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3-04-09 11:47:01 조회수 : 599

<네루다 시신 발굴현장을 가다…"유골함 상태 양호">

'독살설' 제기 운전기사도 참관…3개월뒤 결과 나와

(이슬라 네그라<칠레>=연합뉴스) 한미희 특파원 =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120㎞ 떨어진 작은 해안 마을 이슬라 네그라. 칠레의 저항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가 묻힌 곳이다.

그가 숨진 지 40년 만에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고자 시신 발굴 작업이 이뤄진 8일, 발굴 예정 시간인 오전 8시(현지시간)가 되도록 어둠은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짙은 해무도 한몫했다.

네루다가 숨지기 직전까지 세 번째 아내 마틸데 우루티아와 살면서 저술 작업에 몰두했던 이곳 '네루다의 집'은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두 사람은 집을 뒤에 두고 바다를 향한 야트막한 언덕에 함께 묻혀 있다.

박물관 전체가 출입이 통제된 상태에서 두 사람의 묘지는 흰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발굴 현장에는 법무부 법의학서비스(SML:SERVICIO MEDICO LEGAL) 관계자 등 전문가들과 변호사, 독살설을 제기한 네루다의 운전기사, 유가족 등이 참관했다.

묘지 아래 해변에서는 인근 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밴드가 네루다의 넋을 기리며 곡을 연주했고 몇몇 주민들이 박수로 동참했다. 그 앞에는 한 자루의 초와 칠레 국기, 네루다의 초상이 그려진 천이 함께 놓였다.

30여 명의 취재진도 해변의 바위에 올라 언덕 위 천막으로 카메라를 향한 채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어느새 구름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드러나고, 전날 이미 준비를 마친 발굴 작업은 두 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SML의 법의학자 파트리시오 부스토스는 작업이 끝나고 나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유골함은 상태가 좋았으며 발굴 과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네루다의 시신은 산티아고의 SML로 옮겨졌으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다.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네루다는 공산주의자이자 정치인으로, 1973년 동지였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로 숨지고 나서 12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69세의 고령에다 전립선암을 앓던 네루다는 쿠데타의 충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1년 네루다의 운전기사 마누엘 아라야는 피노체트 정권이 네루다를 독살했다고 주장했다.

칠레 공산당은 네루다의 사망 원인 규명을 요구했고, 정부는 지난해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eoyy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4/09 09:03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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