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9-03-08 13:48:50 조회수 : 871
국가 : 아르헨티나 언어 : 한국어 자료 : 문화
출처 : 문화일보
발행일 : 2019-03-08
원문링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30701032439274001

 

▲  지난 3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거리에서 열린 카니발 퍼레이드에서 라 로쿠라 데 보에도의 무르가 공연이 열리고 있다. 가디언 캡처·케이트 스탠워스 촬영

 

- 탱고 위협할만큼 급성장한 무르가

 

개척시대 시작된 서민의 율동 독재정권 심각한 탄압 받기도 민주화 이후 급속도로 퍼져가

 

카니발 퍼레이드엔 100여 팀 주민끼리 함께 공연 준비하며 유대감·자존감 키우는 역할도

 

무르가를 아십니까.’ 탱고와 축구, 스테이크 등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에서 무르가가 새로운 대표 이미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천박하다고 천대받던 이 춤은 지난 1990년대 이후 급성장하면서 변화된 아르헨티나 사회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카니발 퍼레이드에선 약 100곳의 무르가 팀이 참가했다. 평소 택시기사, 접수원, 방역 작업자, 교사, 학생, 배관공 출신인 공연단 단원들은 이 퍼레이드 공연을 위해 몇 주 전부터 모여 새로운 의상을 제작하고 고심해가며 안무를 짰고, 이날 자신들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냈다. 큰북과 심벌즈가 만들어내는 격렬한 비트에 몸을 흔드는 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많은 시민의 열화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랑 극단이란 의미를 가진 무르가는 갑작스럽게 생겨난 장르가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식민 개척 시대부터 시작됐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바나 살바도르의 악스, 안데스 지역의 카르나발리토처럼 당시 이주한 아프리카인과 유럽인들이 시작을 했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등에 폭넓게 보급됐고, 우루과이에서는 음악과 노래를 위주로 한 내부 공연 중심으로 발전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보다 축제성과 춤을 강조하는 야외 공연 형태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하층민 음악에서 이제는 상류층 음악으로 성장한 탱고에 비해, 무르가는 계속 서민 계층의 음악으로 남아 있었고, 1976∼1983년 집권한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레오폴도 갈티에리 등 군사독재 정부는 무르가를 심각하게 탄압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카를로스 메넴이 집권하면서 무르가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고, 노동자 가정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파급됐다. 지난 1997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문화유산으로 선정됐으며 이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가 집권한 2010년에는 아르헨티나 카니발의 빼놓을 수 없는 문화로 자리를 굳혔다. 현재 무르가 인구는 1980년대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류 무르가 공연자는 아르헨티나에서 아이돌 가수와 같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0년간 무르가 공연팀 라 로쿠라 데 보에도를 따라다니며 취재한 케이트 스탠워스는 “과거에는 간이 무대에서 많은 관심을 얻지 못한 채 공연했다면, 요즘에는 무르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무르가가 확대된 배경에는 아르헨티나의 현재 사회적 분위기와도 관련이 깊다. 과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카니발은 해변으로 휴가를 떠날 여유가 없는 소수의 하층민이 찜통 같은 도시에 남아 할 수 있는 유일한 여흥거리였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지 않으면서 도시에 남아 있는 인구들이 점점 늘었고, 주요 볼거리 중 하나인 무르가도 확산됐다. 특히 도시 주민들끼리 함께 공연을 준비하며 유대감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높이며 현실을 잊게 만든다는 점에서 무르가 공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라 로쿠라 데 보에도 공연단의 단장인 후안 호세 모니야는 “과거에는 마약에 손댈 수 있는 아이들이지만 무르가를 배우면서 외부로 탈선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원이나 형식이 자유로워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무르가 확산에 큰 도움이 됐다.   


최근 무르가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넘어 유럽이나 북미까지 확산되고 있다. 카니발 축제가 번성하는 스페인이나 벨기에 등지를 중심으로 무르가 공연이 열리는 것이다. 또한 미국으로의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무르가의 저변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무르가는 기존의 아르헨티나 대표 공연이었던 탱고를 위협하고 있다.

 

다만 무르가의 미래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가재정난으로 올해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카니발 예산이 줄어드는 만큼 무르가 단체에 배정되는 기금 또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시끄러운 무르가의 북과 심벌즈 연주에 공연장 주변의 거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것도 무르가 확산의 장애로 남아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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