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빈(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이 책의 저자 호베르또 다마따(Roberto DaMatta)는 브라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류학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며, 일반화의 오류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브라질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거대 담론을 동원하지 않고 '길거리(rua)', '집(casa)', 직장, 여자, 종교, 축제, 인종 문제처럼 브라질 사회의 소소한 일상을 꿰뚫는 관찰을 통해 브라질만이 지닌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작업을 벌인다. 책의 목차를 들여다보면 바로 눈치 챌 수 있듯이 이 책은 브라질 문화와 다른 문화를 비교하는 방식보다는 브라질이 두드러지게 지닌 문화적 기표들의 기저에 숨어있는 특징들을 강조하고, 브라질 일상문화 내에서 표상되는 기능들을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다마따는 기존의 인류학적 연구방법론이 보여준 유럽중심사관과 이분법적 사고를 바탕으로 브라질과 브라질 사람들의 문화를 분석하는 종래의 접근 방식에서 탈피하여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브라질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방식을 다소 도발적인 문체로 다룬다. 학문의 틀을 빌린 해설자적인 외부의 시각보다 저자의 주관성을 걸러내지 않은 실제의 삶에서 뽑아내는 내재적 시각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고 과학적 담론을 남용을 피하고 일상어로 푼다. 스키드 모어가 브라질을 보는 외부의 시각의 주류라면 다마따는 브라질 자신들의 속살을 들여다 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표현대로 '집'안의 브라질사람들이 아닌 '거리'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 이 책은 만만치 않다. 이 책을 통해 브라질 문화를 바라보는 다마따의 시각은 연구자를 객관화하는 전지적 관점으로 브라질의 지나간 흔적과 오늘을 보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의 브라질의 공시태를 브라질인의 내재적 시각을 통해 브라질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읽다 보면 브라질 사람들 간에 공유하는 문화적인 전제따위는 건너뛰어 버린다. 외국인 독자가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다마따가 보는 브라질은 이 책이 출간된 후 몇 년 뒤에 출판된 "브라질 사람(O Povo Brasileiro)"에서 다르시 히베이루(Darcy Ribeiro)가 "브라질 사람"에 대해 "그 어떤 다른 누구의 복제품이 아닌 독창적인 존재"라고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이 책이 출판되던 당시에는 다마따의 방법론 자체가 소수자의 시도였기에 대부분의 학자로부터 외면당함으로써 이 책의 서문에서 얘기했다시피 당시의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은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두 개의 브라질이 존재한다. 하나는 소문자로, 다른 하나는 대문자로 시작된다. 이 책에서 소문자 'brasil'은 브라질의 국명의 기원이 된 나무와 같은 그 어떤 무생물적인 것을 가리키며, 대문자 'Brasil'이 가리키는 것은 민족, 국가, 문화, 영토, 가치들의 합, 즉 브라질이 지닌 근원적인 정체성을 의미한다. 다마따가 얘기하는 '브라질성(brasilidade)'이란 현실을 구성하고 인지하는데 브라질이 가진 개별적인 방식, 스타일, 자신만의 '일리'를 얘기한다. 이처럼 이 책은 소문자로 시작하는 'brasil'과 대문자로 시작하는 'Brasil'이 갖는 차이로부터 저자가 품고 있는 화두를 꺼낸다. 유일신이 모든 장소에 있거나 혹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문자 '브라질'은 이미 알려진 부분과 미스터리한 부분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brasil'은 인간적인 가능성에서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Brasil'은 보편적인 가능성들(존재 양식, 브라질 특유의 '제이뚜(jeito)')의 조합으로 탄생했다. 다마따가 단언하기를: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들도 자신들의 스타일들, 일을 만들어 가는 자신들의 방식들에 의해 정의된다. 이게 바로 사회적 정체성의 문제이다." 내가 어떤 존재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민족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사람의 무리가 어떻게 브라질로 변환되는가? 이상이 바로 다마따의 책을 통해 제기된 질문들로, 다분히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부분들이다. 다마따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자신의 분석이나 기준을 강요하는 게 아니다. 주제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최소한이나마 끌어내려하고 문제의식을 추동시키는데 있다. 이 책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상기에 밝힌 대문자와 소문자로 쓰인 두 '브라질' 사이에 존재하는 실제 관계가 무엇인지, 브라질 사람들이 '조국'이라고 부르는 게 과연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흥미로운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마따가 부여한 "O que faz o brasil, Brasil?("브라질은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제목을 다르게 풀어보자면 "Brasil para brasileiros", 즉 "브라질인을 위한 브라질"이 우리에게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