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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AP=연합뉴스,자료사진) |
포퓰리즘 논란, '미망인 효과', 야권후보 단일화 주목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탱고 공화국' 아르헨티나가 대선 열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달 안에 후보 등록을 마치도록 한 선거법 규정에 따라 여야 주자들이 속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유력 대선후보의 윤곽은 사실상 모두 드러났다.
주요 대선후보는 집권 정의당(PJ) 소속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1983~1989년 집권)의 아들인 급진당(UCR)의 리카르도 알폰신 연방하원의원, 민중연합(UP) 소속 에두아르도 두알데 전 대통령(2002~2003년 집권), 사회주의자당(PS) 소속 에르메스 비네르 산타페 주지사, 시민연합(CC)의 엘리사 카리오 연방하원의원 등이다.
올해 대선의 관심은 무엇보다 아르헨티나 헌정 사상 첫 선출직 여성 대통령인 페르난데스의 재선 성공 여부에 쏠려 있다. 올해 58세인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21일 TV와 라디오 생방송으로 전달된 대(對) 국민 메시지를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45.2%의 득표율로 승리해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의 뒤를 이어 집권하며 '부부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50~60%의 지지율을 기록해 재선에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은 야권과 언론으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저소득층도 고화질의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른바 '모두에게 TV를'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남미 국가대항 축구대회인 코파 아메리카가 7월 초에 개막하는 데 맞춰 다음 주부터 32인치 디지털TV 2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것. 국영은행인 방코 데 라 나시온(Banco de la Nacion)의 신용대출을 통해 675달러(약 72만7천원)에 판매되는 디지털TV를 최대 60개월 할부로 살 수 있도록 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는 최근 '모두에게…'라는 이름이 붙은 정책을 줄줄이 내놓았다. 식료품을 싼값에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발표한 '모두에게 고기를', '모두에게 생선을', '모두에게 커틀릿을'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 프로축구 경기를 모든 국민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모두에게 축구를'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축구경기 중계를 유료 케이블TV에서 공중파TV로 바꿔버렸다.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아르헨티나축구협회(AFA)와 프로클럽에 중계권료 명목으로 해마다 1억5천만 달러(약 1천600억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정부 비판 언론에 대한 탄압과 정부광고 예산의 편법 집행 등 사례까지 거론하면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정부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쓰고 있다"며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치권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심장발작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치러지는 올해 대선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얼마나 '동정표'를 얻을지도 관심이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사망 이후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줄곧 상승세를 탔으며, 이를 놓고 '미망인 효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검은색 옷을 입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연설 때마다 남편을 언급하는 모습은 국민의 마음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매니지먼트 & 피트(Management & Fit)의 마리엘 포르노니 연구원은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의 부패비리가 '미망인 효과' 때문에 가려지고 있다"면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앞으로도 계속 남편 이름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치학자인 카를로스 파라는 "'미망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동정의 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정부와 현 정부 인사가 연루된 부패비리 의혹이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이미지에 상처를 주기는 했어도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대선 패배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따라서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에 모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파라 이 아소시아도스(Fara y Associados)의 조사에서 지금 당장 대선이 시행되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47%, 알폰신 의원이 18%, 두알데 전 대통령이 14%, 카리오 의원이 9%, 비네르 주지사가 7%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매니지먼트 & 피트의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는 페르난데스 33.4%, 알폰신 15.3%, 두알데 5.8%로 나왔다.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않는 한 사실상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겨루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선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단일화 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45% 이상 득표하거나, 득표율이 40%를 넘으면서 2위 후보와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1차 투표로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득표율 1, 2위 후보 사이에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올해 대선 1차 투표일은 10월23일이다.
fidelis21c@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6/24 09:06 송고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6/24/0607000000AKR201106240248000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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