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불안, 실업, 공공보건, 세금 등에 앞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국민은 치안 불안보다 물가 상승을 더 두려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거 하이퍼 인플레로 고통받은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23일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상파울루산업연맹(Fiesp) 주관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1천명의 응답자 가운데 26%가 '물가 상승'을 꼽았다. 이밖에 대도시 폭력 등 치안 불안 23%, 실업 20%, 공공보건 취약 10%, 세금 인상 7% 등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물가 상승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은 응답자는 대부분 4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과거 경제위기 때의 하이퍼 인플레에 대한 기억이 브라질 국민의 뇌리에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음을 입증했다.
Fiesp의 경제전략 분석가인 안드레 헤벨로는 "하이퍼 인플레 시기를 거친 중장년층은 물가 상승 걱정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잘 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Fiesp가 같은 질문으로 지난 2008년 1월 시행한 조사에서는 실업이 42%로 1위였으며, 물가 상승을 걱정한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앞서 이 신문은 브라질 정부가 하이퍼 인플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금리를 인하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컨설팅 업체 크루제이로 도 술(Cruzeiro do Sul)은 주요 40개국의 실질금리를 비교한 자료에서 브라질이 압도적인 차이로 세계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주요 40개국의 실질금리는 브라질 6.8%, 칠레 1.5%, 호주 1.4%,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헝가리 1.2%, 멕시코 1.1%, 중국과 콜롬비아 1%, 인도네시아 0.7%, 대만 0.1%, 필리핀 0%였다. 나머지 29개국은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을 제외한 국가들의 실질금리가 이처럼 낮은 것은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위기 이후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경쟁적으로 정책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반면 인플레율상승을 우려한 국가들은 정책금리를 높였고,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브라질이라는 것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네 차례 연속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인상해 현재 12.25%를 기록하고 있다. 12.25%는 2009년 1월의 12.75%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브라질의 실질금리가 칠레 수준이 되려면 정책금리가 5.5%까지 내려가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fidelis21c@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6/24 02:08 송고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6/24/0607000000AKR201106240044000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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