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1-06-17 12:03:00 조회수 : 607

"FAO 사무총장 선거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것"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됐던 이탈리아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이탈리아 극좌파 테러리스트 케사레 바티스티를 둘러싼 양국 간 논란 때문이다.

   15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바티스티 문제로 이탈리아 정치권의 반발과 시위가 예상됨에 따라 방문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 8일 대법관 전원회의 표결을 통해 이탈리아 정부의 바티스티 송환 요구를 기각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10일 브라질리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한편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티스티는 1977~1979년 발생한 4건의 살인사건에 연루돼 1979년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됐으나 1981년 탈옥해 프랑스와 멕시코 등을 떠돌다 2007년 3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체포됐다. 이탈리아 법원은 1993년 궐석재판을 통해 바티스티에게 종신형을 선고했고 이탈리아 정부는 브라질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으나 브라질 법무부는 2010년 1월 그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앞서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해 바티스티 송환 여부에 관한 결정권을 룰라 전 대통령에게 일임했으며, 룰라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2010년 12월 31일 송환 거부를 결정한 바 있다.

   한편, 바티스티 문제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 선거에서 자국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브라질의 외교적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룰라 정부(2003~2010년)에서 식량안보·기아퇴치 장관을 역임한 조제 그라지아노 다 실바(51)를 FAO 사무총장 후보로 내세웠다. 그라지아노는 룰라 정부의 기아퇴치 프로그램인 '포미 제로'(Fome Zero)를 창안한 인물로, FAO 중남미 지역 책임자를 역임한 경력이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4일 로마에서 열리는 농업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그라지아노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촉구할 예정이었다.

   2012~2015년 임기의 FAO 사무총장 선거는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2일 사이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본부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FAO 사무총장 선거에는 6명의 후보가 나섰으며, 이 가운데 그라지아노 전 장관과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전 스페인 외교장관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은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두 차례, 미주개발은행(IDB) 총재 선거에서 한 차례 실패했다.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와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 선거에서도 패했다.

   브라질은 유엔 산하 기구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FAO 사무총장 선거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바티스티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fidelis21c@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6/16 02: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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