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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돌 그룹처럼 춤춰요"
사진은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멕시코의 한 지방 소도시에서 한류 팬클럽들의 연합 페스티벌이 처음으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동료 팬이 선보이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멋진 댄스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
인프라 전반적 부실..뉴욕문화원 음식 냄새 속 공연 '라틴 한류' 지원 위해 브라질 등 남미 6대국엔 문화원 둬야
(※편집자 주 = 지난달 10~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성황리에 열린 케이팝(K-팝.한국 대중가요) 가수들의 공연은 한류 열풍이 이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줬다. 케이팝 스타들을 보려고 유럽 수십 개국 청소년들이 비행기와 기차를 타고 파리로 몰려들었고, 이 가운데 수백 명은 공연장 앞에서 며칠간 밤을 새웠을 정도다. 특히 파리에서 연장 공연을 요구하는 플래시몹(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일제히 같은 행동을 벌이는 이벤트)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도 최근 비슷한 행사가 벌어지는 등 과거 아시아권에 국한됐던 한류 열풍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기회를 맞고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한류확산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유럽과 미주,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한국문화원의 역할을 중심으로 3건의 기사를 송고한다.)
(뉴욕.로스앤젤레스.멕시코시티.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최재석 이상원 양정우 특파원 = 미주의 한류 열기도 세계 어느 곳 못지않다.
북미에서는 한국 가수의 공연을 요구하는 '플래시몹'이 벌어지고 케이팝과 댄스 경연은 참가 희망자들로 성황을 이룬다. 남미에서도 한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케이팝과 한국 영화가 확산하고 있으며 자생적인 한류 팬클럽이 생겨나고 있다.
미주에서 한류에 대한 수요가 이처럼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관련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실정이어서 한류 확산에 필요한 인프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부실하다.특히 한류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현지 한국문화원의 공연·전시 공간이나 인력이 다른 국가에 미치지 못한다. `라틴 한류'가 생겨나는 남미에는 앞으로 멕시코, 브라질 등에 한국문화원이 추가로 개설될 예정이지만 현재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 곳밖에 없는 실정이다.
◇북미서는 음식 냄새 속에 한국 공연 관람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와 로스앤젤레스(LA)의 할리우드 코닥 극장 앞에는 각각 100여 명과 70명의 케이팝 팬들이 모여 플래시몹 행사를 했다. 한국 가요에 맞춰 집단으로 춤추면서 자신들의 지역에서도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개최해달라는 귀여운 시위였다. 뉴욕에서는 경찰의 제지 때문에 장소를 옮겨가면서까지 행사가 펼쳐졌다. 케이팝 팬들의 열기를 가늠케 했다.
지난 5월 LA에서 열린 `제1회 미국 K-POP 경연대회'에는 총 77개 팀이 참가했다. 흑인과 백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에 초등학생부터 중년 여성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도 폭넓었으며, 참가곡도 최신 아이돌 노래에서 트로트까지 다양했다.
미국에서는 한류가 확산하면서 한국어 학습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도 많이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관련 문화 행사에서 만나는 미국인들은 공연이나 전시회에 대해서는 호평을 하면서도 관람 여건이 좋지 않다고 불평한다. 공연 장소가 협소하고 공연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며 어렵게 만난 홍보 관계자들의 설명도 전문가답지 않다는 것이다.
북미의 한국문화원 현황을 보면 이들의 불평을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북미의 한국문화원은 워싱턴, 뉴욕, LA 등 3곳에 있다. 미국도 많은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에는 한 곳도 없다.
캐나다는 지난 2일 토론토에서 100여 명의 한류 팬들이 모여 한류 시위를 했고 몬트리올에서 300여 명이 플래시몹을 펼칠 정도로 미국 못지않게 한류 열기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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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서 타인종 한국노래 경연대회 성황
사진은 지난 5월 2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경 로스앤젤레스(LA) 다운다운의 콜번스쿨 지퍼홀에서 열린 `제1회 미국 K-POP 경연대회 모습(자료사진) |
세계 문화 중심이라는 뉴욕의 한국문화원을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한류 지원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다.
뉴욕 한국문화원의 면적은 813㎡로 대만(1천347㎡), 독일(1천625㎡) 등보다 좁다. 전체 면적은 일본보다 넓지만 전시장 등이 있는 건물 면적은 381㎡로 일본(576㎡)보다 좁다. 전체 인력도 한국은 9명으로 일본(16명), 독일(21명) 등에 비해 부족하다. 예산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특히 뉴욕 한국문화원은 건물 내 갤러리코리아(231㎡) 공간을 전시회, 콘서트, 음식 이벤트, 북 이벤트 등 30여 개 행사 공간으로 동시에 활용한다. 음식 냄새가 가시지 않은 곳에서 콘서트와 전시회를 봐야 한다.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뉴욕 문화원은 영화 상영 때는 관객이 늘어나 2008년부터 외부 공간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다. 공모 미술전에는 응모자들이 매년 200∼300명에 달하지만, 장소가 협소해 응모자 중 5%도 되지 않는 10여 개의 작품만 전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뉴욕 주재 한국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한국문화원의 청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세계 문화 중심지인 뉴욕이 한국 예술의 미국 진출 여부를 타진하는 `시험대'(Test Bed)가 되려면 한국 예술단이 사용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뉴욕의 유명 문화 기관과 연계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고급 전문 인력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우성 뉴욕 한국문화원장은 "공연, 패션, 전시 등 한국문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A한국문화원의 경우 외국인 상대 한글교실인 `세종학당' 학생들이 계속 늘어나지만,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 문화원 건물 내 복도, 회의실, 전시실에서도 강의하고 있다. 예산만 있으면 현재 300명에 달하는 학생을 훨씬 더 늘릴 수 있다.
LA 문화계 한 관계자는 "한류 지원 예산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신규사업을 구상하게 된다"면서 "따라서 용도를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좀 더 확대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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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이에요"
사진은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멕시코의 한 지방 소도시에서 한류 팬클럽들의 연합 페스티벌이 처음으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포스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
◇남미, 상당한 `라틴 한류'에도 문화원 태부족 한국에서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남미의 한류 인기도 상당하다. 한류의 역사도 10년이 다 돼 간다.
중남미의 맹주로 꼽히는 멕시코에서는 2002년 국내 드라마가 첫 전파를 탄 이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케이팝과 영화 등의 인기가 확산하고 있다.
멕시코 중북부에서 활동하는 한류 팬클럽만 20여 개다. 회원 수는 수천 명에 달한다. 이달 30일에는 사상 처음 팬 클럽 회원 1천 명이 참가하는 한류 댄스경연대회가 열린다. 멕시코는 한국 연예인의 공연이 한 번도 없었던 곳이다. 자생적인 한류다.
이런 한류를 바탕으로 중남미에서는 처음으로 멕시코의 대학에서 한국학 학부 과정이 개설된다. 멕시코의 나야릿주 자치대(주립대)가 내년 8월 수업을 목표로 한국학 학부 과정을 만들기로 했다.
멕시코에서 이처럼 한류 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만족하게 해줄 공간이 없다.
멕시코에는 한국에 대해 알 수 있는 한국문화원이 없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남미에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 곳에만 문화원이 있다.
당연히 부에노스아이레스 중남미 한국문화원은 바쁠 수밖에 없다. 남미 전체를 대상으로 문화 홍보를 하기 때문이다.
개원 5년을 맞은 중남미문화원은 중남미에 태권도, 한글, 고려청자, 한복 패션쇼, 사물놀이 등 한국의 전통·현대 문화를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요즘은 오는 9월 열리는 제2회 중남미 케이팝 경연대회 준비로 바쁘다.
미국, 유럽, 일본이 선점한 중남미 문화 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혼자서 중남미를 담당해야 하는 중남미문화원 입장에서 버거운 일이다.
이종률 중남미문화원장은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인구·면적·자원을 고려한 중남미 6대 국가에는 문화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중남미에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 오는 10∼11월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 한국문화원이 개설되고 2013년에는 브라질에도 문화원이 설치되면 라틴 한류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은 갖춰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칠레, 콜롬비아, 페루에도 문화원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문화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lees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7/11 09:00 송고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7/10/0607000000AKR20110710002100072.HTML?audi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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