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 훈 특파원 = 24일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의 한 강의실에서는 '동아시아 국가의 정치·경제' 과목 강의가 한창이었다.
'한국과 라틴 아메리카의 산업 발전, 금융위기, 신자유주의 경제 개혁 경험 비교'라는 주제로 열강을 펼치는 이 대학 역사학과 로이 빈 웡 교수 앞에는 그러나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웡 교수는 강의실 정면에 설치된 웹캠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강의를 이어갔고 웹캠 아래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웡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 15명의 모습이 보였다.
화면 속의 학생들은 UCLA에서 무려 1만여 ㎞가량 떨어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플라타 국립대학 재학생들이다.
웡 교수는 매주 한 번씩 2시간 동안 라플라타 국립대 학생들에게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한다.
학생들이 앉아 있는 라플라타 국립대 강의실에 설치된 TV 화면에는 웡 교수의 강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비춰진다.
강의 중간에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학생들이 강의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면 웡 교수가 상세하게 대답해준다.
웡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학생들의 리포트도 받아보고 시험도 치른다.
이 강의는 라플라타 국립대 국제정치학 학부 과정에 개설된 정식 학과목이다.
웡 교수는 "학생들이 강의도 열심히 듣고 숙제도 잘 해낸다"면서 "멀리 있는 학생들이지만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는다"며 웃었다.
중남미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멕시코 국립대 학생들도 일주일에 한 번씩 UCLA의 온라인 강의로 '한국의 국제 관계' 과목을 수강한다.
UCLA가 중미와 남미의 명문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학 온라인 강의를 마련한 것은 작년 가을 학기부터다.
미주 지역에서 한국학 연구 수준이 가장 높고 우수한 교수진이 풍부한 UCLA가 상대적으로 교수진이 빈약한 중남미 지역 대학 지원에 나선 것이다.
UCLA는 하버드대와 함께 미국에서 단 2개밖에 없는 한국어 박사 과정 개설 대학이다. 그만큼 한국학 연구 수준이 높다. 특히 한국 역사와 문학, 한국어 분야가 강하다.
UCLA 한국학연구소를 맡고 있는 존 던컨 교수는 "중남미에서 한국학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아무래도 이 분야에서 앞선 UCLA가 도와야 하겠다는 생각에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두 대학에서도 한국학과 동아시아 관련 학문에서 미국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UCLA 교수들의 강의를 직접 수강할 기회라고 크게 반겼다.
UCLA가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 중남미 대학에 한국학 강의를 시행하게 된 데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예산 지원이 요긴했다.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강사료와 시설 운영비 등 연간 18만5천 달러에 이르는 경비를 국제교류재단이 운용하는 기금에서 충당했다.
국제교류재단 로스앤젤레스 사무소 배성원 소장은 "UCLA의 온라인 강의는 중남미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면서 "발전한 IT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 강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5/25 11: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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