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라면시장 석권..연매출 1천만달러 "현지 시장 이해가 성공 비결"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도미니카 여자들이 가뜩이나 뜨거운데 당신이 파는 매운 라면을 먹고 더 뜨거워졌어..." 도미니카공화국의 26년 `토박이' 장인탁(55) J&J 사장을 잘 아는 현지인들이 "헤이, 아미고(친구)!"하며 종종 건네는 농담이다.
한국산 제품으로 이 나라 라면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장 사장으로서는 웃음만 나올뿐 달리 대꾸할 말이 없다고 한다.
그는 도미니카 전국 450여개의 크고 작은 마트에 농심에서 생산한 수출용 라면을 '초이스'라는 자체 브랜드로 공급하고 있다.
장 사장은 "초이스는 도미니카 국민의 90% 이상이 인지하는 브랜드"라며 "중국, 싱가포르,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고 있지만 초이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임에도 압도적인 차이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소득 5천달러에 진입한 이 나라 사람들이 인스턴트 식품에 눈을 뜨고 있다"며 "한국산 라면은 앞으로도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장 사장이 도미니카 라면시장을 석권하기까지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1993년 처음 라면 사업을 시작할 때는 뜨거운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이 나라 사람들에게 라면을 파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라며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3~4년 동안은 체인망을 가진 대형 슈퍼마켓으로부터 외면을 받아 적자를 면치 못했다"며 "도미니카의 유명한 앵커 겸 탤런트를 모델로 내세워 신문과 TV광고를 하면서 전국 마트에 입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출 증가로 사업이 안정될 무렵에는 생각지도 않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컵라면 제품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구매 주문이 끊기고 항의가 빗발쳤던 것. 조사 결과, 거짓 주장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장 사장은 "억울했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신문광고를 늘리고, 시식회를 확대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판촉활동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라면 판매가 다시 궤도에 오르면서 스낵, 음료, 주류, 일회용 기저귀, 습기제거제, 플라스틱 용기 등 다른 한국산 제품의 판로도 열렸다.
이어 포장용 박스 제조업에도 뛰어든 장 사장은 현지 업체의 끈질긴 견제를 뿌리치고 30여개의 자유무역공단에 입주한 650여개 업체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면서 총 매출액을 연간 1천만달러로 늘렸다.
장 사장은 "도미니카는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수없이 많다"며 "건축, 통신, 유통, 헬스 등의 분야가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한국과 도미니카 간 무역과 문화 교류가 급격히 늘면서 사업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 가전제품과 자동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날로 고양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모든 것을 서두르는 한국인의 특성이 느긋한 성격의 중남미 사람들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경험과 그 나라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사장은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학과를 나와 1982년 국제상사에 입사한 뒤 3년 뒤 이 회사 도미니카 주재원으로 나왔다가 1989년 퇴직하고 아예 눌러앉았다.
한인 기업인으로서 입지를 다진 그는 2006년 레오넬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당시 한국 기업인 대표로 동행하기도 했다.
ghw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5/12 07: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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