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6-12-16 11:37:19 조회수 : 1,187
국가 : 멕시코 언어 : 한국어 자료 : 경제
출처 : 내일신문
발행일 : 2016.12.16
원문링크 :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20576

지난 20년간 멕시코 경제의 성장은 눈부셨다. 두 가지 요인이 컸다. 글로벌자금에 문호를 개방했고, 외국인직접투자(FDI)에 큰 혜택을 줬다. 특히 미국 기업들에겐 막대한 특혜를 줬다. 

하지만 성공요인은 상황이 반전될 때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온라인 경제매체 '울프스트리트' 멕시코 편집장인 돈 키요네스는 13일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건 멕시코로선 최악의 반전"이라며 "멕시코를 산업발전소로,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로 만들었던 북미자유협정(NAFTA)은 재협상은 기본이고 최악의 경우 폐지될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키요네스에 따르면 NAFTA 덕분에 멕시코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호지세'의 경제를 구가할 수 있었다. 멕시코 수출품의 80%, 수입품의 49%, FDI의 60%가 미국을 상대국으로 한다. NAFTA 덕분에 사상 처음으로 올해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의 2대 수출국이 됐다. 

블룸버그는 7일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1~10월 멕시코 대미 수출액이 2450억달러로, 2300억달러의 캐나다를 제쳤다"며 "연말까지 추세가 이어진다면 사상 처음으로 멕시코가 캐나다를 제치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해엔 양국의 수출액이 동일했다. 이 매체는 이어 "멕시코가 캐나다를 제치고 중국에 이어 2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미국 내 저가 수입품에 대한 견인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현재 저가품 생산과 관련해 멕시코의 뒤를 따를 나라는 거의 없다. 하루 최저임금이 4달러에도 못 미친다. 중남미 최저 수준이다. 게다가 세계은행 기업투자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가장 투자친화적인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11월 8일 미 대선 이후 외국인들은 멕시코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가장 인기 있는 공약 중 하나가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 멕시코나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겠다는 으름장이 대표적이다. 에어컨 제조업체로 유명한 '캐리어'의 모기업은 트럼프의 중재로 멕시코로의 공장이전을 철회했다. 대신 인디애나주 납세자들은 향후 10년간 700만달러의 세제혜택을 캐리어에 제공해야 한다. 

자동차용 호스 제조로 연매출 1000만달러를 올리는 기업 코단러버멕시코의 CEO 마우리지오 로사는 블룸버그에 "멕시코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에게는 총체적 재앙이 닥친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효과는 이미 멕시코의 자금조달력에 막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사는 최근 멕시코의 경제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 업체는 "멕시코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반면 공공부채는 빠르게 늘고 있다"며 "멕시코 정부 수입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국영에너지기업 '페멕스'의 계속된 적자와 잇따르는 소송 등도 신용강등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은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과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취할 멕시코 정책의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점은 현재 상황이 멕시코 투자자들만의 걱정으로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9일 "멕시코 페소화로 표시된 국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1000억달러(약 116조7000억원)를 투자했다"며 "20년 전에 비해 20배 증가한 액수로, 신흥국 시장 중 최대액수"라고 전했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건 페소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국제화폐 중 하나라는 점, 유동성이 줄어든 시장에서 위험회피(헤지)용 대용화폐로 인식돼 왔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페소화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멕시코 자산에 대한 집중매도가 벌어질 경우 그 충격은 전 세계로 퍼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 중남미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알베르토 라모스는 "페소화 안정 여부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멕시코 금융시장은 물론, 멕시코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역의 금융시스템에도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상황을 돌이키기엔 이미 늦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 일간지 '라 호르나다'는 멕시코중앙은행인 '방시코' 자료를 인용해 "몇달 전부터 외국인 자금이 멕시코를 탈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올 1~11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멕시코 국채 매도액은 64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들의 엑소더스(대탈출)는 페소화 가치 급락의 주된 이유다. 

페소화가 약세를 띠면서 멕시코의 뼛속 깊은 두려움, 즉 인플레이션 망령이 고개를 들고 있다. 5년 만기 국채의 기대 인플레이션(breakeven rate, 명목국채 - 물가국채 수익률)이 미 대선 전 3.2%에서 현재 4%까지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11월의 인플레이션 상승치는 2년래 최고수준"이라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이 수치가 내년 4.8% 선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실화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기록이다.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방시코는 다음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75%로 0.5%p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이미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멕시코의 인플레이션을 좌우하는 키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우리시간 15일 새벽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미 달러 대비 페소화의 하락세는 가팔라질 것이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미 국채 수익률을 좇아 멕시코 북쪽으로 이동하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과정은 흔히 '데킬라 위기'로 불리는 1994~95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에서 이미 벌어진 바 있다. 멕시코 국채를 투매하고 미국으로 탈출하는 외국인 자금 때문에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등 일부 월가은행들마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손을 벌려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키요네스는 "이번 위기도 마찬가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며 "멕시코 국채를 너나없이 집어던지는 상황이 오면 그 여파는 멕시코 내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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