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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브이 그리는 새 페루 대통령 우말라
(AP=연합뉴스) 페루 좌파진영의 오얀타 우말라(48)가 5일(현지시각) 페루 수도 리마에서 게이코 후지모리를 누르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고 있다. |
<※편집자 주 = 최근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좌파 후보가 당선되면서 중남미 지역의 좌파 정권 확산 추세가 또 한 번 현실로 확인됐다. 이들 좌파 정부는 치열한 선거전에서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내며 중남미 곳곳을 장악하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는 페루 대선을 계기로 중남미 좌파 정권 득세의 배경과 이들의 현재, 미래를 3건의 특집기사로 조망해본다.>
성장 속 다수 빈곤으로 민심 우→좌 우파 득세하는 유럽과 정반대 현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지난 5일 치러진 페루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진영 오얀타 우말라(48) 후보가 거둔 승리는 중남미에서 이는 거대한 좌파 정권 물결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말라는 결선투표를 앞두고 좌편향이라는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대권을 거머쥐며 남미로 퍼져가는 좌파 정권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꼬마 차베스'라는 강경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룰라식 온건 좌파정치를 택한 것이 주된 승부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고도성장 과정에서 대중을 빈곤 속에 내버려둔 우파 정치에 대한 심판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성장을 넘어 분배를 원했던 민심에 그의 코드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달 페루에 우말라 정권이 정식 출범하면 중남미 지역에서 우파로 분류되는 정부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 된다.
남미에서는 칠레와 콜롬비아 등 두 나라이고, 중미에서는 미국과 전통적으로 우방인 멕시코가 우파의 존재감을 외롭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중미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니카라과로 이어지는 좌파 정권 행렬은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로 번지며 남미 대륙을 장악하고 있고 페루가 여기에 가세하는 형국이 됐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라는 양대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21세기 중남미 좌파는 겉으로 보기에도 오늘날 중남미 정치지형을 지배하는 모습이다.
중도 혹은 실용 좌파로 불리는 룰라의 브라질 노동자당(PT)의 정치노선에는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승리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호세 무히카의 우루과이 대통령과 마우리시오 푸녜스의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근접해 있다.
집권기간 빈곤층 살리기에 나섰던 알바로 콜롬 과테말라 대통령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으며 차베스와 정치적 결별을 선언한 우말라 페루 대통령 당선자는 이제 스스로 룰라식 중도좌파를 자처하는 정치인이 됐다.
PT식 중도의 길보다 왼쪽으로 기운 차베스식 좌파에는 진원지인 베네수엘라를 비롯,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다니엘 오르테가 이끄는 니카라과도 룰라보다는 차베스 쪽에 가깝다.
중남미 강경 좌파의 특징으로는 국가가 경제권력을 독점하려는 것 외에 반미(反美)를 정치적 표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반면 룰라식 중도좌파는 경제적으로 국가통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시장과 외국자본에 문을 열어 놓고, 정치적으로도 감정적인 반미보다는 사안별로 독자적인 의견을 표명하거나 때론 미국과 같은 길을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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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남미에서 좌파 시대가 만개한 데에는 성장 속에도 소외된 대중 다수의 빈곤이 자리하고 있다.
국력은 커졌으나 빈부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소외계층이 늘어나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좌파의 등장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나라 대부분이 자원 부국임에도 많게는 국민의 3분의 2가 기초 생활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중남미 좌파가 확산하는 결정적 조건이 됐다.
우파가 경제를 일으켰지만 과실을 나눠 가지는 데 소홀하면서 빈곤한 다수 대중은 자신과 거리가 먼 그들만의 정치에 실망감을 느꼈고, 결국 우에서 좌로 회귀하는 토대가 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남미의 좌파 확산과 대조적으로 유럽의 우파 득세는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올해 1월부터 치러진 유럽 각국의 총선결과를 보면 우파의 확산은 뚜렷하다.
이달 5일 실시된 포르투갈과 마케도니아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했으며 이에 앞서 치러진 에스토니아, 핀란드에서도 우파가 표심을 사로잡았다.
중남미에서 좌파가 불평등한 경제관계에 놓인 빈곤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유럽은 경제위기 속에 국민의 살림살이마저 챙기지 못한 좌파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보수적 정책을 앞세운 우파에 안겨 불안감을 달래는 모습이다.
두 지역의 경제적 토대가 다른 만큼 좌우를 가르는 정치 스펙트럼 또한 적지 않은 차이가 있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무늬만 본다면 중남미와 유럽은 현재로선 정반대 방향의 이상향을 좇는 셈이다.
하지만 경제적 안정과 풍요를 원하는 민심의 욕구를 채우지 못했던 정부는 정치적 지향점을 막론하고 여지없이 퇴출당했다는 점에서 두 지역의 공통점도 발견된다.
페루까지 가세한 중남미 좌파 정부들이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른 가운데 이들의 성패 여부는 경제 번영과 이에 합당한 부의 분배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으로는 소수 엘리트가 신념만 믿고 밀어붙이는 일방주의보다 아래로부터 형성된 민의가 충실히 반영되는 대중 민주주의가 정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룰라의 성공한 브라질로 전성시대를 마련한 중도 좌파와 국가의 자본통제를 무기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차베스식 강경 좌파가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6/15 06:31 송고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6/14/0607000000AKR20110614124200087.HTML?audi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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