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채삼석 기자 =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2008년 한 노예제도 반대운동가에 대해 저술한 전기에서 노예무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돈벌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이 같은 노예 경제를 예전에 감내한 카리브 해의 14개 나라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당시 식민국가들로부터 말 대신에 사과와 금전적인 배상을 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고 런던발로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지난 1950년대 영국의 식민통치로 고문당한 케냐인들에 대한 보상 재판에서 올해 승소한 런던의 법무법인에 이미 관련 소송을 의뢰했다.
2006년 당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1807년에야 불법화한 노예무역에 대해 '깊은 슬픔'을 표명했고 네덜란드 사회담당 장관도 지난 7월 성명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영국은 앞서 노예무역 폐지와 관련해 배상금을 지급한 적이 있으나 피해자들이 아닌 노예 주인들이 대상이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부자 5, 6명 가운데 한 명은 노예경제로 돈을 번 것으로 역사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식민시대 지도자나 장군들의 행위에 대한 배상은 차치하더라도 사과하는 문제마저 아직도 세계적으로 민감한 현안 상태로 남아 있다.
카리브 국가들은 비참한 과거의 노예제 유산이 오늘날도 그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볼드윈 스펜서 안티구아 총리는 "노예제와 식민주의 시대 부를 축적하지 못한 우리 국민이 아직도 개발 자원 확보에 분투하고 있다"면서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주의에 따른 손실을 직접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리브 국가를 대리해 소송에 나선 런던의 법무법인 리데이의 마틴 데이 대표 변호사는 내년에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공판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 대표는 "카리브와 서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노예무역이 너무 엄청난 일이라 우리가 ICJ에서 승소할 것"이라며 "흑인 노예처럼 한 계층 사람들 전체를 차별적으로 예속화한 사례는 전무후무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카리브 국가는 이미 교육과 경제적 기회 방해부터 식사와 건강 문제까지 노예제 때문에 그들이 지금까지 겪는 손해를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7년 노예무역 폐지 200주년을 맞아 깊은 유감을 표명한 헤이그는 영국 외무장관 자격의 성명을 통해서는 노예제를 비난한다고 언급하면서도 배상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