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0일 첫 만남 구체적 진전 없어…1990년대 폭탄테러로 관계 단절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르헨티나와 이란이 1990년대 폭탄테러 사건으로 단절된 외교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계속 협상하기로 했다.
31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양국은 29~30일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으며 구체적인 결과는 없으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다음번 협상의 날짜와 장소는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할 예정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제67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양국 정부가 1990년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에 관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협상 의지를 밝히면서 이를 계기로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1992년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1994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MIA) 건물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85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
두 사건은 중남미 최악의 유대인 대상 테러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용의자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법 당국은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에 이란이 있으며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를 이용해 테러를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지금까지 테러 관련설을 부인해 왔다.
인터폴에 의해 폭탄 테러의 배후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이란의 고위 성직자 모센 라바니(59)는 브라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폭탄 테러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두 사건에 대한 조사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테러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아르헨티나는 미주 지역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중남미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유대인 사회가 형성돼 있는 나라다. 아르헨티나와 이란 간의 관계 개선 노력은 유대인 사회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