 이들이 공통성, 즉 언어(스페인어)와 종교(가톨릭) 및 관습 등 문화적 측면에서 일정 부분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라티노라는 포괄적 용어가 이들을 이해하는 편리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저자 또한 라티노를 한마디로 하나가 아니라, "지역별, 개인별, 출신국가 별로 다양하며 개별적"인(p. 48) 존재임과 동시에 동질성을 보유한 하나의 집단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라티노를 "인종이나 종족적 의미를 포괄한 문화적 범주"(p. 40)하의 존재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라티노 이민에 접근한다. 저자는 다양하면서도 동질적인 라티노와 라티노 관련 이슈를 논함에 있어, 라티노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라티노 이민의 전개와 이민 정책에 대한 이해, 라티노 이민의 특성 및 고유성, 라티노 정체성, 이중국어 문제, 미국의 라티노화(라틴 아메리카화), 불법이민과 반 이민주의, 남서부와 미-멕시코 국경의 특징, 라티노 파워, 미국 내 라티노와 본국과의 유대, 그리고 라티노와 한국이민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자면, 이민이란 유출국과 유입국 모두에 걸쳐 있는 이슈이므로, 모든 이민 관련 연구가 그러하듯이, 이 연구 또한 이민 배경 및 정책 연구로부터 시작하여 라틴 아메리카인의 역내, 역외 이주/이민의 성격 및 특징을 살펴본다. 저자는 정치적 불안, 경제적 위기, 사회 문화적인 욕구 등 다양한 배출 요인(push factor)과 경제적 기회에 대한 기대와 같은 흡입 요인(pull factor)의 상호 작용 속에서 라틴 아메리카인은 대체로 미국에서의 경제적 기회에 대한 기대로 미국으로의 이주를 결정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인접 미국에서의 물질적 성공에 대한 꿈은 지속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인의 미국으로의 이주를 부추겨, 미국의 라티노 인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민 인구의 지속적 급증세를 낳았다고 한다. 저자는 라티노가 미국인 평균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출산율도 높다는 점에서 이들의 수적 증가세가 지속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미국의 이민 정책의 역사적 전환, 즉 개방성에서 배타성으로의 전환으로 인한 라티노 불법(미등록) 이민의 증가, 라티노의 교육, 소득, 취업률 등 사회 경제적 낙후성의 문제를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라티노의 제 특징과 성격을 고려하며. 라티노의 대표 격으로, 미국 인구의 1/10, 라티노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멕시코 이민에 주목한다.
저자는 "그링고(Gringo)와 히스패닉 문화와 관습이 공존하는"(p. 202), 가장 비미국적인 곳으로서의 남서부, 멕시코의 북부에서 미국의 남서부가 된 이 지역의 고유성과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이자 두 종류의 문화, 두 개의 세계, 그리고 두 경제가 나눠지는 경계이면서 동시에 경제 통합과 양 세계간의 소통 및 상호 의존성의 상징으로서의 국경을 살펴본다. 멕시코의 역사의 일부이자 영토였기에, 또한 오늘날 가장 많은 라티노 특히 치카노가 거주하기에 인종과 문화, 인구와 언어 면에서 가장 멕시코 적인 남서부, 혼종과 혼혈의 땅으로 라틴 아메리카와 미국의 혼종으로서의 라티노의 땅이기도 한 남서부를 저자는 "멕시코의 부활"인 한편, "멕시코의 위기"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이해한다. 그런가하면, 국경은 "두 나라를 나누고, 경계하는 벽"이며 "두 나라가 만나고 통하는 문"(p. 15)으로 "경계와 무경계가 공존"(p. 16)하는 곳으로 간주된다. 저자는 한편으로 국경은 반 이민주의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로 강화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왕래의 증대로 인해 약화되기도 하는 곳으로, 브라세로(bracero), 마킬라도라(maquiladora)와 나프타(NAFTA)와 같은 초국가적 접근으로 인한 초국가적 '협력과 발전의 땅'이자 '대립과 갈등의 공간'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라티노가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 양 지역에 걸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며 라틴 아메리카 이민과 관련된 양면성을 또 다시 제시한다. 라티노의 급증은 불법 이민자의 문제, 라티노의 낮은 동화도와 이중 정체성의 문제와 함께 라티노를 사회 및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 내 반 이민주의의 타겟으로 만들고, 이들을 미국의 이민 논쟁의 중심에 놓았다고 본다. 그런가하면, 멕스아메리카(Mexamerica), 멕스캘리포니아(Mexcalifornia)와 같은 새로운 혼종 지역의 탄생 가능성과 라티노의 정치 참여 및 구매력의 증대, 그리고 이중 언어의 확산 등, 정치, 경제, 문화적 영향력에 기반을 둔 라티노 파워(Latino Power)의 등장을 논하며 이러한 현상들을 '미국의 라티노화'라 이해한다. 미국의 라티노화란 '라틴 아메리카 외연의 재구성'이자 "라티노 세계의 확장"(p. 15)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미국이 세계를 미국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안으로 살펴보면 미국은 '비미국화'되고 '라티노화'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라티노가 미국에 미친 영향에 대한 논의에 이어, 저자는 라티노가 라틴 아메리카에 미친 영향에도 주목한다. 미국 내에서 상호 부조의 목적으로 형성된 이민자 조직들이 본국과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는 본국과의 소통에 대해 언급하며 송금이든, 투자이든, 투표권의 행사이든 여러 방식으로 본국의 변화와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민자 단체의 초국가성을 지적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이른바 이민이란 구세계와 신세계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구세계에서 신세계로 연속성을 갖는 것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그를 넘어 이민이란 신세계에서의 경험으로 구세계의 변화도 야기하는, 지극히 역동적일 뿐 아니라 일국적 이해로는 부족한, 진정 초국가적 이해를 요구하는 주제임을 암시한다.
이 연구는 라티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슈를 개괄적으로 다루어 - 최소한 언급이라도 함으로써 - 포괄성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 연구이다. 다양한 이슈를 다루되, 일정 정도의 깊이와 구체성을 띄어, 포괄성과 구체성의 적절한 균형감이 뛰어난 연구이기도 하다. 또 이 연구는 라티노 이슈에 접근하되, 다양성과 보편성간의 균형을 취하며 일면적 고찰보다는 다면적 고찰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라티노 연구의 범주를 미국만이 아닌 라틴 아메리카에까지 확장시켜 라티노 이슈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대시킨 연구의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연구라고 생각된다. 더 나아가, 이 연구는 라티노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이 당면하고, 앞으로 마주칠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시의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임상래 선생님의 라티노와 아메리카는 국내 라티노 연구 및 미국 이민 연구, 더 나아가 국제 이민/이주 연구 전문가뿐 아니라, 라티노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역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