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3-10-28 15:25:35 조회수 : 524
언어 : 한국어 자료 : 정치
출처 : 연합뉴스
발행일 : 2013.10.28
원문링크 :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3/10/28/0607000000AKR20131028004100087.HTML

<경제개혁 가속하는 쿠바, 단일통화 어떻게 도입할까>

이중통화 19년만에 폐지…"획기적" vs "대혼란 우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중통화체제를 유지해온 쿠바가 최근 이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쿠바 국내외 분석가들은 이번 결정이 쿠바 경제개혁의 가장 획기적인 조치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년 가까이 유지해온 이중통화체제를 뜯어고치는 일은 가계와 국가 경제시스템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쿠바 정부의 발표 이후 각기 다른 통화를 가진 쿠바인들은 서로 손해를 보지는 않을까 술렁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코트라 쿠바 아바나 무역관은 전했다.

 

 

◇ 실패한 쿠바의 이중통화체제

1990년대 초반 구소련의 붕괴로 원조가 끊기자 피델 카스트로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은 미국 달러화의 통용을 허용하는 경제자유화를 단행했다.

이어 관광수입을 늘리려고 1993년 달러화 소유를 합법화했다.

그러나 페소화의 과잉공급, 재정 적자 등의 문제에 부딪히자 1994년 전통 쿠바의 페소는 달러와 바꿀 수 없는 불태환페소(CUP)로 지정하고 달러와 바꿀 수 있는 태환페소(CUC)를 도입했다.

쿠바인들이 '쿡'으로 부르는 태환페소는 달러와 1대1의 환율, '쿱'이라 부르는 쿠바 원래의 페소인 불태환페소는 달러와 1대24의 비율로 지정됐다.

카스트로는 2002년 11월부터는 달러화의 통용을 전면 금지하고 태환페소로 거래가 이뤄지게끔 조치했다.

태환페소는 해외 무역거래와 외국인 관광객, 수입품을 취급하는 국영상점 등에서만 사용하도록 했고 불태환페소는 주로 일반인들이 받는 월급과 배급품 구입, 농산물 시장 등에서 사용하도록 지정했다.

쿠바 정부가 달러를 벌어들이면서도 공산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끔 한 이중통화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부작용을 낳았다.

경제 입안자들과 회계사들은 혼란스러웠고, 불태환페소로 월급을 받는 일반인들은 국영상점의 수입상품 등에 대한 접근이 거부되면서 '가진 자에 대한 못 가진 자의 반감'이 쌓여갔다.

이러한 부작용은 일반인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불법으로 택시나 숙박임대 등의 영업을 해 받은 달러로 태환페소를 모으는 현상으로 번졌다.

세금을 포탈하고 소득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도 자연스럽게 수반됐다.

불태환페소를 가진 일반인들은 외국여행에서 가져온 수입품을 가공해 판매하는 상인들로부터 국영상점에서 사지 못하는 수입품을 대체 소비했다.

국영상점의 상권이 위축되자 최근 쿠바는 외국에 관광을 갔다가 들여온 의류 등 제품을 팔거나 가공해서 되파는 행위를 금지하기도 했다.

 

 

◇ 단일통화 어떻게 구축될까

외국의 전문가들은 이중통화제도가 쿠바 경제에서 가장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제도였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획기적인 개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상품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수출단가를 높이는 등 교역 환경을 개선하고 국내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모두 유익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를 시장친화적이고 개방적인 경제 진보를 가속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쿠바는 '정체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이중통화를 폐지할 것'이라는 계획만 밝혔을 뿐 일정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쿠바 정부는 "충격요법은 없을 것"이라면서 "모든 경제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쿠바 전통페소의 가치와 통화로서의 기능을 재정립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혔다.

단일통화는 우선 기업들에 적용하고 나중에 개별 소비자에게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일통화의 가치는 시장의 힘으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환율이 적용된다면 1달러당 13∼14불태환페소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쿠바 정부는 이중통화 폐지 발표에 앞서 최근 설탕 등을 수출하는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1달러당 10∼12페소의 환율을 적응하는 실험을 거쳤다.

쿠바 정부는 합법적으로 태환페소를 보유한 내국인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 "불태환페소 모아야 하나" 쿠바인 술렁

합법적으로 태환페소를 보유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쿠바인들은 신용하지 않는듯하다.

서정혁 코트라 아바나 무역관장은 27일(현지시간) "이중통화 폐지 발표 이후에 수도 아바나에서는 불태환페소를 사서 적금을 드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통화는 대체로 태환페소의 가치가 떨어지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인들에 확산하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애미헤럴드는 최근 마이애미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이보네 메디나라는 여성이 사위를 걱정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메디나는 사위가 유럽 관광객들을 대상을 몰래 숙박업을 해 소득신고를 하지 않은 수천 태환페소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메디나는 "돈 가치가 떨어지면 손해를 볼 것이고, 그것을 신고하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물론 불태환페소로 월급을 받는 일반인들은 소득이 올라가고 구매력이 향상할 것이라는 희망도 표시하고 있다고 서 관장은 전했다.

하지만 전기·수도세 등 공공요금이 오르게 됨으로써 가계에 부담도 증가된다.

단일통화 체제는 쿠바 국고에 부담이 가는 일이고, 화폐 과다 발행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쿠바 정부는 단일통화 도입이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관련 법규를 만들고 전산시스템을 고치는 일은 물론이고 교역 등의 업무를 전반적으로 재교육해야 할 필요도 있다.

외부 분석가들은 보는 또 다른 문제점은 달러 암시장이다.

러시아의 루블화도 1991년 구소련 정권과 함께 중앙집권적 경제가 붕괴한 뒤 비슷한 처지를 맞기도 했다.

외국인들과 달러를 가진 러시아인들은 공식 환율인 1대1로 루블화를 교환해야한다고 지정했으나 이후 1달러는 20∼50루블화에 교환되는 암시장이 횡행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 해도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아 경제개혁을 추진중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내세운 통화개혁에 외국 경제 분석가들의 관심은 크다.

궁극적으로 공산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개혁의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 속에서도 향후 수년 내에 결실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바나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파울 웹스터 보스턴대 교수는 "피델 카스트로가 고안한 경제체제는 2018년 이전에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 의해 틀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hopem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8 05: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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