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에서 한국 기업들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북서부 마나우스 지역의 삼성·LG전자부터 남부 상파울루 인근 현대차 공장에 이르기까지 70여 개사가 진출해 있는 브라질의 한국 현지법인들의 기업별 시장 전략이 크게 바뀌는 양상이다. 유례없는 경기 침체 여파를 견디지 못한 종합상사나 건설장비업체를 중심으로 최근 1년 새 한국 기업 10여 개가 브라질 시장에서 철수한 반면 자동차부품이나 화장품, 의료장비업체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진출을 노리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업계에 따르면 중장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들어 공장 가동을 멈췄고 상파울루 직항노선을 운항하던 대한항공은 오는 9월 노선 철수를 앞두고 최근 예약 접수를 완전 중단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적어도 90% 이상 좌석을 채워야 상파울루 노선의 적자를 겨우 모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상용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노선 유지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에 투자한 한국 기업 70여 곳 중 15%가량이 최근 1년 새 철수했다.
현지법인 관계자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보이는 브라질 경기 침체가 직접적 원인"이라며 "내수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브라질 헤알화값 급락에 따른 수입 부품 가격 상승,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감소 등으로 급격히 불어난 손실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새롭게 비즈니스 기회를 찾거나 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3위 규모인 브라질 화장품 시장을 노리고 새롭게 진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브라질 시장에 처음 진출한 화장품업체인 미샤는 이과테미, 세포라 등 대형 유통망에 입점하면서 본격 영업에 나섰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이 브라질 화장품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차병원 계열회사도 합작형태로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돌파한 삼성전자나 역시 시장에서 약진하는 현대차처럼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도 있다. 고무와 비슷한 탄성을 지닌 합성섬유로 최근 의류업체들에 인기가 높은 스판덱스 시장에서 효성스판덱스가 듀폰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며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브라질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미쓰비시 스즈키 폭스바겐 등 완성차업체들이 한국 업체들과 납품관계를 맺으려고 새롭게 나섰다. 실제로 완성차업체들은 8일부터 이틀간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을 통해 한국 업체 18개사와 상담을 시작했다. 기존에 현대차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부품업체 10개사 외에 8개 한국 업체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영선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장은 "한국 자동차협력업체들과 새롭게 납품계약을 맺으려는 것은 높은 품질과 함께 제품 가격도 좋기 때문"이라며 "평소에 부품 공급 계약을 충실하게 이행해왔다는 신뢰성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자동차부품 시장이나 문화콘텐츠 시장, 제약 시장 등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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