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4-12-22 17:02:06 조회수 : 638
국가 : 쿠바 언어 : 한국어
출처 : 연합뉴스
발행일 : 2014.12.20
원문링크 :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4/12/20/0607000000AKR20141220027800009.HTML

라울 카스트로 인기 치솟아피델은 존재감 퇴색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83)이 형 피델 카스트로(88)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라는 외교적 성과를 올리면서 라울 카스트로는 대중적인 인기가 치솟고 있는 반면, 피델의 카리스마는 퇴색하고 있다.

 

19(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건강 악화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수도 아바나의 한 별장에 은둔하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의 존재감은 라울에 가려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쿠바 국교 정상화 소식이 전해지자 아바나의 거리에서 이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많은 참가자들이 "라울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그의 형 피델의 권위가 압도했던 이 나라로서는 대단한 변화다.

 

라울은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승계했지만 피델에 가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지도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더욱더 많은 쿠바인이 라울식 리더십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수학교사 호세 페르난데스(55)"라울 카스트로는 쿠바가 필요한 것을 하고 있다. 조용히, 아무런 연설 없이, 자랑하지 않는 가운데 국가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평했다.

 

아바나의 부동산중개업자인 헤이날도 아텐(45)도 라울 카스트로가 쿠바에 본인의 족적을 남기고 있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는 "라울이 역사를 만들고 있어 감사한다. 집권 5년 만에 이룬 모든 것은 사회를 크게 변모시켰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취재한 아바나 대학 로스쿨 학생들은 이번 국교 정상화가 쿠바 국민에게 갖는 의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시각, 라울 카스트로의 대담함을 주로 언급했다. 이들 가운데 아무도 피델의 이름을 입에 올린 학생은 없었다.

 

학교에서 나와 혁명박물관 옆을 지나던 허니 에르난(14) 같은 어린 쿠바인들은 피델의 존재감을 갖고 있던 시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에르난은 "그는 정말 TV에 나오지 않아요. 라울 뿐이죠"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베를린 장벽붕괴와 맞먹는 뉴스가 전해지는 순간에 피델 카스트로가 부재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많은 쿠바인에게 그는 서서히 잊혀진 존재가 되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십년간 카스트로 형제를 관찰한 전문가는 라울에 대해 그는 늘 저평가되고 있었지만 아주 확고한 국가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강조했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브라이언 레이틀은 "그는 줄곧 매우, 매우 강력한 인물이었다. 피델에게 가장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될 동지였다"고 지적하면서 "그가 없었다면 피델은 장기 집권하지 못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라울은 소년 시절부터 성인이 된 뒤에도 50년간 항상 피델의 그늘에 가려있었고 형을 존경하고 복종했지만 1959년의 쿠바 혁명 당시에는 갓 결성된 반군을 조직화된 전투집단으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피델이 미국에 맞서는 동안 라울은 국방장관으로서 강력한 군대를 육성했다. 그 덕분에 미국의 피그만 침공을 물리친 것은 물론 냉전시절에는 아프리카에도 병력을 보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만난 프로스페로 감보아(68)는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합의가 라울이 2006년부터 도입한 경제 개혁으로 시동이 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보아는 쿠바인의 정신에도 변화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레이틀은 뉴욕타임스 기자의 질문에 "라울은 실용적이다. 그는 생각없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피델은 항상 변화와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무거운 닻이었다고 꼬집었다.

 

피델이 활달한 지도자라면 라울은 차분하고 빈틈없는 기업인형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과의 화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예전처럼 과시하거나 과장된 동작 없이 빠르지 않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성명을 읽어나갔다.

 

   라울 카스트로(AP=연합뉴스DB) 

라울 카스트로(AP=연합뉴스DB)

 

     피델(왼쪽)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AP=연합뉴스 DB)

피델(왼쪽)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AP=연합뉴스 DB)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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