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바첼렛, 다시 칠레 대통령으로 돌아오다
작성자 : 임두빈 작성일 : 2013-12-18 00:04:23 조회수 : 1,110
국가 : 칠레 언어 : 한국어
출처 : 안태환
발행일 : 20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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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 바첼레트, 다시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되다

 

안태환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교수

 

 

미첼 바첼렛은 이미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칠레 대통령을 역임했는데 이번에 다시 재선에 성공하였다.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 나라에서 여성이 두 번씩이나 대통령이 되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여러 가지 변수가 그녀의 당선을 가능하게 하였지만 특히 현재의 우파 대통령인 피녜라의 무능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는 우파 정치인답게 칠레 시민들의 사회적 여론을 공공성에서 멀리하고 탈 정치화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실패한 것이다. 칠레 시민들이 변화를 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그녀는 피노체트 군부독재에 저항했던 정치인이다.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칠레를 민주화시키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는 칠레의 합법적인 사회주의 정권인 아옌데 정부의 각료였고 당연히 피노체트 군부에 의해 체포되어 옥중에서 세상을 떠난 바 있다. 최근의 칠레의 정치지형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분기점은 2011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반대하여 일으킨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다. 약 백만 명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시위였다. 이 당시 시위를 이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핵심인물은 까밀라 바예호라는 칠레 공산당 당원이다. 피노체트 군부세력이 오랫동안 억압해온 좌파세력의 차세대 지도자가 다시 부상한 것이다.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은 1973년에 쿠데타로 집권한 후 1977년까지 군부와 경찰 등 공권력을 이용하여 체포와 고문 등 폭력적인 방식으로 공포정치를 펼쳤다. 이후 미국 유학을 마친 경제학자들의 테크노크라트 관료를 동원하여 노동자 계급을 억압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통해 시장의 개방과 경제성장에 주력한다. 그 후 80년대 후반부에 고도성장을 달성한다. 이로써 많은 학자들이 [관료적 권위주의 모델]의 성공사례로 칠레를 주목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적 억압과 불평등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한편, 노동자계급과 여성들의 정치적 저항을 동력으로 하여 반독재 세력은 89년 대선에서 피노체트를 물리치고 소위 <민주화>를 이루게 된다. 이 당시 민주화를 추진한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연합세력을 콘세르타시온 또는 민주연합 정부라고 부르는데 이 세력의 핵심적 리더중의 한 사람이 바첼렛이고 중도좌파로 지목되어왔다. 문제는 90년대 이후 이들 민주화세력이 집권했지만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에 있어서 피노체트가 확립한 신자유주의 노선은 그대로 계승되었다는데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깊은 성찰과 분석이 요구된다. 칠레의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 행동양식 또는 에토스가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데다 공포정치에 뒤이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중간 계급이상에게 돌아가면서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시장의 역할을 늘리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선호했기 때문에 민주연합 정부들도 급진적이고 좌파적인 정책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소비주의에 빠진 시민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 증가 등의 전략을 통해 경제성장과 고용의 증가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이런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도 함께 거세진 것이다. 이런 비판의 근거로 칠레 정부와 기득권계급의 지속적인 마푸체원주민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배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리하여 과연 무엇을 위한 민주화인지 급진세력과 좌파세력은 민주연합정부들을 비판하게 되고 이 같은 비판은 2006년에서 2010년까지의 바첼렛 정권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므로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바첼렛에게 이들 급진 좌파세력은 그동안의 정치적 애매성을 불식시키려는지 묻고 있다. 왜냐하면 선거공약에서 교육의 무상화등을 제기하였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가에 의한 학교 또는 학부모에 대한 보조금(바우처) 지급 정책을 강화하는 정도의 기술적 개혁을 들고 나올 수 도 있다고 시민들이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칠레의 정치적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0년대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정치지형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 정치 전반의 가장 큰 변화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급진좌파 정부들의 출현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정치 경제 강국의 중도좌파 노선의 강화를 들 수 있다. 이들 정부들은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모두 교육, 의료, 주택 등 사회정책의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볼사 파밀리아정책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비해 칠레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쟁점은 그동안 칠레 경제가 성장하였고 정치적 안정도 있었지만 그동안 오랫동안의 신자유주의 정책집행으로 인해 연대보다는 경쟁의 강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의 경로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이로 인한 심각한 불평등의 흐름에 대해 젊은 층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그동안 정치적 무관심에 젖어있던 기성세대와 일반시민들도 각성하면서 중도좌파의 리더를 다시 호명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첼렛은 정치적 방향의 새로운 어젠다 제시에 충분히 성공하지 못해 많은 시민들이 1차 투표에서 기권한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프랑스의 정치 철학자인 쟈크 랑시에르가 언급한 바대로 정치와 민주주의의 귀환과 몫 없는 사람들의 출현이 가장 중요한 바첼렛의 정치적 과제가 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활력의 수준이 가장 유럽적 수준에 가까이 다가간 칠레는 유럽 선진국들의 [성찰적 숙의 민주주의]의 실천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의 민주적 일상문화와 표현의 자유 수준 또한 높다. 따라서 더욱 바첼렛의 적극적인 리더십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이제 제 2기의 대통령직 수행을 눈앞에 둔 바첼렛은 단순한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발전과 평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정치적 역량의 시험대가 교육문제의 해결에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정책을 오랫동안 민주연합정부들도 추진해옴으로써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 칠레는 가장 경쟁적이고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는 비 민주주의적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떻게 보면 다시 한 번 바첼렛이 대통령에 당선된 간접적 배경도 교육문제의 해결을 요구-“전면적 무상교육의 실시”-하고 있는 젊은 학생들의 힘 때문이었다면 교육문제의 진보적 해결은 그녀에게 매우 중요한 정치적 과제이다. 교육이외에도 광범한 사회적 권리의 회복을 지향하는 진보적 사회정책의 수립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료와 연금부문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노선의 비판적 선회가 필요하다. 현재의 여러 가지 칠레의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들은 민주연합 정부들도 경쟁과 효율성을 앞세우고 시장논리를 강조하는 피노체트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답습해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아옌데 정부의 사회주의적 비전을 평화적으로 새롭게 재구성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옌데 등장 이전의 과거의 칠레의 높은 평등지향적인 사회정책의 전통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민주주의는 대중과 광범한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라면 누구보다도 민주주의의 신념이 강한 바첼렛이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칠레의 많은 시민들이 말로만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정당들에 대해 마음을 닫고 제 3의 신당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학생들을 포함하여 교육의 상업화에 대해 비판적인 다양한 사회세력들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약속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보다 보편적인 사회적 인권의 차원에서 광범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도록 정치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장에서 시장이라는 단어를 퇴출시키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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