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태평양동맹 대신 남미국가연합-남미공동시장과 손잡을 것"
'국경 갈등' 볼리비아·페루와 관계 개선도 주목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칠레에서 중도좌파 정권이 출범하면서 외교정책의 중심축에도 변화가 올 전망이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 당선자가 이끄는 칠레 새 정부가 남미국가연합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칠레의 라울 소르 정치 전문가와 미국 뉴욕대학의 파트리시오 나비아 교수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바첼레트 당선자의 정치 성향과 칠레의 경제적 이해를 고려하면 새 정부는 남미 역내 관계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칠레와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등 4개국으로 이루어진 태평양동맹의 결속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난해 6월에 등장한 태평양동맹은 인력과 상품, 서비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무역, 에너지, 인프라 통합을 목표로 한다. 환태평양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보수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은 태평양동맹 결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중도좌파 성향의 바첼레트 당선자는 남미 역내 시장을 우선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된 미첼 바첼레트 (AP=연합뉴스DB)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바첼레트의 대선 승리는 남미통합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런 가운데 바첼레트 집권으로 '국경 갈등'을 빚어온 칠레-볼리비아, 칠레-페루 관계가 개선될지도 관심사다.
볼리비아와 페루 연합군은 1879∼1883년 칠레와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나 패배했다. 볼리비아는 12만㎢의 영토와 400㎞의 태평양 연안을 상실했다. 페루는 3만5천㎢ 넓이의 태평양 해역 관할권을 칠레에 넘겼다.
볼리비아와 칠레는 1904년 '평화와 우호 협정'을 체결했으나 갈등은 계속됐고, 양국의 공식 외교관계는 1962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페루와 칠레는 1950년대 '해상 경계선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칠레는 이 조약으로 해상 국경선이 확정됐다고 주장하지만, 페루는 단순히 어업권을 다룬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2008년 칠레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ICJ는 내년 1월27일 칠레-페루 간 분쟁에 관해 판결할 예정이다. 판결이 나오면 칠레와 볼리비아·페루 관계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7 00: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