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동맹 견제 위해 세력 확장 서두를 전망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파라과이 의회가 베네수엘라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가입을 인정하면서 양국 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언론에 따르면 상원은 전날 베네수엘라의 메르코수르 가입안을 표결에 부쳐 전체 45명의 의원 가운데 찬성 29표, 반대 10표, 기권·무효 6표로 승인했다. 하원도 이변이 없는 한 가입안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파라과이 의회는 지난해 6월 경찰과 빈농의 유혈충돌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도 루고 당시 대통령을 탄핵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는 이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파라과이의 메르코수르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켰다.
3국은 이어 파라과이 의회의 반대로 수년째 지연된 베네수엘라의 메르코수르 가입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파라과이와 베네수엘라가 서로 대사를 철수시키면서 갈등이 확산했다.
오라시오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 8월 수리남에서 개최된 남미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나 외교관계 정상화에 관해 의견을 나눴고, 양국 외교장관은 10월 초에 만나 대사 파견에 합의했다. 카르테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메르코수르 가입안을 지난주 의회에 제출했다.
메르코수르는 내년 1월17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6개월 단위 순번 의장을 베네수엘라에서 파라과이로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영문 국가명의 첫 글자를 기준으로 하는 원칙에 따라 아르헨티나가 순번 의장을 맡을 차례지만, 메르코수르 정상화를 우선하자는 브라질의 제의가 받아들여졌다.
파라과이의 복귀로 메르코수르는 1년 6개월의 파행을 끝내고 결속력 강화와 세력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메르코수르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의 가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볼리비아는 현재 가입 절차를 밟고 있고, 에콰도르는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메르코수르가 세력 확장을 서두르는 것은 이 지역에서 새로운 대안 블록으로 떠오른 태평양동맹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지난해 6월에 등장한 태평양동맹은 멕시코와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4개국으로 이뤄졌다. 태평양동맹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20여 개국이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2 03:3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