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90% 기부·허름한 사저 생활·경호원 단 2명
(서울=연합뉴스) 무일푼에 가까운 재산에 서민 행보로 유명한 호세 무히카(77) 우루과이 대통령이 여전히 몸에 익은 근검절약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7일 보도했다.
게릴라 출신으로 14년의 감옥 생활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무히카는 대통령궁을 마다하고 몬테비데오 외곽의 허름한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복 경호원 2명이 집 밖에 있을 뿐이다.
그는 지난 2010년 취임할 당시에 재산이 중고자동차 한 대밖에 없다며 1천800달러로 신고했다.
최근 상원의원인 부인 소유분도 함께 신고하면서 재산은 부동산 3곳(2억원)과 승용차 2대(590만원), 트랙터 3대와 농기구(2천380만원) 등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근검절약 생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넥타이도 착용하지 않는 서민 풍모를 유지하고 있다. 1만2천달러(1천280만원) 정도로 알려진 월급 중에 90%를 기부한다. 그의 이러한 생활 스타일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하겠다.
무히카 대통령은 최근 사저에서 손수 차를 준비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지나치게 받들어 모시는 풍조를 없애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철학자 세네카의 말을 인용해 "적게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이 갖기를 갈망하는 사람이야말로 가난한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히카 대통령의 이런 철학에는 고된 수감 시절이 배경에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는 게릴라 활동을 하다 체포되어 14년간 옥살이를 했다. 10년여를 독방에서 지냈으며 때로는 지하 방에서 지내야 했다. 1년에 한 번 목욕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빵 조각을 개구리, 쥐와 나눠먹었다고 무히카 대통령은 회고하기도 했다.
그동안 수감 생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온 무히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교도소에 생활을 통해 언제나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정치판에 뛰어들어 의원이 된 무히카는 오토바이를 타고 의사당에 등장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장관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해변에 있는 대통령 별장이 필요 없다며 아예 매각해 버렸다.
무히카 대통령은 자신이 유별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며 사저에 머물렀던 타바레 바스케스 대통령과 복지국가의 초석을 닦은 호세 바틀레 이 오르도녜스 대통령이 이미 전통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거리가 없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루과이는 최근 치안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나 대통령이 대규모 경호원 없이 승용차를 운전할 수 있는 안전한 국가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중남미 국가들과 비교해 부패와 빈부격차가 가장 적은 국가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