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남미 페루에서 군인들이 시위 현장 진입을 위해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숨지거나 실종됐다.
6일(현지시간) RPP 뉴스와 라레푸블리카 등 페루 언론에 따르면 전날 장병들이 남부 푸노 지역 반정부 시위 현장으로 가려다 안데스산맥 티티카카 호수 유역 일라베 강을 지나는 다리에서 시위대에 막혔다.이들은 헤엄쳐 이동하기 위해 강물에 뛰어들었는데, 당시 기온은 거의 영하에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수영을 하던 장병 중 4명이 현장에서 익사했다. 2명은 실종됐는데, 이 중 1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다른 장병 6명은 저체온증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페루 국방부는 밝혔다. 역시 저체온증을 호소한 1명은 병원 진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기 게양을 지시한 페루 정부는 시위대의 '적대적 행위'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군 당국은 성명에서 "돌을 던지며 통행을 막는 시위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대체 경로를 택한 것"이라며 "유속을 견디지 못한 장병들이 물살에 휩쓸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간 잠수부 지원까지 받아 실종 장병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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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서 구조된 장병들에게 음식과 먹거리를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기도 한 시위대에서는 그러나 이번 사건 원인을 호르헤 차베스 국방부 장관과 군 당국의 안일한 판단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내고 있다.
평범한 군인은 물론이고 수영할 준비가 된 장병일지라도 무모하게 강을 건너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오스카르 발데스 전 페루 총리는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나라의 사회적·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시에 행동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알베르토 오타롤라 총리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지난해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과 구금으로 촉발된 페루 반정부 시위는 폭력 행위와 유혈 강경 진압 속에 사상자가 속출하며 3개월째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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