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군 쿠데타 48주년 기념 시위 (부에노스아이레스 AP=연합뉴스) '더러운 전쟁'으로 알려진 아르헨티나 군 독재정권(1976-1983) 치하에서 실종·사망한 피해자들 얼굴로 만든 거대한 배너를 5월 광장에 운집한 시위대가 들고 있다. 2024.3.25
이날 찾은 5월 광장에는 지팡이를 든 어르신부터 젊은 부부, 어린아이들 그리고 청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과 각종 단체 회원들이 행사 시작을 한참 앞둔 오전 11시부터 모여 있었다.
부모와 함께 온 이스마엘(8)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고 묻자 "우리의 권리를 위해 나왔어요"라고 했다.
이스마엘의 모친인 심리학자 록사나(42)는 "군사 독재정권의 끔찍한 만행을 부정하는 현 정부의 태도에 반대한다"고 말했고, 9살 딸과 함께 나온 아구스티나(39·대학교수)도 "아이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데리고 왔다"고 전했다.
군사독재 정권의 피해자들 사진을 넣은 배너 (부에노스아이레스 AP=연합뉴스) '더러운 전쟁'으로 알려진 아르헨티나 군 독재정권(1976-1983) 치하에서 실종·사망한 피해자들 얼굴로 만든 거대한 배너를 5월 광장에 운집한 시위대가 들고 있다. 2024.3.25 sunniek8@yna.co.kr
8살 단테도 "1976년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왔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 그들의 어머니들이 아직도 찾고 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여기에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단테의 할머니 델리아(61)는 "이웃 주민이 군 독재정권의 피해자였다. 단테는 공립학교에 다니는데 학교에서도 배웠고 내가 설명을 해줬다"고 말했다.
아빠 엄마와 같이 시위에 참석한 이스마엘(8)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우리의 권리를 위해 여기에 왔어요" 24일(현지시간)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5월 광장 시위에 참석한 이스마엘(8)은 3월 24일이 지닌 의미를 알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끔찍한 군 독재의 시작을 알린 군사 쿠데타 48주년을 맞은 이날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피해자를 추모하는 한편, 현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 정권을 비난했다. 2024.3.25 sunniek8@yna.co.kr
소규모 시민단체 소속인 대학생 마가(20)는 "3만명이 고문당하고 실종되고 살해됐는데 이를 부정하고 있는 현 정부에게 군사독재 사상의 회귀를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할머니 델리아(61)와 손자 단테(8)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1976년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없어졌어요. 할머니들은 사라진 자녀들을 찾았고 아직도 그들을 찾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단테(8)는 정확하게 왜 이 많은 사람들이 5월 광장에 모였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2024.3.25 sunniek8@yna.co.kr
각종 단체와 일반 시민들은 "절대 다시는 안돼"(Nunca Jamas)"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의 대로를 행진해 5월 광장에 모였다. 시위는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연단에 오른 '5월 광장 어머니회' 에스텔라 데 카를로토 회장, 아돌포 에스키벨 아르헨티나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은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면서 현 밀레이 정부가 군사독재 만행을 부정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밀레이 취임 후 불거진 다양한 개혁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5월 광장 어머니회와 할머니회'의 상징인 하얀 두건, 낙태법 옹호자들이 흔든 초록 손수건, 국공립 무료 교육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국립대학교와 국립과학위원회(CONICET)를 옹호하는 하얀 가운 등 주제별 '색깔 시위'도 이뤄졌다.
현지 언론 페르필은 이번 집회가 군사 정권 쿠데타 기념일을 넘어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행사 성격을 띠게 됐다고 보도했다.
"어리지만 우리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군사 쿠데타 48주년을 맞이한 기념 시위에 8살, 9살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같이 참여했다. 클라라(9)의 엄마인 아구스티나(39, 대학교수)는 "클라라가 배 속에 있었을 때부터 같이 참여했으며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같이 왔다"고 했다. 2024.3.25 sunniek8@yna.co.kr
"(피해자는) 3만명이다. 절대 다신 안 돼"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적은 시민단체 회원인 마가(20)와 디아나(19)가 군 독재 정부의 인권유린으로 실종되거나 살해된 피해자 수가 3만명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는 3만명은 잘못된 숫자라고 이를 부정하고 있다. 2024.3.25 sunniek8@yna.co.kr
"조국을 수호해야 하는 3만개 이유"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2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 앞 5월 광장에 인권 단체, 노조,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이 군사 쿠데타 48주년 기념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플래카드 중 하나에 군사독재 피해자 수 3만명에 빗대 "조국을 수호해야 하는 3만개 이유"라고 크게 적혀있다. 2024.3.25 sunniek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