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9-01-21 16:35:06 조회수 : 309
국가 : 멕시코 언어 : 한국어 자료 : 사회
출처 : 세계일보
발행일 : 2019-1-21
원문링크 : http://www.segye.com/newsView/20190121002029

‘주요 석유 생산국’ 멕시코는 왜 기름이 부족한가 [월드이슈]

몇 리터의 연료가 하루 최저임금보다 더 가치 / 정부, 유류 절도 막으려 '주요 송유관 폐쇄'… 공급 차질 / 도둑이 송유관에 낸 구멍서 주민 수백명 기름 퍼담다 폭발, 최소 85명 사망

입력 : 2019-01-21 13:32:41      수정 : 2019-01-21 14:46:36


멕시코 중부 이달고주 틀라우엘릴판에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송유관 폭발사고가 발생해 최소 85명이 사망했다.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 소유 송유관에 기름을 훔치기 위해 누군가 구멍을 냈고, 주민 수백명이 양동이와 통을 들고 기름을 담으러 몰려들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주요 석유 생산국으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왜 시민들이 연료를 얻으려다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일어난 것일까?

20일 영국 BBC방송은 이번 폭발 사고가 유류 절도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단속이 이뤄지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신임 대통령이 유류 절도에 대한 대책으로 ‘주요 송유관 폐쇄’ 조치를 시행한 뒤 연료가 부족해지자 시민들이 문제의 송유관으로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중부 이달고주 틀라우엘릴판 지역을 지나는 송유관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군인들이 사고 현장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기름 도둑들이 석유를 훔쳐가려고 구멍을 뚫어놓은 틀라우엘릴판의 송유관에서 전날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최소 8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에서 ‘후아치콜레로스’(huachicoleros)로 알려진 범죄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쳐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몇 리터의 연료가 일일 최저임금보다 더 가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멕시코에서는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훔쳐가는 일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유류절도 사건은 지난해 10월까지 1만2581건 발생했다. 매일 42건의 절도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정부 추산 피해액만 30억달러(약 3조3800억원)에 이른다. 페멕스 측은 “지난해 30분마다 기름을 훔쳐가려는 불법적인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유류 절도를 엄중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불법적인 유류 절도로부터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 주요 송유관을 폐쇄한다는 새로운 정책을 지난달 발표했다. 그러나 송유관 폐쇄 이후 트럭으로 유류가 운송되기 시작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페멕스는 멕시코에서 석유 부족 현상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유류 운반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멕시코에서 석유를 얻기 위해 주유소에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
신임 대통령의 새로운 조치가 내려진 이후 수도 멕시코시티와 주변 중심 주들에서는 주유소에서 연료을 얻기 위한 거대한 대기행렬이 생겨났다. 운전용 휘발유를 구입하기 위해 10시간 동안 줄을 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는 멕시코인들이 석유를 살 곳을 찾았을 때 올리는 ‘#DondeHayGasolina’(휘발유가 있는 곳)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멕시코의 현재 상황을, 부족한 천연자원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시리즈인 ‘매드 맥스’(Mad Max)에 비유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공급 문제 발생으로 일부 주에서는 이번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기도 했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중들은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폭 넓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폭발 사고 발생 후 애도를 표하면서도 “유류 절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멕스도 보도자료를 통해 “매우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는 유류 절도를 종식시키기 위한 계획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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