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임두빈 작성일 : 2025-11-05 10:19:53 조회수 : 6
국가 : 브라질 언어 : 한국어
원문요약 : 2025년 10월 28일, 브라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갱단 소탕 작전이 시작되어 경찰 4명을 포함한 1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히 '나쁜 놈들' 소탕 작전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사실 복잡한 사회 구조적 문제다. 브라질 사회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국민 분열과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파벨라'라고 불리는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도 범죄자이기 이전에 브라질 시민이다. 경

브라질 파벨라의 기원과 현재: 총성 너머의 진실

2025년 10월 28일, 브라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갱단 소탕 작전이 시작되어 경찰 4명을 포함한 1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히 '나쁜 놈들' 소탕 작전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사실 복잡한 사회 구조적 문제다. 브라질 사회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국민 분열과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파벨라'라고 불리는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도 범죄자이기 이전에 브라질 시민이다. 경찰 무장 병력이 현행범이 아닌 시민을 대상으로 선제 총격을 가하거나, 등 뒤에서 쏘거나, 시신을 훼손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법 행위다. 그렇다면 파벨라는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파벨라의 기원: 도시화의 그림자

파벨라의 역사는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7년 카누두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약속받은 주거지를 제공받지 못하자, 리우데자네이루의 언덕을 무단으로 점거하며 판잣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들이 정착한 언덕에는 바이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파벨라'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었고, 이것이 빈민촌을 지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20세기 들어 브라질이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파벨라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었다.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정부의 주택 정책 부재 속에서 도시 외곽의 언덕이나 습지, 철도변 등 값싸고 위험한 땅에 자리를 잡았다. 정부는 이들의 존재를 외면했고, 파벨라는 법적 지위도, 공공 서비스도 없이 방치되었다.

국가의 부재가 남긴 공백

파벨라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 체계적인 방치다. 상하수도, 전기, 쓰레기 수거,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좁은 골목길은 경찰차나 구급차가 진입하기 어렵고, 불법 건축물이 밀집해 화재나 산사태 등 재난에 극도로 취약하다.

이러한 국가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권력의 공백을 만들어냈고, 그 자리를 마약 조직이 채웠다. 갱단들은 단순히 마약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분쟁을 조정하고, 일종의 질서를 유지하며, 때로는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범죄 조직이 대신하는 기묘한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경찰 작전이라는 이름의 폭력

브라질 경찰의 파벨라 진압 작전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이다. 매년 수천 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비무장 민간인이다. 경찰은 종종 "저항 중 사망"이라는 명목으로 과잉 진압을 정당화하지만, 인권 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경우 법적 절차 없는 처형에 가깝다. 등 뒤에서 쏘거나, 이미 제압된 용의자를 사살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된다.

문제는 이러한 폭력적 진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지역의 갱단을 소탕하면 다른 조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폭력의 순환은 계속된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과정에서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된다는 사실이다. 어린이가 유탄에 맞아 사망하고, 집에 있던 노인이 총격에 숨지며, 일상적인 폭력의 공포 속에서 파벨라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정치적 도구가 된 공포

파벨라와 범죄 문제는 브라질 정치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보수 정치인들은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강경 진압을 옹호하고, 이는 중산층의 불안을 자극하여 표를 얻는 전략이 된다. 반면 진보 진영은 사회적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 해결을 주장하지만, 이는 "범죄자 편드는 세력"이라는 공격에 직면한다.

파벨라 주민들은 이러한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에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그들이 사는 곳의 우편번호는 취업과 대출에서 불이익을 가져오고, 경찰은 파벨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브라질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과 계급 차별은 주로 흑인과 혼혈인으로 구성된 파벨라 주민들을 더욱 주변화한다.

해법은 무엇인가

파벨라 문제의 해결은 단순한 치안 강화로는 불가능하다. 필요한 것은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다.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의 제공, 정식 주거지로서의 법적 인정, 교육과 일자리 기회의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파벨라 주민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화유지경찰(UPP)" 프로그램처럼 주민과의 신뢰 구축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치안 모델이 시도되기도 했다. 초기에는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정치적 의지 부족으로 많은 프로그램이 실패했다.

 

132명의 사망자라는 숫자 뒤에는 각자의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누가 실제 범죄자였고 누가 무고한 시민이었는지, 누가 정당방위 상황에서 사망했고 누가 불법적으로 처형당했는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총성만으로는 파벨라가 안고 있는 한 세기 넘는 불평등과 배제의 역사를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평화는 정의와 존엄성 위에서만 가능하다.

Quick Menu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