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임두빈 작성일 : 2026-10-26 10:56:02 조회수 : 35
국가 : 브라질 언어 : 한국어
출처 : 부산외국어대학교 임두빈 교수
발행일 : 2026.10.26

 

나는 이번 브라질 대선의 의미를 두 문장으로 요약하고 싶다. 룰라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러나 룰라의 승리가 곧 브라질 사회의 화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네 번째 임기를 얻은 고령의 지도자에게는 이제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과제가 놓였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브라질과 공존하고, 자신이 없는 이후의 정치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과제다.


두 개의 기록, 그리고 승리의 한계

 

이번 선거에서 먼저 주목할 것은 두 가지 기록이다. 룰라는 1988년 민주헌법 도입 후 결선투표제에서 1차 투표 결과 결과를 뒤집은 최초의 후보가 됐으며, 대통령 선거에서 통산 네 차례 당선된 최초의 인물이 됐다. 여기서 '4선'은 네 번의 연속 집권이 아니라, 2002년·2006년·2022년에 이어 네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의미다.

 

역전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브라질 고등선거법원(TSE)이 발표한 1차 투표 결과에서, 개표율 99.99% 기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5,610만 4,268표, 47.03%, 룰라는 5,387만 6,617표, 45.16% 를 얻었다. 룰라는 약 223만 표, 1.87%포인트 뒤진 상태에서 결선에 들어갔다. 이번 상대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본인이 아니라 그의 아들 플라비우였다는 점도 구분해야 한다.

 

결선 승리 일부 현지 보도에서 룰라가 51% 이상, 6,400만 표 이상을 확보했고, 플라비우는 48%대, 5,900만 표 이상을 얻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기사는 잔여 개표가 진행 중이라고 명시했다. 따라서 이 논평에서는 이를 최종 확정 득표율이나 정확한 총득표수로 제시하지 않는다.

내가 이 수치에서 읽는 것은 룰라의 회복력인 동시에 보우소나루주의의 생존력이다. 역전승은 역사적이지만, 수천만 명이 선택한 반대 진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룰라는 대통령직을 지켰지만, 브라질 전체의 정치적 동의를 얻은 것은 아니다.


상류층은 룰라를 선택했나, 보우소나루를 거부했나

나는 이번 선거를 "가난한 사람들의 룰라에게 부유층까지 돌아섰다"는 이야기로 단순화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상류층은 하나의 정치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농업자본, 기업 경영자, 전문직과 제도권 보수층은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면서도 민주주의와 정치적 불안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실제로 현지 보도는 시장 전체가 룰라 지지로 이동했다는 설명과 거리가 있다.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1차 투표 뒤 플라비우의 선전에 주가가 상승했고, 룰라의 추격이 뚜렷해지자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고 보도했다. 선거 당일 밤에도 금융시장 관계자는 시장이 플라비우를 선호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는 시장의 반응이지 부유층 전체의 투표를 보여주는 자료는 아니지만, 적어도 '상류층의 일괄적인 룰라 전향'이라는 해석에는 제동을 건다.

그럼에도 보우소나루 가문의 복귀를 우려한 보수 유권자의 선택은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내가 보기에 이들의 판단을 설명하는 핵심은 경제정책에 대한 선호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선호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룰라의 재정·분배 정책에 반대하면서도, 선거 결과의 정당성과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시장과 일부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애초 타르시지우 지 프레이타스 상파울루 주지사의 출마를 선호했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아들 플라비우를 선택했다. 플라비우는 당선되면 아버지를 사면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런 구도는 보수층 내부에서도 '우파 정부의 복귀'와 '보우소나루 가문의 복귀'를 다르게 평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막판에 부유층이 얼마나 이동했고, 그 이동이 승패를 결정했는지는 별개의 실증 문제다. 이를 확정하려면 소득별 결선 조사나 동일 유권자의 선택 변화를 추적한 자료가 필요하다. 현재 확인한 전국 개표 결과만으로 그 인과관계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보수층 일부의 룰라 지지는 가능한 해석이지만, 상류층 전체의 선택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유권자가 복음주의 우파를 지지하는 이유

나는 "왜 가난한 사람이 자신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좌파 대신 우파에 투표하는가"라는 질문 자체를 조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에는 저소득 유권자가 오직 소득과 복지만을 기준으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가정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신앙, 가족, 치안, 노동에 대한 자부심과 사회적 존중은 중요한 정치적 가치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경제적으로 불안정할수록 범죄와 일상의 무질서에 대한 두려움이 정치적 선택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복음주의 교회와 지도자는 신앙의 언어를 통해 가족과 도덕, 공동체의 미래에 관한 정치적 판단을 제시한다. 셋째, 복지 수혜가 곧 정부에 대한 만족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원금을 받더라도 생활비와 부채가 늘고 자신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끼면 정권교체를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 지점은 이번 현지 언론의 분석과 맞닿는다. 《이스타두》는 룰라 진영이 파악한 불만의 주요 요인으로 생활비, 가계부채, 부패 문제를 제시했으며, 볼사 파밀리아 수혜자 중에서도 불만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우파 지지를 단순히 '종교에 현혹된 투표'라고 부르는 것은 겉만 보는 어설픈 분석이다.

반대로 복음주의 신자를 모두 보우소나루 지지자로 묶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 룰라가 이번 선거에서 복음주의 유권자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하고 신앙의 선거 도구화를 비판한 사실은, 이 집단 역시 경쟁과 설득의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룰라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복지를 줬는데 왜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가"라는 불만이 아니다. 경제적 보호와 종교적 존중, 생활의 안전을 함께 요구하는 유권자에게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브라질의 '정치적 내전'은 끝날 것인가

여기서 '내전'은 실제 무력 내전이 아니라, 상대 진영의 집권 자체를 정당하지 않다고 여기는 극단적 양극화의 비유로 사용하는 것이 정확하다. 나는 이번 선거만으로 그 갈등이 끝나리라고 보지 않는다.

보우소나루주의는 이미 한 사람이나 한 가문의 선거운동을 넘어섰다. 《이스타두》는 플라비우의 패배가 가문의 힘을 약화시키지만, 의회 선거에서 성과를 거둔 보우소나루주의까지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해당 보도에서 전문가들은 이 운동이 복음주의, 치안 관련 집단, 농업 부문 등에 뿌리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반대 진영을 정치적으로 청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룰라는 자신의 승리를 잘못 읽는 셈이다. 반대로 화해를 위해 민주주의를 훼손한 행위의 책임까지 없애자는 주장도 해답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갈등 완화의 조건은 분명하다. 민주적 우파와 협상할 통로를 열되, 선거 불복과 정치폭력에는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동시에 생활비·부채·치안처럼 양쪽 유권자가 공유하는 문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화해는 상대를 좋아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 싫어하더라도 같은 규칙 아래 경쟁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우파 내부의 변화도 중요하다. 플라비우의 패배 뒤 실용적 보수세력이 더 넓은 중도층을 겨냥할지, 강경파가 패배를 박해와 음모의 결과로 설명할지에 따라 브라질 정치의 다음 국면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네 번째 당선이 드러낸 가장 큰 약점, '룰라 이후'

나는 이번 승리의 가장 깊은 역설이 후계 문제에 있다고 본다. 여든 살의 룰라가 다시 승리했다는 것은 그의 정치적 역량을 입증한다. 동시에 노동자당과 중도좌파 연합이 여전히 그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도 드러낸다.

다만 "후계자가 없다"는 말은 후계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뜻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더 정확한 표현은 룰라의 대중적 호소력과 연합 구성 능력을 함께 이어받을 정치적 후계 구도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지명하는 일과, 그 사람이 독자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기반을 갖추는 일은 전혀 다르다.

나는 룰라가 이번 임기에서 세 가지를 해야 한다고 본다. 차세대 지도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성과와 책임을 쌓게 해야 한다. 노동자당 내부의 정통성과 중도 연합의 확장성을 함께 확보할 경쟁·선출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빈곤층, 노동자, 복음주의 유권자, 중도 보수층을 연결하는 정치적 언어를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조직과 정책에 남겨야 한다. 지금까지 룰라는 자신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했다.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다르다. 자신이 출마하지 않아도 자신이 만든 정치적 연합이 민주적으로 경쟁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래서 이번 결과를 '룰라의 최종 승리'보다 '룰라에게 주어진 마지막에 가까운 준비의 시간'으로 읽는다. 브라질 최초의 결선 역전과 통산 네 번째 당선은 이미 역사에 남았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유산은 기록의 숫자가 아니라, 분열된 나라가 그 이후에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룰라는 다시 브라질을 이끌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브라질이 룰라 없이도 앞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자료 확인상의 한계: 1차 투표는 TSE 공식 발표를 사용했고, 결선 승리와 정치적 맥락은 본문을 확인한 브라질 현지 언론 및 국제언론에 근거했다. 또한 이번 결선의 소득·종교별 실제 투표 비율은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특정 계층의 이동 규모나 승리에 대한 기여도를 수치로 단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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