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2-11-12 11:00:15 조회수 : 638

< KT-1훈련기 페루 수출 성사까지 막후협상전 치열>

국산 기본훈련기 KT-1(자료사진)
국산 기본훈련기 KT-1(자료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최근 페루가 중남미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산 기본훈련기인 KT-1을 대량 구매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양국 간에 치열한 협상전이 반복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페루 정부가 KT-1 구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작년 6월.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부터다.

노후된 공군 훈련기를 교체하기를 바랐던 우말라 대통령은 외국에서 새 훈련기를 도입하되 기술이전을 해 줄 수 있는 나라를 물색했고, 한국은 현지 대사관을 통해 페루 정부의 구미를 자극할 만한 제안을 내놨다.

판매하는 KT-1 20대 중 4대만 한국에서 만들어 납품하고, 나머지 16대는 페루에서 현지 군수 업체 등과 공동 생산하며 항공기술 이전을 보장한 것.

이 같은 안에 관심을 보인 페루 정부는 이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대형 방위사업인 만큼 한국 정부의 공식 보증을 계약 체결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정부 대 정부 거래로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KT-1은 민간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로서는 국내법상 페루의 요구처럼 직접 보증에 나설 수는 없는 문제였다.

우말라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박희권 주 페루대사를 대통령궁으로 불러들여 정부 보증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고, 자신이 시간이 없을 때에는 박 대사 관저까지 비서관을 보내 지속적으로 정부 보증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의 보증문제는 구매계약 성사 여부를 가를 수도 있었던 핵심 쟁점이었지만 현지 대사관이 막판에 수완을 발휘하면서 해결의 접점을 찾게 됐다.

'KT-1' 국산 훈련기 구매 및 공동생산 계약식
'KT-1' 국산 훈련기 구매 및 공동생산 계약식
(아바나=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한국과 페루 정부는 6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KT-1 국산 훈련기 구매 및 공동생산 계약식을 가졌다. 2012.11.7 <<주 페루 한국대사관 제공>> eddie@yna.co.kr
한국 정부가 직접 계약 보증을 할 수는 없지만 정부 간 거래에서 계약 당사자로 지정돼 있는 코트라(KOTRA)가 페루 국방부와 서명을 하되 국가 기관인 방위사업청이 계약 이행을 철저히 감독한다는 내용을 계약 문안에 포함키로 한 것이다.

또 페루 정부가 구매대금을 KAI에 직접 지불하지 않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돈을 지급하는 안을 더해 마침내 페루 정부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박 대사는 9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페루 정부와 KT-1 구매를 두고 벌인 협상은 정말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오랜 협상기간 페루의 국방장관이 네 번이나 바뀌면서 매번 다시 설득해야 했다. 외교관으로서 협상력을 시험하는 계기였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협상 막바지 페루 현지에서 KT-1사업을 둘러싼 악성 보도가 잇따르면서 여러 번의 고비를 맞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올해 7∼9월 KT-1 사업에 부정이 있다는 식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고, 이는 막바지에 접어든 구매 협상에 악재로 작용했다.

주 페루대사관은 박 대사가 현지 TV에 출연해 의혹 제기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페루 정·관계 인사들과 접촉해 오해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고리 역할을 했다.

박 대사는 "부정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가 나왔을 때 참으로 처연한 심정이었다"면서 "KT-1 구매계약 성사는 양국이 정상회의 등을 통해 쌓아온 신뢰, 우리의 항공 기술력, 마지막으로 민관 협동이 다 함께 이뤄낸 쾌거"라고 덧붙였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11/10 09: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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