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이창우 | 작성일 : 2012-12-14 00:25:15 | 조회수 : 706 | ||||||||
고대 문명 압도하는 자연의 장엄함 등록 : 2012.12.12 18:22 수정 : 2012.12.13 14:52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100만마리 새들 모여사는 페루 바예스타섬·리마 인근 광활한 사막 체험
머나먼 남미, 남미 북서부 태평양에 접한 페루. 남한의 13배에 이르는 광대한 국토엔 아마존 최상류의 정글지대, 해발 6000m 이상의 고봉들이 즐비한 안데스산맥, 산맥 서쪽의 건조한 사막지대를 고루 갖췄다. 흔히 페루 하면 잉카, 잉카 하면 마추픽추를 떠올리듯, 페루의 대표 여행 목적지는 잉카제국의 유적들이다. 여행 출발 전부터 온통 신비로운 옛 문명 탐방에 관심과 기대가 쏠렸었다. 그러나 7박11일의 여정은 초기부터 관심의 폭과 깊이를 넓히고 집중해야 했다. 곁가지 볼거리로 여겨지던, 수도 리마 주변의 자연 체험에서부터 온몸의 감각기관이 포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질리도록 경험할 무수한 돌(건축물과 성벽과 축대)들의 세계로 진입하기 전에 나선, 해안지대 대자연 체험은 일행을 또다른 신비와 감동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책으로 보고 말로만 듣던 천연비료 구아노(조분석·오랜 기간 쌓여 굳어진 새똥), 새똥으로 뒤덮인 섬이 여기 있었다. 리마 선착장에서 19㎞ 떨어진, 무수한 동굴과 절벽으로 이뤄진 무인도 바예스타 섬.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그린 로맹 가리의 단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등장하는 그 구아노 섬이다. 하지만 구아노 섬의 새들은 이제 더이상 페루 해변에 날아가 죽지 않는다. 섬 전체를 덮은 채 눌러살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탐조선 선장 지노 콘트레라스(48)가 희망차게 말했다. "이제 구아노 채취보다는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많을 땐 하루 5000명의 관광객들이 새떼와 바다사자를 보러 온다." 바예스타 섬과 주변 해역, 그리고 여우·도마뱀 등 희귀생물이 서식하는 파라카스 반도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천연비료 구아노 채취로 유명한 바예스타섬 새떼의 날갯짓 장관
바예스타란 돌 궁전을 뜻한다. 풍파에 파이고 뚫린 굴들이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3개의 바위섬으로 구성된 바예스타 섬은 멀리서는 한 폭의 흑백 수묵화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바위섬들이 실은 검고 흰 무수한 작은 점들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작은 점들은 섬에 앉거나 부산히 날아다니는 새떼였다. 선장은 배를 섬 구석구석 차례로 가까이 대며 탐방객들을 안내했다. 가마우지·펠리컨·검은머리물떼새·펭귄 등 무려 60여종 100만마리의 새들이 모여 끼룩끼룩 먹고 싸며 살아가는 새 세상이다. 섬 곳곳을 둘러보는 1시간 동안, 탐방객들은 엄청난 새떼의 울음소리와 날갯짓 소리에 휩싸인 채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바위절벽을 자세히 살펴보면 흘러내리다 고드름처럼 굳은 새똥 무더기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번식기(12월~3월)엔 5000여마리나 모여든다는 바다사자 떼도 볼거리다. 가이드 호세(25)가 섬 가운데 솟아오른 봉우리를 가리켰다. "저게 20m 두께로 쌓인 새똥 더미다. 20년 이상 쌓여 만들어졌다." 이 섬의 구아노 채취 역사는 500여년을 헤아린다. 16세기 잉카인들이 채취를 시작한 이래 19세기부터는 페루 정부에서 관리하며 채취했다. 무려 2200만마리(1953년)에 이르던 새들이 잦은 구아노 채취로 급감하자, 지금은 보전을 위해 7년에 한번씩 6개월에 걸쳐 약 6000t만을 채취한다. 질 좋은 인산질 비료여서 요즘도 비싼 값(1㎏당 1.25유로)에 팔린다고 한다. 이 섬에서 가장 중요한 새는 '백만불짜리 새'로 불리는 구아나이가마우지다. 1마리가 하루 1㎏의 물고기를 먹고 50g이나 되는 배설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배로 섬 주변을 탐방하는 동안 새똥 냄새는 거의 나지 않으니 걱정 마시길. 탐조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엔 파라카스 반도 모래언덕에 그려진 가로 70m, 세로 180m 크기의 거대한 촛대 모양 무늬도 볼 수 있다. 유명한 나스카 라인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선인장 그림으로 추정돼 '스몰 나스카'로 불린다. 리마 인근엔 광활한 사막도 펼쳐져 있다. 우아카치나 지역엔 높이 300m에 이르는 모래언덕들에 둘러싸인 우아카치나 오아시스가 있다.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가파른 모래절벽이 가로막고, 움푹 파인 웅덩이를 이룬 곳에 숲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호수를 만난다. 피부병에 좋은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어 60년대까지도 목욕 인파가 몰렸다는 오아시스다. 100년 전까지 주변에 7개의 오아시스가 있었으나, 농업용수로 끌어다 쓰면서 말라 지금은 2곳만 남았다. 지금은 물이 많이 줄어, 수량의 절반가량은 인공적으로 채워넣는다고 한다. 우아카치나·캘리포니아 사막 4륜구동으로 투어 즐기며 신비로운 모래언덕 감상
관광객들은 호수에서 보트를 타거나 4륜구동 차량으로 모래언덕을 내달리며 즐긴다. 즐기는 이도 바라보는 이도 탄성을 내지르기는 마찬가지. 광활한 사막 안에선 움직이는 모든 것이 삭막한 사막의 경관에 생기를 불어넣는 포인트가 된다. 거대한 모래산을 걸어 오르는 이도, 언덕과 언덕을 질주하며 사라지고 나타나는 차량도 긴 그림자를 이끄는 하나의 작은 점이 되어 사막을 수놓는다. 리마의 내륙엔 더 광활한 넓이의 캘리포니아 사막이 있다. 이곳에서 좀더 긴 3시간짜리 4륜구동 차량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달리는 동안 시시각각 새롭게 다가오는 눈부신 사막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아무도 발 딛지 않은, 바람이 빚은 섬세한 물결무늬들 켜켜이 깔린 모래언덕들이 무수히 겹쳐지고 포개지며 환상적인 그림자놀이를 펼쳐 보인다. 사막 투어의 종착점은 높이 50여m의 급경사 모래언덕이다. 중력과 꼬리뼈의 존재를 절감하며 쇄도해 내려가면 아늑한 천막과 푹신한 양탄자가 기다린다. 여기서 와인을 곁들인 감자구이와 꼬치구이를 즐기며 피로를 풀게 된다. 사막 투어의 마무리는 하늘도 대지도 붉게 물들이며 묵직하게 뚝 떨어지는 해넘이다. 지평선 너머로 잦아드는 노을에 하염없이 젖어 있다 문득 뒤돌아보면, 어느새 차갑고 두꺼운 장막이 내려와 지나온 길을 다 지워버린 뒤다. 리마(페루)=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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