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원주민 80% 빈곤층, 인종·언어차별로 고통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고대 마야인들은 오는 21일 지구의 종말을 암시한 듯한 달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지만 정작 그들의 후손은 오랜 빈곤과 착취, 차별에 시달리며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 왔다.
과거 마야문명이 번창했던 멕시코 남부와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일대에는 2천만∼3천만명으로 추정되는 원주민 후손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스페인 식민시절 착취와 노예의 대상이었고 해방 뒤에 등장한 백인 중심의 사회에서도 인종과 언어차별에 시달리며 주변부로 밀려난 채 살아왔다.
원주민 비율이 전체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과테말라는 마야 후손들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원주민 공동체 내 빈곤율은 80%에 달하고, 이곳의 어린이 10명 중 6명은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고통받고 있다.
영아 사망률은 1천명당 40명에 이를 정도로 높다.
1960년대에 시작된 30여년간의 내전에서는 군부의 표적이 돼 수많은 희생을 치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테말라 북부지역에서 정부의 마약 단속이 광범위하게 벌어지며 원주민들은 또다시 군인들과 마주하고 있다.
원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멕시코 남부에서도 사회적 차별과 착취가 지속하면서 1994년에는 치아파스주(州)에서 농민 봉기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이 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말로 대화를 나누지만 정작 정부로부터 공식 언어로 인정을 받지는 못하는 현실이다.
수도 멕시코시티 거리에서 자녀를 데리고 나와 구걸을 하는 대부분은 원주민 혈통을 가진 이들로 빈곤한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과테말라 인류학자인 알바로 팝은 AP통신에 "그들(후손들)은 공공 정책의 관심이 아닌 도구로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